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과학회 “심평원 들러리 노릇 않겠다”

머니투데이 김명룡 기자 2008.07.08 1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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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의견 배제된 채 평가 진행"…앞으로 심평원 자문 거절

국내 최대 의료관련 학회인 대한내과학회가 올해 초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진행한 고지혈증치료제에 대한 경제성 평가 결과가 자료조작이 의심되는 등 신뢰성이 없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내과학회는 앞으로 심평원이 주도하는 어떤 연구에도 자문역할을 하지 않겠다는 공식의견도 내놓았다. 의료계를 대표하는 학회가 심평원의 약가재평가에 대해 정면으로 비판하고 나옴에 따라 적잖은 파장이 예상된다.



내과학회는 8일 ‘고지혈증치료제 임상적 유용성 및 비용효과성 평가결과에 대한 내과학회 의견’이라는 주제로 간담회를 열고, 심평원의 고지혈증 치료제 경제성평가는 근거자료가 정당하지 않고 의료전문가의 의견을 무시한 채 일방적으로 진행한 연구결과인 만큼 이를 인정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최근 심평원은 스타틴계열 고지혈증치료제 약가재평가를 통해 의약품간 효능의 차이가 없다고 결론을 내리고 관련 의약품을 가격을 평균 30%정도 인하키로 한 바 있다.



박수헌 내과학회 보험이사는 “스타틴계열 고지혈증치료제의 비용효과와 관련한 심평원의 분석내용을 보면 대상환자도 균일하지 않고 자료조작도 의심되는 등 연구 자체의 신뢰성이 의심된다”며 “가장 중요한 지표인 저비중콜레스테롤(LDL-C)에 대한 근거자료도 정확성하지 않다”고 했다.

박 이사는 “심평원이 스타틴계열 약물의 평가를 진행하면서 산하 학회인 심장학회나 지질동맥경화학회 자문위원들의 이같은 의견을 무시했다”며 “심평원에 자문에 응할 가치를 느끼지 못한다”고 말했다.

지난 4월에 내과학회의 산하 학회인 심장학회와 지질동맥경화학회는 심평원이 그동안 학문적인 자문을 수행해온 양 학회의 동의절차를 생략한 채 고지혈증치료제에 대한 재평가를 일방적으로 진행한 것에 대해 공식적으로 유감을 표명한 바 있다. 당시 심평원은 이들 학회의 의견표명과 상관없이 약가재평가 결과를 발표했다.


박 이사는 “약제비와 관련된 심평원의 연구는 미리 결정을 내려놓고 짜맞추기 식으로 진행되고 있다”며 “의료전문가의 의견을 구색맞추기 식으로 이용하는 상황에서는 심평원 주도로 진행되는 어떠한 연구에도 자문역할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내과학회는 심평원이 약제비평과 과정에서 당연히 고려해야할 주요 의료비용이 빠져있고 치료기간이 축소됐다고 주장하고 있다. 내과학회는 이와 함께 실의료비용 산정과 분석에 있어서 의료현실과 동떨어진 분석과 추측에 근거한 추정치가 사용된 점, 환자의 복약순응도를 임의로 산정한 점 등도 문제점으로 지적했다.



내과학화를 비롯해 의료관련 학회들이 약가 재평가사업에서 빠질 경우, 심평원이 진행중인 고혈압약 등의 평가에 차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의료전문가의 의견이 배제될 경우 약가 인하에 대한 근거가 약해져 해당 제약사의 반발이 불가피 해진다. 이와 관련해 심평원 관계자는 “보건복지가족부와 상의해 구체적 대응방안을 마련할 것”이라만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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