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에버 LBO 실패이유 "과도한 차입금"

더벨 정호창 기자 2008.05.16 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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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에버 매각]⑧자기자본 16.3%에 불과.. 노조문제도 못풀어

이 기사는 05월15일(10:59) 머니투데이가 만든 프로페셔널 정보 서비스 'thebell'에 출고된 기사입니다.


이랜드그룹의 차입매수(LBO) 방식을 이용한 까르푸 인수는 결국 '실패'로 돌아갔다.



자기자본이 빈약한 상태에서 LBO 방식을 이용한 무리수가 어떤 결과를 보여주는지 여실히 보여준 케이스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금호, 유진, 이랜드그룹은 최근 1~2년 사이 LBO 방식의 M&A를 통해 몸집을 불린 기업들이라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지난 2006년 금호는 대우건설을, 이랜드는 까르푸를 각각 LBO 방식으로 인수했고, 유진그룹은 지난해 하이마트를 같은 기법으로 인수했다.



이 중 이랜드가 인수한 까르푸(현 이랜드리테일)는 불과 2년만에 삼성테스코에 재매각되는 처지가 됐다. 이랜드가 LBO 인수로 인한 재무부담을 견디지 못하고 결국 백기를 든 셈이다.

LBO(leveraged buy out)는 매입대상 회사의 자산을 담보로 해서 인수자금을 조달하는 기법을 말한다. 결국 매수자들이 좀 더 손쉽게 M&A를 시도할 수 있다. 하지만 거액의 차입금 때문에 인수 후 자기자본비율이 크게 떨어져 신용위험이 높아지는 문제가 있다.

실제로 이랜드 외에도 금호, 유진 등은 LBO 인수로 인한 후유증을 톡톡히 겪고 있다. 금호와 유진 모두 높은 유동성 위험으로 인해 자금조달시장에서 경쟁사에 비해 낮은 신용등급을 부여받고 있다.


하지만 이들 두 그룹은 비록 어려움을 겪고 있긴 하지만 이랜드처럼 코너에 몰리지는 않을 것이라는게 일반적인 시각이다. 그렇다면 이랜드가 두 그룹과 달리 불과 2년만에 백기를 든 이유는 뭘까?

가장 큰 이유는 이랜드가 까르푸 인수시 지나치게 낮은 자기자금으로 무리한 LBO를 추진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이랜드가 까르푸 인수대금으로 지불한 비용은 1조7100억원. 이중 자기자금은 고작 2800억원으로 인수대금 중 자기자본 비율이 16.3%에 불과했다.



금호와 유진이 대우건설과 하이마트를 인수할 당시 각각 45%, 30.7%의 자기자본을 투입한 것에 비하면 턱없이 낮은 수치다. 즉 출발부터 무리할 정도로 차입금이 많았기 때문에 재무부담을 이기지 못하게 됐다는 설명이다.

전문가들이 내놓는 또 다른 이유로 이랜드 그룹의 운영 미숙을 들 수 있다. 재무적 부담에도 불구하고 미국 등 선진국에서 LBO 방식의 인수가 활발한 것은 인수 후 차입금과 그 지불이자에 대한 세액공제로 절세효과가 생겨 현금흐름(캐시플로우)이 좋아지기 때문이다.

따라서 인수 후 영업활동을 통한 현금창출이 일정 수준만 받쳐준다면 무리없이 인수기업을 운영해 나갈 수 있다. 그러나 이랜드는 인수 후 1년만에 비정규직 노조와의 갈등으로 1년 넘게 개점 휴업상태에 들어갔다.



이로 인해 이랜드리테일은 지난해 1조5767억원의 매출을 올렸지만 649억원의 영업손실, 1939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수익 창출은 고사하고 매달 갚아야 할 금융비용조차 만들지 못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이는 이랜드가 까르푸를 인수할 당시 고용문제에서 좋은 조건을 내걸어 가산점을 받은 사실에 비춰보면 매우 아이러니한 상황이다. 결국 노조문제를 합리적으로 조기에 풀지 못한 경영진의 운영 미숙과 관리력 부재가 재무구조를 더욱 악화시키는 촉매제가 된 셈이다.

업계 관계자는 "이랜드그룹에게 LBO 방식의 M&A는 독이 든 성배가 될 수 밖에 없었다"며 "게다가 1년 가까이 영업 활동이 중단되면서 2년만에 백기를 들 수 밖에 없게 됐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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