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노조, 사실상 독자노선 선언

머니투데이 강기택 기자 2008.08.08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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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속노조 중앙교섭 승인과 무관하게 지부교섭에 집중

현대차 노조, 사실상 독자노선 선언


금속노조 현대차 지부(현대차 노조)가 사실상 독자노선을 걷겠다고 선언했다.

현대차 노조는 8일 '산별 중앙교섭(금속노조와 사용자 대표와의 교섭) 타결 없이 지부교섭(현대차 사측과 현대차 노조와의 교섭) 타결 없다'는 금속노조의 방침과 달리 중앙교섭 타결과 무관하게 지부교섭을 하겠다고 밝혔다.

현대차 노조는 이날 "사측이 제시한 중앙교섭안에 대해 금속노조가 승인을 하지 않는다고 해도 조합원의 근로조건과 관련된 지부교섭에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현대차 노조는 비정규직 5%의 정규직 전환과 원도급 기업의 대표성 인정 등을 골자로 하는 금속노조의 중앙교섭 문제를 일단 제쳐 두고 임금 등 조합원들의 근로조건과 관련된 내용을 갖고 사측과 협상을 벌이겠다는 입장이다.

그동안 현대차 사측은 중앙-지부-지회로 이어지는 2중,3중의 협상을 해야 하고 그때마다 반복해서 파업이 일어날 것을 우려해 중앙교섭에 대해 부정적인 태도를 보였다. 그러나 지난 6일 입장을 선회, 중앙교섭에 참여하되 교섭방식을 보완하는 단서를 단 중앙교섭안을 제시했다.



현대차 노조는 사측이 내놓은 이 같은 중앙교섭안에 대해 '이전 보다 진전된 안'이라며 금속노조 쟁위대책위원회에 상정해 승인을 받는 절차를 거치려 했지만 금속노조의 정갑득 위원장이 금속노조 기준에 미치지 못한다며 수용을 거부했다.

현대차 노조가 중앙교섭안을 둘러싼 사측과의 지루한 공방전을 끝내고 임금협상 등 지부교섭에 들어가려고 했으나 정 위원장의 반대로 다시 사측과 중앙교섭안을 두고 협상을 해야 하는 상황이 된 것.

그러나 현대차 노조는 정 위원장의 의사를 따르지 않고 대의원과 교섭위원 회의를 통해 중앙교섭안의 쟁대위 상정을 결의했다. 나아가 쟁대위 승인 여부와 무관하게 사측과의 지부교섭을 진행하겠다며 금속노조 집행부를 압박하는 초강수를 뒀다.


장규호 현대차 노조 공보부장은 “금속노조에서 사측이 제시한 안이 승인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지만 승인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에도 지부교섭을 본격화할 것"이라며 "고심 끝에 이 같은 결정을 한 것은 조합원들의 요구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금속노조와의 갈등으로 비쳐질 수 있겠지만 현대차 노조는 금속노조의 강화 발전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는 입장에 변함이 없다”고 덧붙였다.



현대차 노조는 금속노조의 중앙교섭 우선이라는 방침을 이행하려다 10년 만에 처음으로 여름휴가 전에 임금협상을 타결하지 못했고 현대차 노조원들은 "지도부가 조합원들의 이해와 요구를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며 비판해 왔다.

일선 조합원들은 특히 “금속노조에서 가장 많은 조합비를 납부하면서도 윤해모 지부장이 금속노조에 눌려 제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있다"며 노조를 질타했었다. 현대차 노조는 산별노조로 전환된 이후 90억원의 조합비를 금속노조에 낸 뒤 50억원을 타 쓰고 있다.

현대차 노조가 금속노조의 파업지침에 따라 4차례 파업을 강행, 지도부에 대한 체포영장이 발부돼 지도부의 운신 폭이 좁아진 것도 독자적인 의사결정을 하게 된 요인으로 풀이된다.



이처럼 금속노조의 방침을 거스르는 현대차 노조의 결정은 징계까지 각오한 조치다. 윤해모 지부장은 “책임 질 일이 있으면 지겠다”며 더 이상 금속노조에 휘둘리지 않겠다는 의사표시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금속노조는 이날 오전 10시 쟁대위를 열어 현대차가 제시한 중앙교섭안에 대해 논의할 계획이었으나 성원 미달로 쟁대위를 연기했다. 쟁대위는 오후 9시 재개될 예정이나 현대차 노조가 쟁대위 결과에 연연하지 않겠다고 밝혀 별다른 의미를 갖지 못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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