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타운호재도 불황엔 소용없어요"

머니투데이 정진우 기자, 임성욱 기자 2008.08.19 1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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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2016년 친환경 뉴타운으로 재탄생할 '상계뉴타운'에 가보니...

"요즘처럼 경기가 안 좋은 때는 뉴타운 개발 호재도 별수 없네요"

지난 18일 서울 상계4동(지하철4호선 당고개역 인근) 소재 K부동산중개업소에서 만난 업소 관계자의 말이다. 그는 "지난주에 상계뉴타운 재정비촉진계획이 발표됐는데 문의 전화만 몇 통 받았다"며 "통상 촉진계획이 발표될 때 부동산 가격이 크게 움직이는데 반해 이 지역 부동산 가격은 거의 움직임이 없다"고 말했다.

↑ 지하철4호선 당고개역에서 바라본 상계동 전경.↑ 지하철4호선 당고개역에서 바라본 상계동 전경.


오는 2016년 친환경 뉴타운으로 다시 태어날 노원구 상계3·4동 일대(64만7578㎡) 상당수 부동산 중개업소 관계자들은 개발에 대한 기대감보다 경기 불황을 걱정하고 있었다.



당고개역 앞 상계로 인근 Y중개업소 관계자도 "연립주택과 아파트 등 물건들은 많지만 경제상황이 좋지 않다보니 거래는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올 봄 노원구 부동산 가격이 폭등 했을 때 이 지역도 같이 올랐는데, 그때 가격 그대로다"고 설명했다.

현재 상계뉴타운 5구역에 포함된 당고개역 주변(상계4동 일대)은 연립주택 지분값이 3.3㎡당 2300만~2500만원선이다. 지난해 11월만 해도 1500만~1800만원에 거래되던 땅값(3.3㎡)이 올 봄 급상승, 아직까지 이 가격을 유지하고 있다.



이 지역 아파트 가격도 보합세다. 불암현대아파트 109㎡는 지난해 말 3억8000만원선에 거래됐지만 현재 4억6000만원에 나와 있다. 이 가격은 지난 5월 가격과 동일하다. 건영아파트 105㎡도 지난해 12월 2억3500만원선에 가격이 형성됐지만 지난 5월 2억9000만원까지 상승했고 지금도 이 가격 그대로다.

↑ 상계동 일대 아파트 가격 추이.↑ 상계동 일대 아파트 가격 추이.
불암현대아파트에 살고 있는 김애자(가명 68세)씨는 "지난달에 집을 중개업소에 내놨는데 별다른 연락이 없다"며 "부동산 경기가 좋지 않다보니 뉴타운 호재가 있는 이 지역에도 사람들이 관심을 보이지 않는 것 같다"고 토로했다.

일부 주민들은 뉴타운 호재에도 움직이지 않는 부동산 시장보다 뉴타운 사업 자체에 대한 불만을 나타냈다.


상계4동 2층 연립주택(75㎡)에 거주하는 박 모씨는 "편안하게 잘 살고 있는데 뉴타운 사업 때문에 쫓겨나는 셈이 됐다"며 "뉴타운 사업으로 지어질 새 아파트에 들어갈 돈도 없고, 지금 이 집을 팔아서 갈만한 곳도 없다"고 푸념했다.

그는 이어 "나는 그나마 집이라도 있어 다행이지만 연립주택 지하에 세 들어 사는 사람들처럼 집 없는 사람들은 더 큰 문제"라며 "여기만큼 집값 싼 곳이 또 어디에 있겠나"고 덧붙였다.
↑ 오는 2016년 친환경 뉴타운으로 탈바꿈할 상계동 일대 모습.↑ 오는 2016년 친환경 뉴타운으로 탈바꿈할 상계동 일대 모습.
한편 상계뉴타운과 관련해 호재 지역으로 알려진 상계역과 노원역 주변 아파트 가격도 약보합세다. 당초 상계3·4동 이주수요로 집값이 크게 오를 것으로 예상됐지만, 지금까지 별다른 움직임이 없다. 오히려 올 초 급등한 가격이 안정을 되찾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상계역 바로 앞 상가 내 B공인중개사무소 대표는 "서울 모든 지역이 그렇듯이 여기도 부동산 경기가 좋지 않다"며 "상계뉴타운 사업으로 인한 이주수요는 내년 이후에나 나타날 것"이라고 귀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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