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진연행 시위대 100여명, 사실상 강제연행?

조철희 기자 2008.05.28 1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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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밤 미국산쇠고기 수입반대 촛불집회에 참여한 일부 시민들이 가두시위 중 서울광장에서 경찰에 연행되고 있다.   <br>
↑27일밤 미국산쇠고기 수입반대 촛불집회에 참여한 일부 시민들이 가두시위 중 서울광장에서 경찰에 연행되고 있다.


미국산쇠고기 전면수입에 반대하는 나흘째 가두시위 중 100여명의 시민들이 경찰에 자진연행됐다는 보도가 이어지는 가운데, 시위대와 네티즌들은 사실상 강요된 선택으로 강제연행과 다를바 없다고 문제제기했다.

이날 경찰의 시위대 강제해산 과정을 중계한 인터넷방송 동영상을 보면 27일 밤 12시경 서울시청 앞 서울광장에서 경찰에 둘러쌓여 있던 일부 시위대는 실제로 자진해서 경찰버스에 올라탔다.



당초 촛불집회 참가 시민 5000여명은 이날 밤 9시30분부터 거리행진을 시작했다. 그로부터 한시간 뒤 경찰이 시위대를 저지하고 나서 양측간 충돌이 이어졌고 곧이어 시위대는 뿔뿔이 흩어졌다.

이 과정에서 100여명의 시위대가 서울광장에서 경찰 포위망에 고립됐다. 김영수 남대문경찰서장은 시위대를 향해 "야간 미신고 집회를 했고 불법적으로 도로를 점거했으니 곧 연행하겠다"고 소리쳤다.



시위대는 청계광장에서 해산할테니 길을 열어달라고 경찰에 요구했지만 경찰은 포위망을 풀지 않았다. 경찰에 항의를 거듭하던 시위대는 결국 자진연행을 선택했다.

'광우병 국민대책회의' 관계자는 "자진연행이긴 하지만 전원 강제연행하겠다고 하는 상황에서 시민들이 의경들과 소모적 충돌을 피하기 위해 합리적 고려를 한 것"이라며 "죄가 있어도 정부에 항의한 죄밖에 없으니 조사할테면 해보라는 비장한 고려였다"고 말했다.

인터넷으로 이 과정을 지켜본 한 네티즌은 "시위대를 고립시켜 연행을 종용하는 것이 어떻게 자진연행이냐"며 "기죽은 시민들을 끌고가는 폭압연행과 다름없다"고 말했다.


경찰관계자는 "당시 100여명의 시민들 중 일부 시민들에게는 연행 방식을 취할 수밖에 없었지만 상당수 시민들이 자진해서 호송차에 올라탔다"며 "남대문서장이 연행 사유를 고지하자 마찰을 원치않은 일부 시민들이 스스로 (호송차에) 타겠다고 한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28일 오전 10시 국민대책회의와 시민사회단체 관계자들을 비롯해 미국산쇠고기 수입반대 인터넷 카페 회원들은 경찰청을 항의방문해 연행자 석방을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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