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SKT, 와이브로 음성탑재에 '시큰둥'

머니투데이 송정렬 기자 2008.08.25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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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통위, 음성탑재 적극 검토..사업자 "투자비 부담스러워"

방송통신위원회가 와이브로를 통해 음성서비스를 제공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는 등 와이브로 활성화에 안간힘을 쏟기 시작했다.

방통위는 지난 21일 “통신사업자의 투자 활성화와 시장창출을 위해 와이브로 음성탑재를 적극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방통위는 정보통신정책연구원의 연구용역 결과가 나오는 대로 정책을 확정한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정작 와이브로에 수천억원씩을 쏟아부은 KT (41,800원 ▲100 +0.24%), SK텔레콤 (57,500원 ▼900 -1.54%) 등 와이브로 사업자들은 방통위의 서비스 활성화 의지에 시큰둥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방통위, 와이브로 음성탑재 왜?

방통위가 와이브로 음성탑재라는 '카드'를 꺼내든 가장 큰 이유는 와이브로 시장을 활성화시키기 위해서다. 와이브로는 상용화된지 2년이나 됐지만 아직까지 가입자가 19만명 수준에 그치고 있다.



지난 6월말 가입자가 20만명을 넘어섰던 KT와이브로는 7월말에 가입자가 오히려 뒷걸음질치면서 18만8000만명으로 주저앉고 말았다. SK텔레콤 역시 와이브로 가입자가 3000명 수준에 그치고 있는 실정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포스데이타가 와이브로사업부 분사를 추진하는 등 국산 와이브로 장비업체들 역시 고전을 면치못하고 있다. 상용화 초기만해도 와이브로에 번호를 부여하고 음성탑재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던 방통위도 유명무실해져가는 와이브로 시장을 더이상 방관할 수 없는 입장이 되면서 음성탑재를 본격 검토하기 시작한 것이다.

방통위는 음성탑재를 통해 와이브로 사업자들의 투자와 시장경쟁을 활성화하고, 국내 장비업체들은 이를 토대로 해외시장 개척에 나서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겠다는 의도다.


◇SKT, 추가 투자와 출연금 부담에 "글쎄"

와이브로 음성서비스에 대한 기술준비는 이미 끝났다. KT와 삼성전자는 지난 6월 열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장관회의에서 와이브로에서 음성통화를 시연하는데 성공했다. 그러나 와이브로에서 음성통화를 하려면 먼저 전화번호가 부여돼야 한다. 또, 출연금 등 정책적인 문제도 풀어야 한다.



SK텔레콤은 텃밭인 이동통신시장을 잠식할 수 있는 와이브로에 음성서비스를 지원하는 것에 부정적인 입장이다. 와이브로 사업계획서를 제출할 때 약속한 바 있는 8150억원의 투자비도 부담스러운데, 음성탑재에 따른 추가 투자비와 출연금까지 부담하며 음성서비스에 나설 이유가 없는 탓이다.

◇KTF 합병앞둔 KT "지금은..."

와이브로에 음성통화 기능탑재를 강력히 주장해왔던 KT도 반가운 기색이 아니다. KT가 KTF를 흡수합병할 경우, KT는 전략적으로 와이브로 음성사업보다 3세대 이동전화 사업에 집중해야 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실적악화에 시달리는 KT 입장에서 와이브로 음성서비스에 따른 추가 투자와 출연금도 부담스럽다.



와이브로에 음성기능을 탑재할 경우에 방통위는 3세대 이동전화(WCDMA) 사업자와의 형평성 차원에서 와이브로 사업자들에게 추가로 출연금을 부담할 가능성이 높다. 3세대 WCDMA 사업자 출연금은 1조2000억원에 달했고, 와이브로 사업자 출연금은 1170억원이었다.

통신업체 한 관계자는 "정작 사업자들이 서비스 활성화 차원에서 음성탑재를 요청할 때는 외면했던 방통위가 뒷북을 치고 있다"며 "장비업체를 위해 통신사업자에 대한 투자압박만 커지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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