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동'으로 인맥관리를 하는 선배

황인선 KT&G 북서울본부 영업부장 2008.06.17 1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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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케팅 톡톡]세상 일의 이면도 들여다볼 줄 알아야

'야동'으로 인맥관리를 하는 선배


홍대 앞 중국집에서 모임을 가졌습니다. 남4 여3 황금비.

아, 연애하려고 만난 건 아니고 우리 중에 명사 한 분이 계셔서 그 분 만나려고 그녀들이 우연히 끼어든 자리였죠.

그럴 때 항상 문제는 나이. 당연히 여자들은 눈치만 보며 30대라고만 하고 자기 나이를 말하지 않았습니다.



서로 의심쩍게 보다가 누군가 "여자 나이는 남자가 누구냐에 따라 달라요"했더니 와! 까르르 웃습니다. 여자는 다이아 큐빅이 감춰진 양파 같아서 별거 없이 맵기만 한 것 같지만 까다보면… 그래서 알파걸만 보지 말고 양파걸을 잘 봐야 해요.

여자를 알면 소비자가 보이고 여자들 화법을 알면 광고가 보입니다. '여자의 외모는 경쟁력', '낯선 여자에게서 내 남자의 냄새가 난다' 같은 카피들은 남자들은 쓰기 어렵죠.



여자들은 페로몬으로 통신하나요? 여자는 말 합니다. "꼭 말로 해야 아나" 남자는 말하죠. "말 안하고 어찌 아노." 어떤 종이 더 진화한 건지는 모르겠군요.

정직하지 않은 커뮤니케이션

'여자의 노는 예스'라는 고전적인 경구는 소비자에게도 그대로 적용됩니다. 미국에서 품격 여성잡지를 창간하려고 여성들 의견조사를 했더니 연예인 가십이나 섹스관련 기사들을 빼달라는 의견이 많았다고 합니다. 그래서 그녀들 의견에 충실하게 창간했다가 얼마안가 망했답니다. 정직한 사람들이 정직하지 않은 커뮤니케이션에 당한 겁니다.


소비자들은 진실을 얘기하지 않습니다. 아니 자기 진실이 뭔지 잘 모를지도 모릅니다. 그 때 그 때 달라요. 특히 한국의 경우는 직설화법보다는 간접화법 문화가 발달해있고 여자가 더 그렇고, 나이가 들수록 그렇고, 정치판이 그렇고 이해관계가 뚜렷할수록 그렇습니다.

'카더라'통신이 그래서 잘 발달했고 구매의향, 가격조사는 90% 믿을 수 없죠. 요걸 못 읽으면 '불통(不通)맨'이 되는 겁니다. 절대치로 보지 말고 꾸준한 누적조사로 상대치를 봐야 패턴이 잡힙니다.

초보들은 응답자의 다수 데이터에 주목하지만 산전수전 속아 본 고수들은 마이너리티 리포트(Minority Report)처럼 5% 이내 소수자의 의견에 주목하기도 합니다. 그들은 자기 의견이 분명한 사람들이거든요. 그걸 잡아내려면 물론 `경력 +용기`가 필요합니다. 까딱하면 독박이니 초딩이와 임산부, 초보들은 따라하면 안됩니다.

야동을 보내는 잘 나가는 선배

필자가 아는 꽤 잘나가는 선배는 인맥이 좋다고 소문났습니다. 경조사 잘 챙기고 잘 웃고 유머도 있고 일주일에 2-3회 비즈니스 골프는 기본. 그래도 뭔가 다른 노하우가 있나 싶어 물어봤더니 자신이 관리하는 실세들한테 야동을 보내준다고 씩 웃습니다.

"엥, 야동?", "모르겠냐? 그 사람들 돈 많은데 무슨 선물이 필요해. 와인, 골프채 사주는 놈들은 하수야. 고개 숙인 남자의 속을 봐야지. 누가 그 점잖은 사람들한테 야동을 보내주겠어." 음... 고수다.

"그건 누가 선배님한테 보내줍니까?", " 정기적으로 보내주는 애들이 있어. 그걸로 우리는 묶이지" 일타 쌍피 인맥관리가 되는 게 그 빌어먹을 야동이라니.
 
정사가 있으면 야사가 있습니다. 야사는 입으로 기록되는 역사입니다. 빌라도 총독이 예수처형을 결정한 게 아내하고 싸워서라고 하고 <다빈치코드>는 시온수도회 야사를 배경으로 엄청난 베스트셀러가 되었죠. 해리포터, 반지의 제왕, 뱀파이어, 드라큘라... 다 야사를 배경으로 한 것들입니다.
 
마케터가 정사만 알면 반쪽 마케터입니다. 야사는 우리 실제 이야기 구조와 닮아있고 인간 본능에 근접해있기 때문에 욕구를 다루는 마케터는 이 야사를 들여다보아야 합니다. 조선후기의 성 풍속을 다룬 신윤복의 그림은 아마도 양반네들 서랍장 깊은 곳에 숨어있었을 것입니다. 선배의 야동처럼. 금강산도 식후경이라고 욕망을 풀어야 점잖아질 수 있죠.

여자, 소비자, 고개 숙인 남자, 정치판도 정사와 야사 두개의 겉과 속을 가지고 있을 겁니다. 여기서 조심할 것. 상대편 입장에서 그걸 들여다보려는 남자, 기업, 고개 빳빳한 젊은 놈, 국민도 야사만 캐려고 하지 말고 거꾸로 정사도 있음을 봐야 시각이 완성된다는 것. 야사만 자꾸 캐면 양녕대군처럼 어리버리 폐세자됩니다.
 
정사와 야사를 잘 믹스해 내는 것이 `인텔리전스 +아이디어`입니다. 앞에 그 폐간된 정직한 잡지는 조사데이터에 나온 품격여성의 정사(正史) 욕구와 인간으로서 가지는 야사의 욕망을 다 이해하고는 찐한 소설이나 남자 누드 사진 같은 걸 군데군데 넣어줘야죠.

예술로 포장해서. "이거 그래도 주제가 있는 야동이야. 내 수준을 뭘로 보고." 독자가 둘러댈 거리는 주는 게 배려죠. 할리우드 영화가 그런 거 잘 하잖아요. 배웁시다. 숙녀 속에 탕녀있고 악 속에 필요악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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