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P1조클럽②]기은캐피탈 '턱에 찬' 단기차입

더벨 황철 기자 2008.06.12 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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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리포트]저금리 조달 유혹, 건전성 악화 ‘자초’

이 기사는 06월11일(11:06) 머니투데이가 만든 프로페셔널 정보 서비스 'thebell'에 출고된 기사입니다.


캐피탈사만큼 외부 차입에 절대적으로 의존하는 업종도 드물다. 은행예금과 같은 수신 기능이 없다보니, 다른 곳에 손 벌리는 것 외에 이렇다 할 자금 조달 수단을 찾기 어렵다. 한마디로 ‘빚 내서 돈 장사’를 하는 게 이들의 영업구조다.



그만큼 캐피탈사는 태생적으로 신용위기에 취약한 업종리스크를 안고 있다. 차입금 의존도가 워낙 커 사소한 신용 이슈에도 충격파가 유난하다.

이런 상황에서 조달과 운용의 미스매치문제가 불거지면 사태는 심각해진다. ‘CP 1조 클럽’에 이름을 올리고 있는 몇몇 기업 중 기은캐피탈이 유독 크레딧 시장의 주목을 받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CP 비중, 업계 평균 두 배 이상

기은캐피탈의 단기차입금 비중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지난달 말(5월31일 현재), 기은캐피탈의 단기차입금(기업어음, 콜머니, 1년 만기 일반차입)은 1조6055억에 달한다. 전체 차입금 2조1733억원의 73.9%가 1년 이하 단기조달인 셈이다.


30%선에서 등락하는 업계 평균과는 비교 자체가 무색할 정도다. 단기조달 비중이 50%선을 넘나드는 롯데·하나캐피탈을 제외하면 나머지 업체들의 단기조달 비중은 10∼20% 초반대에 불과하다. 차입 규모가 큰 몇몇이 여신사 전체의 신용리스크를 키우고 있는 격이다.

특히 기은캐피탈의 단기차입금 중 기업어음(CP)의 비중은 가히 절대적이다. 기은캐피탈의 CP 잔액은 1조3975억원으로 단기조달액의 87%를 차지하고 있다. 전체 차입금과 비교해도 64%에 해당하는 액수를 CP로 충당하고 있다.



과거 상황을 보더라도 기은캐피탈은 CP와 함께 성장한 기업이라는 말이 절로 나올 정도다. 지난해 1월말 CP잔액 1조를 돌파한 이후 줄곧 ‘1조 클럽’의 터줏대감으로 자리 잡았다. 매년 수천억씩 CP 순증액을 보태며 차근차근(?) 신용리스크를 쌓아왔다. 기은캐피탈에게 CP는 마르지 않는 자금조달의 원천이나 다름없다.

[CP1조클럽②]기은캐피탈 '턱에 찬' 단기차입


물론 CP가 주도한 단기차입금 증가가 곧바로 조달 안정성을 위협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기은캐피탈처럼 단기 일반대출(벤처투자 중심)과 팩토링을 주업무로 해 왔던 기업에게 무턱대고 신용위험을 운운하는 것에도 무리가 따른다.

금융자산과 부채의 만기가 적절히 매칭된다면 당장 신용불안에 봉착할 가능성 또한 줄어든다. 특히 차입금을 영업활동의 재원으로 활용하고 있는 캐피탈사들에게 1bp의 금리차도 무심히 넘길 수 없는 영업전략의 핵심 사안이기도 하다.



기은캐피탈이 시장의 근심 섞인 눈총에 억울함을 호소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백종덕 기은캐피탈 자금관리부장은 “지금까지 주력했던 벤처투자나 할부(팩토링) 자산은 3개월 내외로 운용됐다”면서 “만기 구조를 맞추면서 낮은 금리로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CP에 대한 활용도가 높은 것은 영업 전략의 일환”이라고 말했다. 또 “CP 중 1년 만기물이 60% 이상이어서 안정성 또한 어느 정도 담보돼 있다”고 덧붙였다.

자산/차입금 만기매칭 악화



그럼에도 시장의 시각은 여전히 부정적이다. 기은캐피탈이 최근 부동산PF, 할부/리스 등 중장기대출 시장으로 영역을 확장하고 있지만, 단기조달 비중은 전혀 줄어들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또 비교적 만기가 긴 1년물 CP 비중이 크다고 해도, 늘어나는 장기대출자산 만기구조와 일치시키기에는 역부족인 면이 있다.

윤영환 굿모닝신한증권 크레딧 연구원은 “금리 차이로 수익을 얻는 캐피탈사의 영업구조상 단기차입금이 상대적으로 많은 것은 일견 당연한 일”이라며 “그러나 (사업다각화 등으로) 자산운용 구조와 규모가 변한다면, 조달구조 역시 만기 상환에 적절히 매칭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금융자산 증가 수준에 비해 부채가 과도하게 늘고 있는 것도 문제로 지적된다. 기은캐피탈은 지난해 하반기 금융자산 순증분을 초과하는 수준으로 차입금을 늘려 왔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하반기 기은캐피탈의 차입금 순증액은 금융자산증가액보다 1533억원이나 많았다.

[CP1조클럽②]기은캐피탈 '턱에 찬' 단기차입
이 대목에서도 기업은행의 단기차입금은 핵심적 역할을 했다. 지난 수년간 단한번도 CP증가 추세가 꺾인 적이 없다는 점이 이를 방증한다.



이런 상황 하에서 내부가용자금이 줄어드는 것은 불보듯 뻔한 일이고, 건전성 지표로 활용되는 조정자기자본비율 또한 하락을 면치 못하게 된다.

실제로 지난해 말 기은캐피탈의 조정자기자본비율은 9.79%로 전년(10.49%) 대비 현격히 떨어졌다. 이와 함께 신용 위험에 대한 저항력이 줄어든 것 또한 예견할 수 있는 일.

신평사 한 관계자는 “아무리 자산과 부채간 만기구조를 맞춘다고 해도, 단기조달 비중이 크면 자금시장경색 등 신용이슈가 발생 시 조달안정성이 급격하게 떨어지게 된다”며 “고질적 업종리스크로 회사채 시장 진입까지 어려운 상황에서 캐피탈사 한 곳의 부실은 여전사 전체로 퍼져나갈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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