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초들의 삶과 희망을 담아내다

박정수 연일아트 대표 2008.05.21 1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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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위크]미술품 투자와 감상법 / 민화

만일 시골에 수백년이 넘은 고택이 있다면 다락방에 관심을 둘만하다. 수많은 세월을 거치면서 다락방의 벽지를 붙이고 또 붙여서 두툼한 상태라면 벽지를 커다란 수조에 담궈 보자. 혹 거기서 오래된 민화가 발견될지도 모른다. 잘 그려진 민화라면 수백만원 이상의 가치를 가지고 있다.

지금 당장 시골에 전화를 걸어 벽지두께가 얼마나 되는지 물어보자. 로또보다 당첨 확률이 높다. 신규 아파트 입주 시즌이 되면 단지 정문 주변의 수많은 그림들이 입주민들을 유혹한다. 거실을 장식할 요량이라면 이것 역시 한두점 사두어도 좋다. 300~400년 후쯤 민화로 남아 후손들에게 훌륭한 유산이 될지도 모른다.



고구려 벽화에서부터 출발한 것으로 볼 수 있는 민화(民畵)는 우리 민중이 한반도 땅에서 삶을 이어 오면서 생활과 삶의 철학, 생활감정으로 발전시켜 온 독특한 회화 양식으로 구체화된 지극히 우리 정서화 된 미술품이다. 이런 민화에 대한 관심이 최근들어 크게 높아지고 있다. 특히 민화는 모 방송국의 미술품 감정 프로그램에도 자주 등장하리 만치 우리에게 친숙해 졌다. 하지만 미술사적 조명이나 민화가 지니고 있는 독특한 미학적 연구와 미술사적 연구는 아직 미미한 상태이다.

현대미술에 밀려 예술적 가치가 없다고 치부되면서 밀려났던 민화이지만 그림 속에 담겨진 정겨운 정서와 서민의 희망이 강조되는 그림들로 평가받으면서 귀한 미술품으로 대접받는 시대가 되었다. 민화의 아름다움과 소박하면서 단순화된 화면 구도, 미적 정서에 담겨진 민족 감성의 모습들이 새롭게 조명되면서 재평가되고 있다. 현재도 보존상태가 우수하고 희소성 있는 민화들은 몇백만원에서 많게는 몇천만원에 거래되고 있다.



일반적으로 민화라 하면 옛날 주택의 벽장문이나 다락의 벽면, 산사(山寺)나 비각 등에서 많이 발견되는 미술품이다. 시골집을 기억해 보면 대들보다 부엌에서 올라가는 다락 한 귀퉁이에 귀신이나 까치, 호랑이, 삼신할미, 화조(花鳥) 등의 그림을 본 사람이 많을 것이다. 대다수가 작자 미상으로 작가의 서명이나 낙관이 없는 것이 특징이다.

이들은 무속신앙(巫俗信仰)에서 나온 주술적(呪術的) 의미를 지니고 있어 무속화(巫俗畵)라 불리기도 한다. 민화의 소재로는 권선징악(勸善徵惡)의 민간신앙이나 조선시대의 십장생도(十長生圖), 문방사우(文房四友)나 책걸이 등이 변형적이거나 기형적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산수도나 금강산도, 초충도(草蟲圖), 풍속도, 문방도 등 그 소재가 무한하다.

이러한 민화는 무병장수(無病長壽), 부귀공명(富貴功名), 다산(多産), 벽사구복(벽邪求福)을 나타내는데 특히 재앙과 액운, 나쁜 병을 몰아내주고 있는 벽사의 그림은 정월 초하루에 선물하던 세화가 되었으며 그 소재로 호랑이를 많이 사용해 왔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까치 호랑이는 신년의 새로운 소식과 나쁜 기운은 물리친다는 뜻에서 까치와 호랑이를 함께 그린 벽사사상(벽邪思想)을 담고 있다. 또한 호랑이는 사악함을 물리친다는 벽사의 의미 외에도 땅의 상스런 기운을 눌러주거나 소지한 사람의 건강과 부귀를 지켜 준다는 믿음이 강해 부적보다 더한 효력을 가진 상징물로 여겨져 왔다.

작가미상, 까치호랑이, 조선시대<br>
이미지 출처:(주)한국미술품 경매(http://www.ikaa.co.kr)작가미상, 까치호랑이, 조선시대
이미지 출처:(주)한국미술품 경매(http://www.ika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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