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보다 가슴으로 느낀 뒤 사라

박정수 현대미술경영연구소 소장 2008.09.13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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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위크]미술품 투자와 감상법-초보미술품 구매자 10계

아트페어의 계절이 돌아왔다. 8월29일~9월4일 서울국제현대미술축제(SICAF), 9월19일~23일 한국국제아트페어(KIAF), 10월18일~22일 서울국제판화사진아트페어(SIPPA)가 잇따라 열린다.

화랑이 부담스러운 사람들이라면 이러한 행사장을 찾아가자. 문턱도 낮다. 이 기회에 좋은 미술품 한점 소장해 보는 것도 무척 즐거운 일이 될 것이다. 하지만 미술품 구매에 서툰 보통의 사람들이라면 너무나 많은 미술품 홍수 속에서 어떤 작품에 관심을 두어야 할지 부담스러울 수 있다. 경제상황도 고려해야하고 자신의 눈만을 믿을 수도 없기 때문이다. 때문에 초보 미술품 구매자를 위한 몇가지 방법을 제시해 본다.



미술품을 구매해본 경험이 거의 없는 사람이라면 미술품 구매 시 3개월 할부 정도 가격의 것을 찾아야 한다. 사람마다 차이가 있겠지만 스스로 미술품 구매의 안목이 붙기 전까지는 무리하게 구매하지 않아야 한다. 이것이 첫번째 덕목이다.

두 번째로는 지인(아는 작가)을 멀리해야 한다. 친한 사람의 것을 구매하는 것도 좋지만 보다 폭넓은 안목을 지니기 위해서는 모르는 화가의 작품을 유심히 살펴야 한다. 미술품 구매에도 단골의 개념이 있지만 자신의 취향을 모르기 때문에 아는 작가의 작품이 최고로 보이기도 한다.



균일가展 혹은 특별전을 잘 활용하자. 백화점에 미끼상품이 있듯이 거의 모든 페어에는 애호가들을 위한 구매 기회 전시가 열린다. 가격도 만만하다.

하지만 싸다고 무조건 사서는 안 된다. 싸고 좋은 그림은 잘 없다. 잘 기억해 두어야 한다. 이것이 네번째다.

화랑에서의 전시는 혼자이거나 많아야 몇명의 작가 작품이기 때문에 정보 취득이 빠르다. 하지만 아트페어에는 수백점의 미술품이 관람자의 판단력을 흐리게 한다. 미술품을 구매하고자 마음먹었다면 현장에 가기 전에 많은 정보를 취득해야 한다. 대형 아트페어는 홈페이지가 있다. 사전에 작가의 작품을 검색해 보는 것도 한 방법이다. 페어가 아니라도 경매회사의 회원으로 등록한 후 작가의 낙찰 가격정도는 익혀 두는 것이 좋다.


여섯번째로는 미술품을 보면서 마음이 즐겁거나 아픈 것을 사야 한다. 눈에 차는 작품보다는 마음에 차는 작품이어야 한다는 의미다. 미술품 중에 말을 하지 않고자 만들어진 것도 있지만 조형언어로 만들어지는 미술품이 말을 걸지 않는다면 피하는 것이 상책이다. 미술품과 대화가 됐을 때라야 침묵의 미술품을 구분할 수 있다.

이곳저곳 살피다보면 정말로 가슴에 와 닿는 작품이 있다. 이러한 작품을 발견했을 때는 3회 이상 연속 방문하라. 작품에 대한 애정 정도가 다음날에도 같은지에 대한 확인이 필요하지만 관계자와의 만남을 통해 가격이 낮아질 가능성도 있다. 이것이 일곱번째의 것이다.



지나친 친절은 사양하라. 누가 뭐라 해도 사람과의 대화보다는 미술품과의 대화가 중요하기 때문에 "돈 됩니다" 혹은 "지금이 기회죠"라는 식의 과잉 친절은 적당히 피하는 것이 안전하다.

때문에 가급적이면 혼자서 사는 편이 좋다. 혼자서 다니라는 것이 아니라 분위기에 휩쓸리지 말라는 의미다. 누구의 작품이 다 팔렸다는 소리가 들리면 괜히 그 작품이 좋아 보인다. 역시 초보이기 때문에 다른 사람의 판단에 귀가 열려 흔들리게 마련이다.

마지막으로 소장품과 장식품을 구분해야 한다. 좋은 작품 한점 거실에 걸어두면서 감상하고자 하는 것이 기본이지만 가슴에 닿는 미술품이 반드시 눈에 좋은 것은 아니다. 결정은 구매자의 몫이다.
서현규. 반월당. 63.6x93.9㎝. Conte & Oil on paper. 2008서현규. 반월당. 63.6x93.9㎝. Conte & Oil on paper.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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