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값 내릴땐 언제고"...수입차 '조삼모사'

머니투데이 김지산 기자 2008.05.13 1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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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조 15일부터 가격 인상... 한 차종 모델 구분하는 꼼수도 병행

수입차 업체들이 환율변동에 따른 환차손을 핑계로 줄줄이 가격 인상을 단행할 조짐이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푸조는 이달 15일(계약일 기준) 이후 출고되는 주요 차종에 대해 1.1~3.7%까지 가격을 인상키로 했다.

가격 인상폭이 가장 큰 모델은 207GT. 푸조는 이 모델을 3종류로 구분해 옵션별로 가격을 인상했다. 가죽시트를 국산으로 대체해 옵션 사양을 낮추거나 타이어 휠의 폭을 나누는 방식으로 나뉘었다.



국산 가죽시트를 채용한 207스포츠의 경우 신규차량으로 분류, 가격을 기존 2990만원에서 110만원 낮춘 2880만원으로 조정했다. 또 16인치 휠이 적용된 차는 기존 차보다 가격이 2.0%(60만원) 오른 3050만원에, 17인치 휠의 모델은 3.7%(110만원) 오른 3100만원에 결정됐다.

이밖에 307SWHDi, 307SWHDi-D, 407SW 2.0HDi-S, 407HDi-S Elec Pack 등은 1.1~1.3%(40~50만원)까지 다양하게 가격을 높였다.



푸조측은 가격 인상 배경에 대해 "유로 환율 상승으로 인해 부득이하게 가격 인상을 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부분변경 또는 옵션 업그레이드 등을 통해 가격을 인상해오던 자동차업계의 관행과 달리 푸조의 과감한 가격 인상에 소비자들은 불만을 나타냈다.

불만이 가장 큰 부분은 207GT 모델이다. 이 모델은 최근 푸조가 골프 대회 또는 화이트데이 이벤트 행사에 상품으로 내놓는 등 전략 차종으로 전사적 홍보가 집중됐다.


인지도가 높아지자 차를 세 종류로 나누고 가격 인상을 차등 적용해 인상했다는 비난을 피해가려는 '꼼수'를 부렸다는 게 소비자들의 지적이다. 207스포츠의 경우 오히려 가격을 내려 소비자 부담이 줄었다고 해명하고 있지만 가죽시트를 저렴한 국산으로 바꾸는 바람에 가격을 인상한 것과 다름없다는 설명이다.

수입차업계의 가격 인상은 예견돼왔다. 앞서 BMW는 이달초 최고급 럭셔리 컨버터블 650i를 출시하면서 차값을 160만원정도 인상해 1억7280만원으로 정하고 볼보도 S80 3.2 Exe와 S80 4.4 AWD Exe를 내놓으며 800만~1700만원 올렸다.



수입차업계 관계자는 "푸조가 가격 인상을 놓고 상당히 고민했던 것으로 안다"며 "수입차 업계 전반에 가격 인상에 관한 공감대가 형성돼 있어 브랜드별로 가격 인상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환율 상승에 따른 가격 인상이라고는 하지만 수입차업계를 바라보는 소비자들의 불신은 커질 수밖에 없다. 지난해 5월 BMW를 시작으로 대부분 수입차업체들은 가격 인하 경쟁을 벌이던 것과는 정반대의 행보를 걷고 있기 때문이다.

수입차업계의 가격 인상에 대해 소비자단체의 한 관계자는 "환율 변동에 따른 수익성 변화를 예측하지 못하고 1년만에 가격을 함부로 조정하는 건 소비자 신뢰를 무너뜨리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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