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전망]돌고돌아 다시 리먼으로

머니투데이 유일한 기자 2008.07.01 1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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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어스턴스가 매각된 이후 제2의 베어스턴스가 될 것으로 지목된 리먼 브러더스. 6월 중순 이 은행 최고경영자(CEO)인 리차드 펄드가 "회사는 문제가 없다"고 해명하며 한고비 넘기는 듯 했지만 시장 참여자들을 설득하는데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리먼은 월가의 메이저 은행중 규모가 가장 작고, 상업은행이라는 든든한 배경도 없다. 보유자산중 서브프라임 모기지 증권의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다는 지적을 받으면서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다는 의혹을 계속 받고 있다.



리먼 주가는 6월 마지막날 20달러 아래로 떨어졌다. 종가는 11% 떨어진 19.81달러. 이 은행 주가가 20달러 아래로 떨어지기는 2000년 이후 8년만이다.

유상증자 등을 통한 자금수혈에 따른 주식 가치 희석을 고려해도 리먼 주가는 요즘 정상이 아니다. 6월 반기 결산 마지막날, 손실이 심한 리먼 주가를 무조건 털어내려는 펀드매니저들의 투매까지 가세한 것으로 전해졌다.



리먼은 2분기에만 47% 떨어졌고 올들어서는 70% 폭락했다. 1993년부터 회사를 이끌어온 펄드 CEO는 주가가 20달러를 이탈한 이날 보스턴에서 기관투자가들과 만남을 가졌다.
[뉴욕전망]돌고돌아 다시 리먼으로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모임에서 펄드는 회사를 매각하거나 현재의 위기에 항복하는 어떤 의사를 비치지 않았다. 그러나 시장에서는 리먼이 현재의 시가총액 이하로 매각될 것이라는 소문이 무성했다. 펄드가 결국 회사를 매각할 수 밖에 없는데 베어스턴스의 전례를 볼 때 현재가보다 낮은 가격에 팔릴 수 밖에 없다는 게 골자였다. 스위스의 UBS가 매각될 수 있다는 소문까지 나오는 국면이지만 리먼의 매각설은 질이 나빴다.

WSJ는 리먼에 정통한 2명의 관계자를 인용해 매각이나 추가적인 대규모 상각이 계획돼 있지 않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겁많은 트레이더들과 투자자들은 공포심에 젖어 주식을 던졌다.


리먼의 폭락이 반기말이라는 시기적인 특성에 따른 펀드매니저의 포트폴리오 교체에 따른 것이라면 짧은 반등도 기대할 수 있다. 그러나 소문이 어느 정도 사실이라는 게 하나둘 드러난다면 지금도 비쌀 수 있다. 투자자들은 베어스턴스 사례에서 많은 것을 경험한 상황이다.

WSJ의 지적처럼 지난 분기 28억달러의 순손실을 내고, 60억달러를 조달하는가하면 사장과 최고재무책임자(CFO)가 물러났다는 악재가 잊혀질 때까지 리먼에겐 더많은 시간이 필요할 지 모른다.

베어스턴스의 위기를 넘긴 월가, 리먼 브러더스라는 지뢰를 잘 피하는가 싶더니 유가폭등에 따른 인플레이션 악재에 사실상 좌초하고 말았다. 인플레 문제도 다 풀지 못했는데, 다시 리먼이다. 편안한 하반기를 기대하기 어렵다.

기술적 반등을 기대하기에는 너무 초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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