뉴코아 노조, '눈물의' 노사합의안

머니투데이 김희정 기자 2008.08.29 2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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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해배상 소송 취하, 징계 해제 등 언급 없어

이랜드 그룹 계열인 뉴코아 노사가 29일 노사분쟁 400여일 만에 공동 합의안을 발표함에 따라
비정규직 투쟁의 정점에 섰던 뉴코아 노사문제가 일단 진화국면으로 접어들었다.

뉴코아노조는 사측의 계산직군 외주화를 인정해주며 한 발 물러섰고 사측은 외주화로 인해 계약기간이 만료된 직원 36명을 전원 재고용키로 합의했다. 이례적으로 2010년까지 노사 무분규를 선언하기도 했다. 한시적이긴 하지만 노조가 노동 쟁의권을 스스로 양보한 것.



하지만 이번 합의는 언론에 배포한 보도자료 상의 미사여구와 달리, 이랜드 그룹이 조합원 수 십 명을 대상으로 징계를 취하면서 노조를 압박한 결과라는 비난이 제기되고 있다.

사측이 재고용키로 한 비정규직 36명은 복직이 아닌 신규 고용이라 기존 경력이 인정되지 않는다. 해고된 노조 간부 18명의 복직에 대한 언급도 없다. 사측이 노조와 조합원 개인에게 제기한 35억원에 달하는 손해배상 가압류 철회 문제도 결정된 바 없다고 했다.



뉴코아 홍보팀 관계자는 "대승적 차원에서 노사 간 교감이 이뤄졌다"면서도 "소송 취하나 징계 해제와 관련해서는 정해진 게 없다"고 밝혔다.

뉴코아노조가 사측의 압박에 지쳐 손을 들어줬다는 결론이다. 뉴코아노조는 비정규직 노동자들 상당수가 생계문제로 노조를 이탈했고, 이 때문에 집회를 열기도 여의치 않았다.

여기에 노조 간부 18명이 해고되고, 27명의 조합원이 동시다발적으로 징계를 당하면서 뉴코아노조는 와해 위기에 처했다.


김경욱 이랜드일반노조(홈에버노조) 위원장은 "뉴코아노조와 연락이 안 되고 있다"며 "뉴코아노조의 합의내용이 우리와의 협상에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예의주시하고 있는데 곤혹스럽고 안타까운 상황"이라고 밝혔다.

뉴코아노조가 정규직 중심이라면 이랜드일반노조는 비정규직과 정규직이 섞여있고 전 직원의 1/5만 조합원으로 가입돼있는 소수 노조다. 하지만 양 노조는 지난해 6월 공동파업을 진행하며 보조를 맞췄었다.



뉴코아노조가 사측과 합의했지만 이랜드일반노조는 아직 이랜드 그룹과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이랜드 그룹이 홈에버를 삼성테스코 홈플러스에 매각함에 따라 노사 협의는 더욱 평행선을 긋고 있다.

이랜드 사측은 홈에버 매각 완료를 앞두고 이미 복직한 조합원들까지 포함해 60여명을 징계위원회에 회부했다. 홈에버의 새 주인이 될 삼성테스코 홈플러스는 아직 경영권을 인수받지 못했다는 이유로 이랜드일반노조와의 대화를 기피하고 있다.

이랜드가 어차피 매각할 회사의 조합원 수십명에게 징계를 주려는 건 결국 보복성 조치가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삼성테스코 홈플러스에게 향후 노조와의 협상에서 유리한 협상 카드를 쥐어주기 위한 것이라는 해석도 있다.



김 위워장은 "이랜드는 이번 기회에 노조를 아예 유명무실화하려는 것 같다"며 "이미 직장으로 복귀한 조합원에게까지 징계소환장을 보내 압박하고 있다. 뉴코아노조도 이에 대한 압박이 매우 컸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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