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노노갈등' 계파간 선명 경쟁?

머니투데이 이진우 기자 2008.08.20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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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 집행부 '무파업' 의지에 일부 강성조직 반발… "차기 선거 겨냥" 분석도

현대자동차 노사의 '2년 연속 무분규 임단협 타결'이 막판 산고를 겪고 있다.

현대차 노사는 당초 지난 19일 밤 울산공장에서 임금협상을 갖고 잠정합의안을 도출할 예정이었지만, 주간 2교대제 시행안에 반발하고 있는 일부 대의원들이 노조 집행부의 협상장 입장을 막아 교섭자체를 열지 못했다.

금속노조 현대차지부(현대차 노조)는 19일 낮에 벌어진 2시간의 부분파업을 조합원 보고대회로 대체하고 당초 계획했던 20일 4시간, 21일과 22일의 6시간 부분파업을 유보하기로 전격 결정했다. 어떻게 해서든 '2년 연속 무파업 타결'의 불씨를 살려 나가겠다는 의지가 담겨 있다는 분석이다.



현대차 안팎에서는 노조 집행부가 이처럼 무분규 의지를 강하게 보이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노노갈등'으로 인해 좀처럼 협상을 마무리 짓지 못하는 원인이 '각 계파간 선명성 경쟁'에 있다고 보고 있다. 현대차의 각 사업장에 흩어져 있는 현장 노동조직 중 일부 강성계파가 '온건노선'을 걷고 있는 현 집행부를 흔들기 위해 '반대를 위한 반대'를 하고 있다는 지적도 일고 있다.

현대차 노조 내에는 10여개 안팎의 현장조직(계파)들이 있다. 이 조직들은 각각 50~200명씩 모두 1000여명의 '활동가'를 보유하고 있다.



이 중 현 윤해모 지부장이 속해 있는 민주노동자투쟁위원회(민투위)를 비롯 민주노동자회(민노회), 실천하는 노동자협의회(실노회), 민주노동자투쟁연대(민노투) 등 4~5개가 주류 계파로 꼽힌다.

노조 내 각 계파들은 마치 정치권의 정당처럼 '대권(노조 지부장)'을 노리며 영향력을 높이는데 큰 관심을 쏟고 있다. 이 과정에서 서로 선명성을 부각시키기 위해 '강경투쟁'을 부채질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현대차 노조가 지난해 이전까지 거의 매년 파업을 벌여 온 것도 노조 내 각 계파가 선명성을 더 부각시키기 위해 '파업'을 무기로 삼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적지 않다. 이러한 계파간 경쟁은 특히 노조집행부 선거가 임박하면 더욱 치열해진다. '차기 집권'을 위해 현 집행부에 대한 공격도 한층 강해진다.


특히 일부 강성조직들은 매년 집행부가 사측과 임단협을 타결할 때마다 '협상결과'를 깎아 내리는 일을 반복하고 있다. 이 때문에 2001년엔 노사 잠정합의안이 찬반투표에서 부결되기도 했다.

현대차의 한 노조원은 "집행부가 파업을 벌이는 등의 강경투쟁을 하지 않으면 다른 계파의 공격 때문에 버티기 힘든 구조"라며 "이번 노노갈등도 2년 연속 무분규 타결에 대한 일부 계파의 반발이 그만큼 거세다는 의미로 봐도 된다"고 말했다.



현대차의 현 윤해모 지부장이 속해 있는 현장조직인 민투위는 강성계파로 알려져 왔으나 역시 같은 계파였던 전임 이상욱 지부장이 지난해 10년만에 무분규 타결을 이끌어 내면서 주목을 받아 왔다. 윤 지부장이 이끌고 있는 현 집행부의 임기는 내년 9월에 끝난다.

현대차의 한 관계자는 "내년 주간 2교대제의 전면시행과 현 집행부의 임기만료 시기가 일정 시차를 두고 묘하게 겹친다"며 "내부에선 일부 강성조직들이 내년 하반기 새 집행부 선거를 앞두고 벌써부터 현 집행부 흔들기에 나서기 시작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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