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으로 가는 가장 멋진 '주문'

황인선 KT&G 북서울본부 영업부장 2008.07.08 1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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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케팅 톡톡]먼저 도와주려 하는 태도가 중요

성공으로 가는 가장 멋진 '주문'


광고기획사 시절 선배 얘기입니다. 그 선배는 회사 홍보담당이라 광고주 PR대행이 그의 일은 아니었지만 능력이 좋아 여기저기서 손을 벌리곤 했었죠.
 
1998년 IMF 사태로 외자유치가 국가 현안일 때 B제약의 해외 로열티 계약 PR건으로 선배에게 부탁을 했더니 자기 일도 아닌데 “도와주지” 하더군요.

그런데 광고주 전무를 만나서도 “ 도와 드리죠”하는 겁니다. 내심 황당했죠. 광고회사 직원이면 당연히 을의 입장에서 “ 최선을 다하겠습니다”가 맞지 도와드린다니!
 
을 처지에. 선배한테 투덜거렸더니 이런 대답이 돌아왔습니다.
“ 맞잖아? 내가 도와주는 거. 이거 나 아니면 못할 걸.”
“...”



속은 약간 꼬였지만 어쨌든 선배 덕에 나중에 전무님 칭찬은 톡톡히 받았습니다. 나중에야 알았습니다. ‘도와주마’... ‘도와주마’ 하는 그 말이 성공으로 가는 훌륭한 ‘분신사바’... ‘분신사바’ 주문이란 걸.
 
◇‘도와 드리죠’의 힘
 
‘힘 있을 때 도와주십쇼.’ 손 벌리는 사람은 많아도 손 잡아주는 ‘힘센 손’ 만나기는 드물죠. 아, 있긴 있습니다. 발톱을 감춘 사기성 원조 맨들. 이들에게 당해보면 인생이 성숙해지는 장점은 있지만 아주 아프죠.
 
창조의 고통을 외면하고 얄팍하게 소비자 지갑만 탐하면 그것은 손 벌리는 마케팅이고 가치 창출을 꿈꾸며 아이디어의 돛대를 올린다면 그것은 도와주는 마케팅이겠죠. 안정과 혁신의 스펙트럼에서 비전을 제시하고 함께 사는 경영을 고민한다면 그는 힘센 손 CEO입니다.
 
‘Art & Biz’ 세미나에서 예술가가 기업을 지원해야 한다고 했더니 한 화가가 “예술가가 무슨 힘이 있다고”했답니다. 힘이 없다뇨? 소설가 황석영 씨는 “ 예술가는 재능 있는 대중의 시체 위에 서 있다”라고 쓴 적이 있습니다. 예술가는 그래서 대중과 소통하고 그들의 피곤한 영혼을 위안해 줘야 하는 거죠.

거리 전시, 그라피티, 하우스 예술파티... 예술가가 할 수 있는 것이 많죠. 파리 명소인 <로베르네 집>은 10여명의 점거 미술가들이 주말에는 지역주민, 어린이들에게 창작 과정을 보여주고 토론하면서 예술 이해에 도움을 준답니다. 이시형 박사는 거의 팔순의 나이에도 지친 도시인의 영육 치유를 돕겠다고 홍천 힐리언스 선 마을을 만들었습니다.
 
◇도와주는 'Angel 마케팅'
 
얼마 전 영월에 있는 850평 고택에 다녀왔습니다. 전엔 그런 고택을 보면 ‘누구는 조상 잘 만나서 저런 집 물려받고...’했는데 주인 얘기를 들어보니 어라! 그게 아닌 겁니다. 문화재라 팔수도 없고 살기는 불편하고 도둑고양이, 잡풀, 불량배... 고택 물려받은 걸 원망하다가 주인은 생각을 바꿨답니다.



고택을 개방하기로. 그 덕에 많은 사람들이 다녀갔답니다. 작가, 단체 MT, 세미나, 가족단위 고택체험... 그래서 필자 일행 40명도 평생 처음 고택에서 1박 도움을 받았습니다. 떠날 때 잡은 주인의 손이 따뜻하더군요. 이 손이 ‘힘센 손이고 도와주는 손이구나’. 전국에 그런 고택이 600여개 있답니다. 천수보살에 약간 못 미치는 600수보살이 우리 곁에 있는 거죠.

지금 놀고 있는 공간을 가진 기업은 이 고택마케팅을 참고할 필요가 있습니다. 앞에 화가님 발상처럼 ‘기업이 좋은 제품만 만들면 되지 뭐가 또 있어?’ 하면 그건 구시대 기업관일 겁니다. 기업에 대한 국민의 불신을 기업이 먼저 풀어야 합니다. 마음을 열면 기업은 많이 도와 줄 수 있습니다.
 
예로 저녁 7시를 넘으면 텅 비는 로비를 아티스트 파티공간으로 제공하거나 폐창을 약간 개조해서 절대적으로 부족한 작가 집필 공간, 사진촬영 공간으로 제공할 수도 있죠. 대형 문화센터를 지어야만 문화 기업되나요. 1사 1촌 운동처럼 1고택 1기업 멘토링도 가능하겠고요. 도와주는 'Angel 마케팅’은 앞으로 올 ‘착한 소비’ 왕자를 준비하는 착한 신데렐라의 유리구두일 겁니다.
 
신문에 한국 직장인의 직장 만족도, 흥미도가 조사대상 32개국 중에서 훌륭하게도 32위라더군요. 필자 친구 회사에 신입사원들이 1년간 지방근무를 마치고 본사로 와서는 1달도 안지나 불평을 늘더랍니다. ‘선배들은 우리를 무시해’, ‘ 회사 비전도 알려주지 않아’... 친구는 이렇게 얘기했답니다.

“ 생각을 바꿔. 너희 기수 이름으로 각 부문 팀장님을 매월 공식 초대해서 특강을 부탁해봐. 그들은 흐뭇해서 좋은 발표를 위해 공부할 거고 상하 커뮤니케이션 문화가 자리 잡을 거야. 비전은 너희가 도와야 만들어져.”
 
“도와 드리죠” 선배는 나중에 퇴사해서 영화투자로 대박을 터트렸고 만화를 기획해서 2천만부가 넘게 팔리는 울트라(Ultra) 대박을 터트렸습니다. 그는 아직도 사람들에게 말합니다. “ 도와드리죠.” 스스로 도우니 하늘도 돕나 봅니다. 어때요. ‘도와 드리죠’주문. 성공으로 가는 멋진 자기 주문 아닌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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