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우디 "기술을 넘어 표준을 만든다"

잉골슈타트(독일)=강기택 기자 2008.06.02 1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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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잉골슈타트 아우디 본사를 가다

아우디포럼의 고객센터아우디포럼의 고객센터


'시장과 고객'. 아우디 본사 한쪽에 자리 잡은 고객센터의 문패다. 아우디 차량을 구매한 고객들은 이곳에서 차를 픽업해 갈 수 있다. 해마다 6만명의 고객이 갓 태어난 차를 직접 인도해 간다. 탄생 때부터 차와 인연을 같이 하도록 배려한 것이다.

공장지대보다는 공원 같았다. 네개의 원이 일렬로 겹쳐진 아우디 로고를 단 여러 종류의 차량들이 줄지어 늘어서 있는 풍경 속에 사람들은 올드카를 시승하거나 차 앞에서 사진을 찍거나 혹은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아우디 포럼(Audi Forun). 구글의 캠퍼스 개념처럼 독일 남부 바이에른주의 수도 뮌헨에서 약 60㎞ 떨어진 소도시 잉골슈타트에 있는 아우디의 캠퍼스다. 부지는 220만평방미터로 모나코 공화국이 들어가고도 남을 크기다.

아우디 잉골슈타트 공장 전경아우디 잉골슈타트 공장 전경


본사와 공장, 기술연구소, 교육센터, 자동차박물관, 레스토랑, 극장 등이 한곳에 어우러진 복합단지인 아우디 포럼이 2002년 12월 문을 연 뒤 잉골슈타트는 바야흐로 '아우디의 도시'가 됐다.

연간 50만~60만명이 아우디포럼을 찾고 있고 지역 주민의 60%가 아우디와 관련된 일을 하고 있다. 잉골슈타트 전체 인구 12만명 중 아우디 직원만 3만1000여명이다.

잉골슈타트 공장에서 아우디는 A3, A4, A5, TT를 통틀어 하루 2340대의 자동차 차체를 만들고 도장작업을 진행한다. 오는 10월에 한국에 출시할 A3 모델 비중이 900대로 가장 높다.


아우디 A3 생산라인아우디 A3 생산라인
이 공장의 가장 두드러지는 특징은 자동화율이다. 프레스공정의 경우 자동화율은 97%다. 용접도 모두 로봇이 하며 로봇에 특수카메라를 달아 용접의 상태를 컴퓨터 화면으로 확인하게 된다. 도장공장의 자동화율도 95%에 이른다.



사람들이 하는 일이란 통유리로 된 사무실에서 공정이 제대로 돌아가고 있는지 지켜 보고 설비를 유지보수하는 정도다. 최종 조립공정의 일부만 사람의 손을 거칠 뿐이다. 공장 내에서 사람의 모습을 그다지 볼 수 없는 것은 이런 까닭이다.

공장 안내를 맡은 아우디의 왈터 오베르호퍼씨는 "지금은 다른 자동차회사들이 쫓아 왔지만 8년전 설비를 도입할 당시만 해도 잉골슈타트 공장의 자동화율은 획기적인 수준"이었다고 말한다.

자동화율이 높다는 것은 그만큼 기술과 생산성에서 앞서간다는 뜻이다. 아우디의 '기술을 통한 진보'라는 슬로건이 단지 슬로건이 아니라 핵심공장인 잉골슈타트 공장에서 이미 구현되고 있는 셈이다.



아우디 박물관 '뮤지엄 모바일'아우디 박물관 '뮤지엄 모바일'
아우디는 그동안 전륜구동과 왼쪽 핸들, 알루미늄 차체, 세계 최초 4륜구동 세단 등 세계 자동차업계의 표준이 된 기술들을 지속적으로 선보여 왔다. 2006년에는 TDI 디젤엔진을 경주용차에 얹는 최초의 시도를 해 르망레이스에서 우승한 것도 유명한 일이다.

고객에 대한 배려, 기술에 대한 집념에 이은 아우디의 강점은 노사관계다. 1958년 잉골슈타트 공장이 설립된 이후 이렇다 할 파업 없이 공장이 가동되면서 최근 12년 동안 연속적으로 매출과 이익이 늘었다.



오베르호퍼는 "경영자와 노조가 생산물량이나 이익분배 등에 대해 논의한다"며 "노사 관계가 매우 좋은데다 급여도 상당한 편"이라고 귀띔했다. 뮌헨 주변 지역의 물가가 센 편인데 이를 견딜 수 있는 수준이라는 것이다.

아우디는 자사의 역사를 담은 박물관 이름을 '뮤지엄 모바일(Museum Mobile)로 지었다. 박물관 책임자인 칼 와인호퍼씨의 "움직인다는 것이 키워드"라는 말마따나 아우디 포럼은 차도, 사람도, 기술도, 역사도 모두 '움직이고 있는 공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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