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통 차단' 현대차 노조

머니투데이 이진우 기자 2008.06.29 1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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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반투표 앞두고 홈피 자유게시판 외부접근 차단.."비판여론 귀막기" 비판

금속노조 현대자동차지부(현대차 노조)가 파업 찬반투표를 앞두고 노조 홈페이지 내에 있는 자유게시판에 대한 외부인들의 접근을 차단했다.

'쇠고기 정치파업' 투표를 전후해 불거졌던 노조 집행부의 강경투쟁을 비판하는 외부여론의 유입을 막고, 갈수록 확산되고 있는 조합원들의 내부 비판여론이 외부로 유출되는 것을 막기 위한 고육책으로 보인다. 현재 금속노조 지침에 따라 파업 찬반투표를 진행하고 있는 국내 완성차 4개사 노조 중 홈페이지 자유게시판의 외부접근을 막아 놓은 곳은 현대차 노조가 유일하다.



이에 따라 노조 집행부가 투쟁 동력 약화를 우려해 외부 비판여론에 귀를 막고 입맛에 맞는 말만 들으려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현대차 노조는 지난해에도 임단협 투쟁을 본격화하면서 홈페이지 자유게시판을 잠정 폐쇄한 바 있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 (250,500원 ▲4,500 +1.83%) 노조는 26일부터 이틀간 진행되는 파업 찬반투표를 앞두고 이번 주 초부터 조합원임을 증명하는 ID와 비밀번호를 입력해야만 홈페이지 내 자유게시판에 들어갈 수 있도록 바꿨다. 노조측은 특히 노조 게시판에 글을 올릴 수 있는 조합원의 자격도 일부 제한하기 시작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현대차 노조 조합원이 아닌 외부인들은 이번 파업 등과 관련한 내부의 분위기를 파악하기 어려워졌으며, 조합원들조차 마음대로 글을 올릴 수 없는 상황에 놓였다.

윤해모 금속노조 현대차지부장은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노조) 자유게시판은 조합원들보다 외부인들이 더 많다"며 "한 사람이 수십 건씩 글을 올리고 출처가 불명확한 글을 언론에서 인용하면서 조합원의 여론인양 보도하는 것은 문제"라고 말했다.

이번 자유게시판에 대한 외부접근 차단은 '불순한' 세력의 작전과 언론의 '의도적' 비판을 막기 위한 조치로 해석된다.


실제로 현대차 노조는 지난 12~13일 진행된 '쇠고기 관련 총파업' 찬반투표가 사실상 부결(금속노조 전체적으로는 가결)되는 등 정치파업에 대한 안팎의 거센 비판여론에 시달려 왔다.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내부 게시판에 파업투쟁을 비판하는 글이 잇따라 올라오고 언론이 이를 보도하면서 또다시 투표결과에 악영향을 미칠 것을 우려해 이같은 조치를 취한 것 같다"며 " 안팎의 다양한 의견을 감안하지 않고 집행부의 입장만을 일방적으로 전달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노조 집행부는 실제로 자유게시판의 외부접근을 차단하면서도 홈페이지에 올라 있는 노조소식지를 통해 "찬반투표 기권은 부결이다. 반드시 참여해 압도적으로 가결하자"며 조합원들의 파업찬성을 독려했다.

금속노조 현대차지부는 지난 26~27일 전체 조합원 4만4757명을 대상으로 파업 찬반투표를 실시한 결과 투표 참여자 4만1373명 가운데 3만24명(67%)이 찬성표를 던져 파업을 가결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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