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씨는 "5000만원대를 훌쩍 넘는 독일제 세단을 타면 좋겠지만 차값도 부담스러울뿐더러 유지비도 만만치 않을 것 같아 질 좋고 싸다는 CR-V 구매를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수입차 시장의 판도가 배기량 4000cc를 넘나들며 1억원을 호가하는 고급 중형 이상 차종에서 2000cc 미만에 가격도 비싸봐야 4000만원대 초반인 차들로 넘어올 조짐이다.
가격대에서도 수입차 치곤 중저가인 4000만원 이하의 판매 비중도 몰라보게 늘었다. 올 1분기 판매현황을 보면 4000만원 미만의 차는 4908대가 팔려 전체의 31.3%를 차지했다. 이는 지난해 22.8%보다 10% 포인트 가까이 증가한 수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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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1억원 이상 초고가의 럭셔리 차는 지난해 1분기 16.3%에서 올해는 9.4%로 10% 아래로 급감했다.
가격대별 수입차 선호도가 중저가로 빠르게 이동한 것은 주로 미국에서 검증이 끝난 혼다와 같은 넌 프리미엄(non-premium) 브랜드가 수입차 시장을 빠르게 잠식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올 1분기 혼다는 어코드와 씨빅 모델을 앞세워 4000만원 이하의 차를 2734대 판매했다. 이는 1분기 전체 수입차 판매량의 17.4%에 달하는 수로서 혼다에서 비롯된 저가 수입차 돌풍은 수입차 전체에 확산되는 현상으로 이어지고 있다.
닛산, 미쓰비시, 토요타 등 일본 대중차들은 물론 콧대 높은 유럽의 프리미엄 브랜드들조차 낮은 배기량의 저렴한 차를 들여올 조짐이다.
실제로 아우디의 경우 조만간 배기량 1984cc짜리 5도어 해치백 A3 모델을 국내에 들여올 계획이다. 이 차는 벌써부터 이미 시장의 지대한 관심을 받고 있는 데 그 이유는 4000만원대 초반에 팔릴 예정이기 때문이다. 해치백 자체로도 이미 실용주의 차의 대명사이기 때문에 독일 프리미엄 브랜드의 대표격인 아우디로선 상당한 모험이라는 게 업계의 평가다.
이 모델은 국내에 데모카 형태로 2006년에 생산된 2대가 들어왔다가 그 중 1대가 얼마전 중고차 시장에서 3400만원에 팔리기도 했다.
수입차업계는 일본을 필두로 한 대중차 브랜드들이 국내 시장에 대대적인 상륙을 시작하면서 프리미엄 브랜드들도 중저가의 실용적인 차량을 다수 소개하는 쪽으로 전략이 수정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유로환율 강세로 유럽 브랜드들이 가격을 다시 인상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어 브랜드간 가격 경쟁이 제대로 효력을 발휘할 수 있을지는 더 두고봐야 한다는 지적이다.
수입차업계 관계자는 "자동차가 사치이던 시절에는 부자들은 고가의 외제차에 수요가 몰렸지만 이제는 수입차의 대중화 시대를 맞아 합리적이고 실용적인 소비가 주류로 부상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