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역대 최소일수 파업'...달라진 노조?

머니투데이 이진우 기자 2008.09.02 2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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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조 집행부 "대화 해결" 노력 희망..'계파 경쟁' 노사관계 개선 걸림돌 여전

현대자동차 노사가 주간 2교대제 시행을 둘러싼 '노노갈등'의 여파로 '2년 연속 무파업 임단협 타결'에 결국 실패했다.

업계에서는 그러나 노조집행부가 "일단 파업부터 하고 보자"는 '선파업 후타결'의 과거 관행에서 벗어나 대화로 해결하려는 의지를 보였다는 점은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실제로 현대차는 올해 협상에서 94년과 작년의 무분규 타결을 제외하고 그 동안의 노사협상을 통틀어 파업일수 면에서 역대 최소인 4일간의 부분파업에 그쳤다.

지난해 10년 만에 무파업으로 임단협을 끝냈을 당시만 해도 과연 계속 이를 이어갈 수 있을까 반신반의 하는 분위기였다. 올해도 한때 노사가 주간 2교대안에 잠정 합의하면서 '연례파업'이란 악순환에서 벗어날 것이란 기대감이 일었으나 계파간 갈등으로 결국 재협상을 거치는 우여곡절을 거쳤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투쟁일변도의 움직임을 보이며 국내를 대표하는 강성노조로 이름을 떨친 현대차 (250,500원 ▲4,500 +1.83%) 노조 집행부가 일단 대화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의지를 보였다는 점을 주목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노조 내부의 반발로 막판에 부분파업을 벌이기는 했지만 예년과 같은 전면파업은 없었다"며 '현장의 정서를 벗어난 무리한 파업보다는 합리적 타협이 더 실익이 될 수 있다'는 판단을 내린 것 같다"고 달라진 현장의 분위기를 전했다.

금속노조 현대차지부(현대차 노조)는 실제로 중앙교섭 참여와 관련해 상급단체인 금속노조와의 마찰을 감수하면서 '독자노선' 행보를 보이는 파격을 연출했다. 임금협상 과정에서도 사측과 잠정합의한 몇몇 안건이 일부 조합원들의 반발에 직면하자 당초 예정된 부분파업을 '조합원 보고대회'란 명칭으로 변경해 가면서까지 '무파업 교섭'에 강한 의지를 보이기도 했다.



이는 일선 생산현장의 달라진 분위기와 무관치 않다. 현대차 관계자는 "87년 노조 설립 이후 거의 매년 벌어져온 파업에 상당수 노조원들도 염증을 느끼고 있다"며 "올해 노조 집행부가 정치파업을 강행할 때마다 거센 내부 잔발에 직면한 것이 이를 증명해 준다"고 말했다.

파업을 할 때마다 대내외 브랜드 이미지가 실추되고 소비자들의 눈길이 차가워지는 등 유무형의 피해가 적지 않았다는 점도 함께 작용했다. 이 관계자는 "지난해 무분규로 임단협을 타결하면서 파업을 하지 않고도 충분히 얻어낼 건 얻어낼 수 있다는 것을 느낀 노조원들도 적지 않다"며 "안팎의 곱지 않은 시선을 받으면서까지 파업을 볼모로 협상을 벌일 필요가 없다는 점을 노사 모두가 인식한 결과로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다만 올 임금협상이 일부 대의원들의 반발로 막판 진통을 겪은 것에서도 알 수 있듯이 현대차 노조는 여러 계파가 복잡하게 얽혀 선명성 경쟁을 펼치고 있어 '무분규 타결의 정착'까지는 다소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노조 지부장 선거 때마다 계파간 경쟁 때문에 강경투쟁의 움직임이 더 커지고 있는 점이 부담"이라며 "현장 조합원들의 정서가 이러한 계파간 선명성 경쟁을 압도할 수 있느냐 여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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