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대기업에 '당근'과 함께 '채찍' 휘두르나

머니투데이 송기용 기자 2008.08.28 1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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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쟁력강화위서 강성 발언 "규제완화 법안 통과되면, 다음 차례는 기업"
- "무작정 규제완화 기다리지 말고 공격적 투자 나서달라"
- 재계 총수 사면에 투자, 고용으로 화답하라는 신호로 해석

제 6차 국가경쟁력강화위원회가 열린 28일 청와대 본관. 이명박 대통령이 매달 주재하고 공을 들이는 회의인 만큼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 등 경제관료와 조석래 전경련 회장, 손경식 대한상의 회장 등 재계 수장들이 대거 참석했다.



이날은 새 정부 출범 후 6개월 동안 추진한 규제개혁의 성과를 돌아보고 향후 추진과제를 점검하는 자리였다. 하지만 이 대통령이 모두발언을 통해 기업투자 활성화를 꺼내면서 회의장에는 긴장감이 감돌았다.

이 대통령은 "9월에 국회가 열려 규제완화 관련 법안들이 통과되면, 다음 차례는 기업"이라고 말문을 열었다. 사전에 작심하고 나온 듯 "기업들이 지난 1년간 투자를 본격화하지 않았다" "무작정 규제완화만 기다리지 말라"고 하는 등 발언 수위가 높았다.



재계로서는 바짝 긴장하지 않을 수 없는 발언이다. "8.15 경제인 사면에 대해 말로만 고맙다고 하지 말고 행동으로 보여줘야 한다"(박희태 한나라당 대표) "욕을 들어가면서 특별사면 해줬더니 투자는 뒷전이고 다른 기업 먹기나 자식들에게 물려주기만 급급한 기업인들이 꽤 있다"(차명진 한나라당 대변인)는 집권당의 공세에 대통령까지 가세한 모양이기 때문이다.

가뜩이나 대통령과 재계 총수들의 회동이 추석 이후로 연기되는 등 분위기가 좋지 않은 가운데 나온 발언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는 지적이다.

당초 청와대는 이 대통령과 재계 총수들이 만나는 민관 합동회의를 9월 초 개최할 방침이었다. 사면과 규제완화 등 요구사항을 들어준 만큼 이제는 재계가 지지율 하락으로 어려움을 겪는 대통령을 도와줄 때라는 인식이 깔려있는 초청이었다.


하지만 이 회의는 뚜렷한 이유 없이 추석 이후로 무기한 연기됐다. 청와대는 부인하지만 투자확대, 일자리 창출 등 가시적 성과를 기대하기 어려워 연기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대통령의 이날 발언을 대기업에 대한 '경고' 신호로 받아들이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실제로 대통령은 이날 재계의 공격적 투자를 거듭 촉구했다. "기업들이 규제완화를 무작정 기다리지 말고 (경기가 회복되는) 1년 반 또는 2년 후를 대비해 선행투자를 하면 시기적으로 맞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특히 대기업을 직접 겨냥해 "기업들이 지난 1년간 유가급등 등 위기를 맞아 투자를 본격화하지 않았는데 규제완화가 잘 진행되고 있는 만큼 대기업들은 좀 더 공격적으로 경영을 하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또 "최근 내수가 안 좋아 일자리를 잃고 있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어 많이 안타깝다"며 "경제가 살아야 내수가 되는데 오늘 회의에 오신 대기업 회장님들이 추석을 앞두고 농촌 제품, 농산물도 좀 많이 사주시고 도와주셨으면 좋겠다"고 당부도 했다.



그러나 청와대는 이 대통령의 발언을 재계를 공격하기 보다는 투자를 당부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한화와 SK, 현대차 등 대기업이 투자, 고용확대 계획을 잇따라 발표하는 등 분위기가 좋다"며 "대통령께서 재계에 서운함을 갖고 있다기 보다는 최고경영자(CEO) 출신으로 앞으로 다가올 경기회복을 대비해 공격적 선제투자가 필요한 때라는 점을 강조한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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