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酒)을 사랑한 예술(藝術)가들

박정수 현대미술경영연구소 소장 2008.08.19 1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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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위크]미술품 투자와 감상법

이생진의 <반 고흐, 너도 미쳐라>라는 시집에는 ‘압생트, 너는 랭보의 지갑을 털었고 빈센트의 귀를 잘랐으며 모딜리아니의 목을 비틀었다’라는 구절이 나온다. 술과 예술가를 소재로 한 시집까지 등장하는 것을 보면 술과 예술가의 관계가 참으로 돈독한가 보다. 수많은 사람들이 술에 취하고 술로 인생을 마감하기도 한다. 보통사람도 그러하겠지만 많은 예술가들 역시 술을 사랑하여 왔다.

로트렉은 알콜중독자였으며, 압생트라는 술 중독으로 37세에 사망하였다. 압생트(L'Absinthe)라는 술은 70도 정도에 이르는 독주로 주원료의 하나인 향쑥에 의해 환각작용에 이르는 술이라고 한다. 드가의 작품 중에도 ‘압생트’라는 작품이 있는데 술잔을 앞에 둔 무표정의 여성과 어딘가를 주시하고 있는 파이프를 문 남성이 있는 그림이다. 당시에는 술 취한 모습이 보통의 것이었던 같다. 또한 고흐가 그린 많은 그림들이 술에 취한 상태로 그려진 것으로 추정하기도 한다. 추정이 아니라 사실일 가능성이 높다.



서양에 술을 사랑하면서 자신의 귀를 자른 고흐가 있다면 우리나라에는 최북(1712~1786)이라는 사람이 있다. 최북은 자신의 손으로 한쪽 눈을 찔러 실명하게 한 화가였다. 두사람 다 주당이었음에는 두말할 나위 없다. 조선시대 최고의 화가라고 불리는 김홍도(1745∼1806)는 자신의 호를 취화사(醉畵師)라 붙였을 정도로 취중에 그림그리기를 즐겼다. 미술책에 나오는 달마도를 그린 김명국(1600∼?)은 취옹(醉翁)이란 호를 썼으며 그림을 그릴 때 술을 마시고 그렸다고 한다. 모딜리아니(Amedeo Modigliani 1884~1920)는 알콜중독과 싸우면서도 창작의 열의를 불태우다 36세에 세상을 떠난다.

우리나라의 술을 중심으로 한 작품으로는 신윤복의 '주사거배(酒肆擧盃,1805)', 김홍도의 '주막(1780년대)', 김기창의 ‘주막(1981)’ 등이 있다. 서양에는 고흐의 ‘압생트가 있는 정물(1887)’, 로트렉의 ‘라미에서(1891)’, 마네의 ‘카페 콘서트(1878)’, 피카소의 ‘압생트를 마시는 여자(1902)’등 술과 술집을 소재로 한 수많은 작품들이 있다.



이렇듯 술과 예술의 관계가 밀접한 것이 예술 창작의 힘을 보태 주는 것인지, 창작의 과정이 너무나 힘이 들어 술의 힘을 빌어 잠시나마 고통에서 벗어나고자 함인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모든 창작의 근원이 우리 사회에 있는 한 새로운 변화와 정신문화의 발전을 위한 예술의 과정은 고통과 번민의 결과물임에는 분명하다.

왕열은 은유화 된 새들의 모습을 통해 인간의 다양한 삶의 양태를 비유한다. 추운 겨울 삶을 연명하는 새, 고달픈 새 등을 통해 행복과 기원, 부부간의 동행, 기다림, 사랑, 가족애 등을 보여준다. 작품 ‘토하는 새’는 술기운에 겨워 머리를 숙여 토하려는 순간 눈앞에 돌부리가 있어 넘어지지 않으려고 한발로 지탱하려 애쓰는 모습의 그림이다. 술과 예술, 술에 대한 자신의 이야기를 새를 통해 표현한 해학적 작품이다.
왕열, 토하는 새, 22x27㎝, 비단위에 채색, 2002왕열, 토하는 새, 22x27㎝, 비단위에 채색, 2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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