툭하면 나오는 외국계證 '공습 리포트'

머니투데이 이승제 기자, 오승주 기자 2008.07.08 1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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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세장서 '대주 지원용' 의혹…조선주에 이어 삼성전자까지

-자의적인 리포트 남발
-상식 이하의 분석 및 전망
-왜 대표종목만 노리는가

외국계 증권사가 걸핏하면 삼성전자, 현대중공업 등 국내 대표 종목들을 폄훼하는 리포트를 남발하고 있다. 목표주가 인하 또는 '매도' 의견 제시를 위해 내세운 근거들이 시장 신뢰를 얻지 못하고 있어 문제다. 새로운 분석 및 전망 을 담고 있지 않고, 심지어 "비판을 위한 비판일 뿐"이라는 의혹마저 받고 있다.

시장에선 "(외국인의) 대차거래를 측면지원하기 위한 의도가 깔려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갑작스레 '공습 리포트'를 내놓은 뒤 가격급락을 부추기고, 이를 통해 대차거래 차익을 노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삼성전자 때리기=UBS증권은 지난 5일 삼성전자 (63,000원 ▼100 -0.16%)에 대한 리포트에서 목표주가를 54만원으로 잡고 ' 매도' 의견을 내놨다. 국내 황제주인 삼성전자에 대해 공식적으로 '매도'를 명기한 첫 번째 리포트인 셈이다. 이에 영향을 받은 듯 삼성전자 주가는 7일 약세에 이어 8일 전일 대비 2만1000원(3.42%) 떨어진 59만3000원을 기록, 결국 60만원 아래로 내려갔다.

UBS는 매도 의견의 이유로 △내년 D램값의 (25%) 하락 △내년까지 초과공급 지속 등을 꼽았다. 전 문가들은 이에 대해 "지나치게 자의적인 해석"이라고 일축하고 있다.



송종호 대우증권 애널리스트는 "25% 수준의 D램 가격 하락은 상당히 완만한 수준이라 할 수 있다"며 "삼성전자는 지난해 연초 대비 70~80% 가량 D램 가격이 낮아졌어도 수익을 방어하는 능력을 보였다"고 말했다. 설혹 25% 가량 값이 빠진다해도 50나노 시대를 본격화하며 원가절감하면 충분히 감당할 수 있다고 반박했다.

송 애널리스트는 초과공급 지속과 관련해 "삼성전자가 적극적인 시장공략을 통해 시장지배력을 키우고 있고, 선발업체들만 돈을 벌 수 있는 구조를 형성하고 있다"며 "내년 D램 시장은 크게 망가질 만큼 어둡지 않다는 게 일반적인 관측"이라고 설명했다. 게다가 "업황이 급변할 때 수혜는 상위업체들이 주로 독식하게 되는데, 시장 1위업체인 삼성전자가 최대 피해자가 될 것처럼 주장하는 것은 납득하기 힘들다"고 강조했다.

김장열 현대증권 애널리스트는 "UBS는 내년 D램 가격 하락으로 삼성전자 마진율이 2% 수준으로 낮아질 것이라 했지만, 생산비용이 35% 가량 하락해 마진율은 10% 이상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 애널리스트는 또 "삼성전자 마진이 UBS 주장처럼 떨어진다면 삼성전자보다 경쟁력이 뒤지는 도시 바 등 하위업체들은 무조건 감산해야한다"며 "이럴 경우 물량은 오히려 삼성전자에 몰릴 가능성이 높다"고 반박했다.

UBS의 리포트는 묘한 시점에 발표됐다. 리포트가 나온 5일 이후 장이 처음 열린 7일 삼성전자 대차거래(공매도)는 그날 전체 거래량 52만3000여주 가운데 12.8%인 6만7000여주를 차지했다. 이는 지 난 6월 27일 8만여주에 이어 두 번째로 큰 규모다. 이에 앞선 4일과 3일의 거래량 대비 대차거래량 비율은 각각 5.8% 수준이었다. 리포트가 발표된 직후 배로 늘었다.



◇'검은' 결탁…대차거래 지원용(?)=외국계 증권사와 외국인투자자의 '대차거래 공조의혹'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지난 2월에도 국내 대형 조선업체들을 상대로 대차거래 혐의가 제기됐었다. 당시 골드만삭스, 맥쿼리증권 등 외국계 증권사는 국내 조선주에 대해 목표주가를 한꺼번에 40~60% 내리는, 그야말로 파격적인 평가절하를 단행했다. 삼성전자 경우처럼 근거가 희박했다. 특정 사안만을 강조하거나 심지어 특수사례를 일반화하는 무리수를 뒀다는 비판을 받았다.

당시 조선주는 최근 삼성전자처럼 급등세를 보였었다. 외국인들이 조선주 상승으로 손해를 봤고, 이를 만회하기 위해 시장교란을 무릅쓰고 외국계 증권사가 '용병'으로 나섰다는 분석이 나오기도 했다.

한 대형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외국인은 지난해부터 삼성전자에 이어 대장주를 자리매김했던 조선업종을 대차거래를 위한 먹잇감으로 설정했듯, 최근 환율상승 수혜로 상승세를 보인 황제주 삼성전자에 대해 마찬가지 전략을 펼치고 있다"며 "상승한 만큼 하락의 여지도 있고, 대세하락기에 '기습 리포트'를 내 놓은 뒤 가격하락을 통해 차익을 실현하려는 흑심"이라고 비판했다.



△대차거래=주식을 빌린 다음 이를 되갚는 거래. 주식가격 하락이 예상될 때 장기 보유기관에서 해당 주식을 빌려 미리 팔고, 이후 가격 하락시 낮은 가격에 다시 사서 차익을 챙기게 된다. 대차거래를 성공시키기 위해서는 해당 주가가 떨어져야 한다.

삼성전자 차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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