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염과 마케팅, 그리고 예술관

박정수 현대미술경영연구소장 2008.07.17 1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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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위크]미술품 투자와 감상법, 예술가의 이미지

“수염을 왜 기르세요”라는 우문에 예술가들은 흔히 “보통 아니에요. 나름대로 다듬지 않으면 무척 흉하죠. 왜 기르냐구요? 그냥요”라는 명쾌한 현답을 내놓는다.

화가하면 빵떡모자와 파이프 담배, 덥수룩한 수염이 먼저 떠오른다. 예술가들이 지닌 이미지로 고착화된 느낌이다. 그렇다면 예술가들은 왜 수염을 기를까. 다소 지저분하게 느껴진다 해도, 옷을 우스꽝스럽게 입어도 예술가이기 때문에 용납되고 이해되는 부문이 많다. 예술가가 특별한 것이 아니라 그의 정신과 그의 예술관이 특별해서다. 좋은 미술품을 보기위해서는 미술에 담긴 특별한 예술을 이해하여야 한다. 좋은 예술품을 생산해 내기만 한다면 수염이 어떠하고 성격이 삐딱한들 어떠랴.



조선시대 성리학의 대가 김굉필도 양쪽 수염을 가지런히 입에 물고 형을 받았다고 전하며 유학자 김장생은 자신의 영정을 그리지 못하게 했는데 단 한가닥의 수염도 틀리게 그리면 본 모습이 아니기 때문이라 했으니 대단한 수염의식이 아닐 수 없다.

또 하나의 이야기로 조선 태종은 외손자 권총을 몹시 귀여워하였는데 어느 날 임금을 배알하고 있는 한 노신의 기다란 수염을 권총이 가위로 싹둑 자르는 변고가 있었다. 이에 옥사가 일어났고 태종은 "잘 모르고 한 일이니 죽음만 면해주기 바란다"하고 남대문 밖에 유폐시켰다고 한다. 이렇듯 수염은 일종의 권위나 여타의 상징성을 가지고 있었다.



화가들의 작품과 수염을 결부시켜 보아도 특별하게 다른 부분은 발견해 낼 수 없다. 물론 작품을 보는 지극한 심미안이 부족하여 차별성을 구분할 수 없을런지는 몰라도 기르는 사람이나 그렇지 않은 사람이나 예술성과는 별반 차이를 느끼지 못한다.
개개의 차이가 있지만 수염으로 인해 작업에 임하는 자세나 예술의 정열이 가중된다면 그러한 사람들은 반드시 수염을 길러야 한다. 수염을 길러서 진정으로 예술가스럽게(?)보여진다면 이 또한 수염을 길러봄직 하다.

화가와 수염의 상관관계를 무엇이 분명히 있다고 말할 수는 없다. 중요한 것은 수염을 길러서 작업에 도움이 되고 예술가의 마케팅 방법에 있어 도움이 된다면 길러봄직도 하다. 그러나 수염을 길러서 혐오감을 제공하거나 시각적 불편함을 제공하면서 까지 ‘예술가이니까…’를 주장한다면 왠지 머쓱할 것 같다.

예술가의 수염은 뭔가 모를 그 무엇이 있다는 불가지론(不可知論)에까지 도달시킬 필요는 없다. 개개의 개성이 중요시되는 예술가들만이 가진 특이한 성격과 직결되는 문제이다.


간혹 권무형과 같은 예술가를 만나기도 한다. 재불(在佛) 화가인 그는 자신의 작품을 위하여 수염과 머리를 기른다. 그의 작품 ‘명상’은 자신의 신체는 자연의 부속물이며 신체는 자연과 동화되고 순응되는 과정의 일부라 생각한다. 자신의 몸이 작품의 소재인 것이다. 덥수룩하다 하기에는 너무나 길어버린 머리카락과 수염, 자연 순환의 일부로서의 털이다.

10년 전 머리를 삭발하고 난 후 매번 자라나는 머리카락과 수염, 거기에 주인이 되는 자신의 몸을 사진으로 이미지화 시켜 작품으로 생산해 내고 있다. 2008년 현재 무릎까지 내려온 머리카락이 바닥에 닿으면 또다시 삭발하겠다고 한다. 생성과 순환의 과정을 이야기 한다.
권무형, 명상, 사진, 109cm×187cm(자신의 작품 앞에 선 작가)권무형, 명상, 사진, 109cm×187cm(자신의 작품 앞에 선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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