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에버 인수실패는 롯데의 굴욕?

홍기삼 기자, 백진엽 기자 2008.05.15 1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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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르푸 이어 홈에버도 인수 실패" vs "롯데, 현명한 선택했다" 시각 나뉘어

롯데그룹은 현명한 선택을 한걸까. 아니면 다시는 붙잡을 수 없는 기회를 스스로 놓아버린 걸까.

이랜드계열 홈에버가 삼성테스코 홈플러스에 인수된 것과 관련해 롯데그룹의 선택을 놓고 상반된 시각이 나오고 있다.

우선 대형마트업계 2위인 홈플러스가 홈에버를 인수하면서 롯데마트와의 격차를 확연히 벌여 ‘만년 3위’ 롯데마트 이미지가 굳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홈에버 인수 후 홈플러스의 총 점포 수는 102개로 급증해 신세계 (154,900원 ▼1,300 -0.83%) 이마트(112개)에 육박하고 롯데마트(56개)와는 격차를 더욱 벌리게 됐다.

이때문에 롯데가 홈플러스에 홈에버를 내주면서 과거 한국까르푸를 이랜드에 내준 실패를 되풀이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롯데가 홈에버를 놓치면서 대형마트업계의 주역 자리를 차지할 기회를 잃었다는 평가다.



박진 우리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이마트는 영업이익 마진이 8%로 고수익 체질을 갖춘 가운데 자체브랜드(PB) 상품과 글로벌화 등으로 마진 하락 압박을 상쇄시킬 수 있지만 롯데마트는 영업력과 자본력이 약해 성장세 둔화 영향이 더 크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롯데 측은 적극적인 반론을 펼치고 있다. 홈에버 인수전을 지휘한 황각규 롯데그룹 정책본부 국제실장(부사장)은 15일 “애널리스트들이 롯데마트 점포를 획기적으로 늘릴 수 있는 마지막 기회인데 왜 안 사냐고 지적했다”며 “우리도 사고는 싶었지만 가격이 너무 비쌌다”고 말했다.

황실장은 “2조3000억원이라는 가격은 말이 안되는 가격”이라며 “애초 까르푸 인수당시 1조7000억원에다가 그동안의 이자비용 정도만 줘도 되는데 연간 2000억원의 적자를 보는 회사를 저렇게 높은 가격에 사는 건 이해가 안 간다”고 덧붙였다.


비싼 가격을 주고 무리하게 사느니, 오히려 안 사는게 낫다는 것이다. 겉보기에는 롯데가 홈플러스에 밀려 인수에 실패한 것으로 보이지만 사실상 롯데의 선택이 현명했다는 것이다.

허인철 신세계 경영지원실장(부사장)도 “롯데가 이번에 현명한 판단을 했다고 생각한다”며 “홈플러스가 이번에 무리수를 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아울러 홈에버가 현재 비정규직 전환을 놓고 노사간 심각한 마찰을 빚으면서 인수 이후 조기에 정상화되기는 어렵지 않겠냐는 전망도 인수 매력이 떨어지는 이유로 지적됐다. 노동조합을 다뤄본 경험이 전혀없는 삼성물산 (48,100원 ▲2,300 +5.0%)출신 인사들이 다수 포진한 삼성테스코의 관리능력도 시험대에 들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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