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 정두언에 '경고'··與 권력투쟁 잦아드나

머니투데이 오상헌 기자 2008.06.13 1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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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대통령 "묻지마식 인신공격 발언 걱정"...입지 좁아진 정두언 반응 주목

이명박 대통령이 13일 "일부 의원의 묻지마식 인신공격 발언들이 걱정스럽다"며 정두언 의원을 비판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여권내 권력투쟁 양상이 새 국면을 맞고 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오전 안경률 한나라당 의원을 청와대로 불러 독대한 자리에서 '권력사유화'와 발언에 이어 친형인 이상득 전 부의장에 대해 '정치일선 퇴진'을 요구한 정 의원의 언행을 강하게 질책했다고 안 의원측이 전했다.



이 대통령은 "한나라당은 국민에게 걱정을 끼쳐드리는 일은 자제해야 한다"며 "국민의 바람은 한나라당이 민생경제를 살리는 것과 어려운 정국을 풀어가는 것인데 당내 문제로 힘을 소진해서는 안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쇠고기 파동과 경제 여건 악화 등의 국정 위기 상황에서 촉발된 당내 권력투쟁에 깊은 우려를 표명한 것이다.



이 대통령은 특히 "시국이 어렵고 엄중해 우리가 힘을 합쳐 난국을 헤쳐나가야 하는데 일부 의원의 묻지마식 인신공격 행위와 발언들이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이 전 부의장이 권력을 사유화하고 있다며 퇴진을 공개 요구한 정 의원의 주장을 '인신공격 행위와 발언'으로 규정한 셈이다.

이 대통령이 친형인 이 전 부의장을 편드는 것으로 비칠 수 있다는 점까지 감수하면서까지 이런 언급을 내놓은 것은 당내 갈등이 민심 수습의 장애물로 작용할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인 것으로 해석된다.


정면충돌로 치닫고 있는 양측의 갈등이 계속될 경우 국정 위기를 수습하기는커녕 민심 이반 사태가 더욱 가속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이 전 부의장과 정 의원간 갈등의 골은 박영준 청와대 기획조정비서관의 사의 표명 이후 더욱 깊어지는 모습이다.

특히 정 의원이 지난 11일 '이상득 퇴진론'을 제기한 이후 양측의 갈등은 여권내 세대결 양상으로 확전되고 있다.

홍준표 원내대표 등 당 지도부가 이날 정 의원의 행보에 제동을 걸고 나선 것도 이 대통령의 경고 메시지와 같은 맥락으로 읽힌다.

홍 원내대표는 이날 주요당직자회의와 라디오 인터뷰에서 정 의원을 향해 "2인자 행세를 하고 실세로 있다 이제 와서 대통령의 형을 물고 늘어지는 것은 옳지 않다"며 "해당행위가 계속되면 좌시하지 않겠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임태희 정책위의장도 "당이 상당히 어려운데 안에서 싸울 일이 있더라도 멈추고 바깥일을 먼저 해결하는 게 정도"라며 정 의원을 비판했다.

백성운 의원 등 이 대통령의 직계 측근그룹인 안국포럼 출신 초선 의원들도 전날 정 의원과 조찬을 함께 하면서 "더 이상 당내 분란을 조장하지 말라"는 뜻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고승덕, 나성린 의원 등 수도권과 영남 초선 의원 20명 역시 전날 모임을 갖고 정 의원에 대한 비판적인 의견을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통령과 침묵하던 당내 '관망파'들이 일제히 이 전 부의장의 손을 들어준 셈이다. 이에 따라 고립무원 상태에 놓인 정 의원측의 반응이 주목된다.

정 의원은 지난 12일 김용태 의원을 통해 "이상득 의원과 끝을 보겠다"며 전면전을 선언한 상태다. 그러나 이 대통령과 당 지도부로부터 동시에 경고 메시지를 받으면서 입지가 급격히 축소될 전망이다.

당내에선 이 대통령의 언급을 계기로 여권 실세간 권력투쟁이 잦아들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벼랑 끝'에 몰린 정 의원이 충정과 진정성을 강조하기 위해 '의원직 사퇴' 등 마지막 수를 둘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한편, 사실상 칩거모드에 돌입한 이 전 부의장은 이날부터 공식 면담 일정을 모두 취소하고 오는 17일 일본을 방문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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