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M이라고 부도나지 말란 법 없다"

머니투데이 유일한 기자 2008.07.03 0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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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메릴린치發 충격에 주가 15% 폭락… GM "유동성 이상무"

-메릴린치 부도가능성 언급, 54년 이후 최대 하락
-토요타 선전에 GM 등 미국 업체 위기
-GM "유동성 풍부하다"

미국 산업화와 현대 제조업의 상징인 제너럴 모터스(GM)의 부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리포트가 월가는 물론 미국 경제에 파문을 던졌다.



메릴린치의 한 애널리스트 분석이었지만 파장은 적지않았다. 당장 부도가 날 가능성은 높지 않지만 미국 경제의 심각한 침체를 보여준다는 점에서 충격은 컸다. 전세계 금융시장도 적지않게 영향받을 것으로 보인다.

◇GM "Bankruptcy is not impossible"
"제네럴 모터스(GM)라고 부도 나지 말란 법 없다(Bankruptcy is not impossible)"
2일(현지시간) 메릴린치의 존 머피 애널리스트가 GM에 대해 내린 진단이었다. 처음으로 부도가능성까지 언급한 것이다. 사실 GM의 유동성 위기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그러나 부도라는 단어가 공식화됐다는 점에서 남다른 관심을 받았다. '시장이 더 악화된다면'이라는 전제를 달긴 했지만 부도 가능성 자체만으로도 투자자들은 몸서리를 쳤다.



머피는 "이번 투자의견 하향 조정은 미국 자동차 판매 감소로 시장이 예상하는 것보다 더 큰 자금을 모집해야할 것이란 관측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GM이 필요한 자금조달 규모는 150억달러로 제시했다. 이는 뱅크오브아메리카(BOA)의 80억달러, JP모간체이스의 100억달러보다 훨씬 컸다.

이날 GM 주가는 15% 폭락한 9.98달러로 마감했다. 1954년9월2일 이후 최저가였다. 하루 낙폭은 1987년10월19일 블랙먼데이 이후 가장 컸다. 다우 30 종목에서 이탈이 불가피하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GM이라고 부도나지 말란 법 없다"


◇한참 늦은 메릴린치 리포트
시장 상황이 악화된다면 언젠가는 부도가 날 수 있다. 어떤 기업이 장기간 계속되는 환경 악화속에서 버틸 수 있겠는가.
GM의 상황이 좋다고 보는 이는 거의 없다. 그러나 머피의 분석도 적지않은 문제를 안고 있다는 지적이다. 전형적인 뒷북 리포트라는 평가가 나온다. 부도가 날 수 있다고 언급하면서 투자의견은 매도가 아니라 시장수익률 하회로 제시했다. 목표가는 7달러로 75% 낮췄다. 이같은 목표가 조정은 정상이 아니다. 이미 GM 지난 1년새 74%나 하락했다. 다우 30 종목중 최대하락이다. 늦어도 한참 늦은 목표가 조정이었다.


메릴린치 보고서는 또 전날 GM이 지난 6월 판매실적이 전년 대비 18%감소했다고 밝힌 이후 나온 후속 조치 성격이 강했다. 포드는 28%, 토요타는 21%나 줄었다.

미국 자동차 판매 감소가 새로운 이슈는 아니다. 휘발유 소비자가격이 갤런당 4달러를 넘어가면서 이들 회사들의 주력 제품인 픽업트럭과 중대형 승용차 판매가 급격히 감소하고 있기 때문이다.



◇GM의 입장은
GM는 이날 레니 라시드-머렘 대변인 명의의 이메일을 통해 "자사는 충분한 유동성과 재무적인 유연성을 갖고 있으며 이에 따라 올해 필요한 자금조달에 문제가 없다"고 공식 밝혔다. 더불어 "GM은 구조조정 비용을 줄이고, 비핵심 자산 매각을 강화하며, 다른 자본 비용을 늦추거나 없앨 계획"이라고 밝혔다. 지난 3분기말 GM은 240억달러 규모의 현금과 매각가능한 증권을 보유중이다. 또 70억달러를 외부 금융기관에서 끌어들일 수 있는 길을 터두었다.

구조조정은 갈수록 강도가 세지고 있다. 전날 GM은 판매 실적 악화를 발표하며미3분기중 미국내 자동차 생산을 12% 줄인 90만대로 조정했다. GM은 고유가에 대비해 기름을 많이 먹는 트럭 생산을 줄이고 대신 경차 생산을 늘리기로 했다.

◇토요타가 GM 위기의 핵심
GM은 올해 미국 자동차 업계 전체 판매량을 1430만대로 제시했다. 지난해 판매량은 1480만대. 내년 판매량은 1530만대에서 1400만대로 줄였다. 2000년 이후 연평균 판매량 1680만대를 크게 밑돈다.



배경에는 일본 토요타가 있다. 전날 GM 차이나는 지난 상반기 중국 판매증가율이 14%에 그쳤다고 밝혔다. 일년전 19% 증가율에서 크게 둔화된 것이다. 토요타와 폭스바겐과의 경쟁이 강화됐기 때문이라고 자체 분석했다. 중국에서 GM은 가장 큰 외국 자동차 메이커다. 여기서도
토요타를 비롯한 경쟁업체들의 선전이 두드러지고 있는 것이다.

토요타의 6월 미국 판매도 많이 줄었다. 하지만 토요타는 2개월 연속 세계 1위 판매량을 달렸다. 1위 자리는 언제나 GM이었다. 토요타가 기름이 많이드는 픽업, SUV, 밴 비중이 높은 미국 업체들을 제친 것이다.

◇투자자들, GM 추가하락에 베팅
부도 가능성까지 공식 제기되자 투자자들은 추가하락에 대비하고 있다. 이미 투자자들은 폭락을 대비했었다. GM 주식에 대한 숏포지션(공매도)은 지난해말 5400만주에서 지난 13일에는 1200만주로 급증했던 것이다.



2033년 만기인 금리 8.375%의 GM 채권은 이날 1.96센트 하락, 달러당 57.04센트에 거래됐다. 채권수익률이 14.99%로 튀었다. 채권 가격은 GM이 적지않은 위기에 빠졌음을 고스란이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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