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쌍용차 기술유출논란,중국행 때문?

머니투데이 이진우 기자 2008.07.06 1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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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하이차 인수후 수년째 의혹 제기..쌍용차 "도대체 언제까지…"

# 2004년 7월 27일 서울힐튼호텔. 당시 최동수 조흥은행장은 쌍용차 주채권은행장 자격으로 중국 상하이자동차(SAIC)와 매각 양해각서(MOU)를 체결하면서 "마치 부모가 딸을 시집보내는 것 같다"고 심경을 밝혔다. 외환위기 와중에 부실의 나락에 빠진 쌍용차를 채무 재조정을 통해 수익을 내는 기업으로 변모시켜 매각하는데 따른 기쁨과 함께 아쉬움도 큰 듯 보였다.

당시 차 업계 안팎에서는 수십년간 쌓아온 한국 자동차 기술이 유출될 것이란 우려가 잇따랐다. 중국이 향후 한국차를 위협하는 경쟁자로 부상하는 부메랑 효과를 걱정하는 목소리도 높았다. 최 행장은 매각이 마무리 된 뒤 기자와 만나 "세계 여러 자동차 메이커에 매입의사를 타진했지만 (중국업체 말고는) 사겠다는 곳이 전혀 없었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이후 2년여가 흐른 2006년 8월. '우려했던' 기술유출 문제가 본격 불거지기 시작했다. 쌍용차 (5,500원 ▼150 -2.65%) 노조는 "상하이차가 투자를 게을리 한 채 기술이전에만 혈안이 되고 있다"며 공장문을 걸어 잠그는 이른바 '옥쇄파업'까지 벌였다. 기술유출 논란은 그 해 11월 소진관 당시 쌍용차 사장이 전격 경질되면서 더 확산됐다.

소 사장은 회사를 떠나는 날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 지금 무슨 말을 할 수 있겠냐"고 말했다. '할 말은 많지만 회사에 누를 끼치지 않기 위해 지금은 참겠다'는 뉘앙스였다. 결국 소 사장의 후임으로 발탁된 최형탁 현 사장과 장쯔웨이 당시 중국측 대표는 기자간담회까지 열어 "사장교체와 기술유출 문제는 전혀 무관한 사안"이라고 적극 해명하기에 이르렀다.



# 다시 2년여가 흐른 2008년 7월. 검찰이 지난 4일 경기도 평택의 쌍용차 종합기술연구소를 전격 압수수색했다. 상하이차가 하이브리드 관련 기술을 빼갔다는 의혹을 확인하기 위해서다.

쌍용차는 일단 "사실과 다르다"며 적극 부인하고 나섰다. "연구단계의 하이브리드 기술을 개발 중에 있으나 이를 양산화할 수 있는 단계는 아니기 때문에 기술유출은 있을 수 없다"는 주장이다. 쌍용차는 한발 더 나아가 "상하이차가 하이브리드 양산기술을 이미 보유하고 있어서 오히려 쌍용차가 제공받는 방안을 고려 중"이라고 강조했다.

쌍용차 임직원들은 매각 이후 수년간 진행된 이 같은 일련의 사태를 지켜보면서 착잡한 심경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진실은 검찰 수사 등 법적절차를 통해 밝히면 되지만 그 때까지 쌍용차에는 계속 '기술유출 의혹'이 따라다닐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쌍용차는 그동안 중국기업이 대주주라는 사실을 외부에 적극적으로 알리지 않아 왔다. 매각 이후 줄곧 따라다닌 '중국 대주주'란 꼬리표가 회사 이미지에 큰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쌍용차는 고유가 여파 등으로 지난달 내수시장에서 고작 1902대의 차를 판매하는 최악의 실적을 올렸다. 이런 마당에 기술유출 논란이 확산될 경우 대외 이미지 실추 등 큰 후유증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쌍용차의 한 관계자는 "아마 미국·유럽 등 선진국 메이커가 쌍용차를 인수했다면 지금까지 (기술유출) 논란에 휘말리는 일은 없었을 것"이라며 "언제까지 '중국원죄'에 시달려야 하는지…"라며 안타까움을 표했다. 그는 "이번 수사가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던 기술유출 의혹을 오히려 말끔히 털어낼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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