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쩍않는 약가, 치솟는 원가…제약업계 '몸살'

머니투데이 김명룡 기자 2008.07.08 1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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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류비,배송비,수입원료 등 상승 요인 겹쳐…원화상승도 한 몫

고유가, 원화 약세 등 우리 경제를 옥죄고 있는 요소들이 제약업계에도 악영향을 끼치고 있다. 일부 의약품의 경우 원화 약세에 따른 원료값 상승, 유가상승에 따른 물류비와 포장비용 증가, 공장가동에 따른 고정비용 증가 등으로 원가가 크게 높아지고 있다.

8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A제약사는 물류비, 포장비용 등의 증가로 기초수액제제의 원가가 올해 초와 비교해 평균 30%정도 늘었다.



유가 상승에 따라 운송비와 보관료 등 물류관련 비용만 20%정도 상승했다. 기초수액제는 다른 약품과 달리 부피가 커, 원가에서 물류비용이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 수액을 담는 플라스틱 용기와 박스 등 부자재는 올해초에 비해 10% 인상됐지만 협력업체들이 추가인상을 요구하고 있어 제약사의 부담을 더 커질 전망이다.

지난해 기초수액 생산업체들은 모두 영업이익이 적자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가 기초수액값을 인상하지 않는 이상 이같은 적자폭은 더욱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제약업계 한 관계자는 "보험재정 절감을 위해 약가 인하가 불가피하다 하더라도, 기초수액제와 같이 국민에게 꼭 필요한 필수의약품 중 적자가 불가피한 품목에 대해서는 적정 수준의 약가인상을 해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원료값 인상도 제약회사들의 경영을 압박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지난해 의약품 수입액은 47억8000만달러, 수출액은 14억7000만달러로 무역수지 33억1000만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원화 약세 상황에서 무역수지가 적자를 기록할 경우 국내 제약사의 손실은 더 커지게 된다.

제약업계 한 관계자는 “유가의 영향을 크게 받는 유기화합물 원료는 연초보다 값이 30% 가량 올랐다”며 “원화 약세의 양향으로 일부 의약품의 실질적인 원료가격은 40% 이상 늘어났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까지는 재고원료로 그나마 손실을 지탱해 왔다”며 “재고가 바닥이 나는 하반기에는 원료인상에 따른 본격적인 타격이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현재 전량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독감백신의 최근 원액값이 40%나 급등했다. 이 역시 원료값 상승과 원화약세가 가장 큰 요인으로 꼽히고 있다. 특히 국내 제약사의 수입의존도가 높은 유럽산 원료의 가격이 인상되고 유로화환율까지 오르면서, 독감백신 원액의 값은 급등세를 보이고 있다.



독감백신은 거의 수입에 의존하고 있어 독감백신의 가격도 불가피하게 인상될 것으로 보인다. 백신 공급업체 한 임원은 “백신원료 인상 뿐 아니라 백신제조에 따른 공장가동비용도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며 “정부가 독감백신을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으로 유지할 경우 손실이 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채산성이 맞지 않을 경우 제약회사는 생산을 포기하는 사태가 일어날 수도 있는 셈이다.

국내 제약사들이 채산성을 이유로 해당 의약품의 생산을 중단하고 이를 수입으로 대체할 경우 국가적으로 더 큰 손실에 직면할 수도 있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국내 제약사 한 관계자는 “국내제약사들이 제품 생산을 중단할 경우 다국적제약사 제품을 수입해야 한다”며 “이 경우 비싼 외국제 수액제를 수입해야 하는 것은 물론 원활한 물량 공급이 어려워 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국내 제약사의 수익을 적절하게 보장하는 선에서 약가 결정이 이뤄져야 의약품을 전량 수입에만 의존하게 되는 불상사를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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