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우리나라 미술시장에서 누드 작품은 거의 매매되지 않는다. 옷 벗은 사람의 모습이 천박해 보인다거나 집에 걸어두기 민망해서 그러한 것만은 아닌 듯하다. 어쩌다가 즐거운 마음으로 전시장에 들렸는데 옷 벗은 누드 작품이 있으면 시선을 어디에 둬야할지 당황스럽기까지 하다.
우리나라의 서양화 중에서 최초의 것으로 기록되어 있는 작품은 1916년 일본 도쿄미술학교에 유학했던 김관호 화백이 졸업 작품으로 그린 ‘해질녘’이다. 일본 문부성전람회의 특선작품임에도 당시의 신문은 벌거벗은 부인 둘이 뒤로 향한 모양이라는 설명만 있을 뿐 사진을 싣지 않았다고 한다.
에로틱 아트는 인간의 성행위와 관련된 이미지로 관능미와 매혹적 상황의 전개를 주요 테마로 잡는다. 시대의 비판 혹은 성문화의 문제점 등과 연결되는 경우가 많다. 포르노그라피는 그리스어 pornographos에서 파생된 말로 창부(porn)에 관한 것(graphos)을 뜻하기 때문에 성애를 다루는 하나의 형식을 의미하며 '포르노'는 포르노그라피의 약자이다. 예술이냐 외설이냐의 문제에 이르면 포르노는 외설성을 의도적으로 재현하는 것이다. 때문에 이러한 것들은 순수한 의미의 누드회화와는 차이가 있다.
대중과의 소통이 용이하지 않은 누드를 왜 그리는 것일까? 여인의 곡선이 아름답기 때문이라는 말은 맞지 않다. 옷이라는 가면을 없앤 후 가장 본래적인 육체를 통한 감정을 그려내고자 한 것은 아닐까. 누드모델을 두고 그림을 그리는 것 역시 감정표현을 위한 정지동작을 인간만 할 수 있는 일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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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영진의 ‘꿈’은 인간의 본래적 순수성을 지향하는 누드화이다. 옷 벗은 여인의 모습을 통해 삶의 감성과 존재의 가치를 이야기 한다. 생명력 넘치는 육중한 양감과 건강한 피부의 색감을 거친 붓질을 배경으로 무한한 상상력을 동원하게 하는 작품이다.
신영진. 꿈. 72.7×50.0. oil on canvas. 20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