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특검, 고민 끝 '경제' 선택

머니투데이 서동욱 기자 2008.04.17 1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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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희 회장 등 핵심 관련자 10명 불구속기소

삼성특검, 고민 끝 '경제' 선택


삼성 의혹에 대한 특검 수사가 착수 99일만에 끝을 맺었다.

지난해 10월 김용철 변호사와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의 폭로 이후 6개월여 만이다. 특검팀은 최대 수사 기간인 105일을 대부분 사용, 수사 만료일을 6일 앞둔 17일 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특검, 고민 끝에 경제 선택
특검이 이건희 회장 등 핵심 관련자 모두를 불구속 기소키로 한 것은 방대한 수사 범위 등 수사 자체의 어려움에도 기인하지만 '비즈니스 프렌들리'로 대표되는 현정부의 '경제살리기'를 반영한 것으로 해석된다.



특검 수사는 무차별 압수수색과 무제한 계좌추적으로 대표된다.

특정 기업을 상대로 장기간 수사를 진행, 수뇌부마저 구속할 경우에 예상되는 파장을 특검팀으로서도 외면하기 어려웠을 것으로 보인다. 삼성이 국가경제에 차지하는 비중과 현재의 어려운 경제상황 등을 고려하면 더욱 그렇다.



수사 범위가 방대하고 조사할 내용이 쉽지 않았다는 점도 특검팀의 고민을 깊게했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 대선 정국의 격랑 속에서 탄생한 '삼성특검법'에는 삼성에버랜드.서울통신기술의 전환사채 발행, 삼성SDS 신주인수권부사채 발행, e삼성의 회사지분거래 등 4개의 고소.고발사건이 명시돼 있다.

이밖에 불법 비자금 조성 및 정·관계 로비의혹도 포함됐다. 삼성그룹을 둘러싼 의혹 대부분이 망라돼 있는 것이다.


삼성특검이 수사기간과 지원인력 등에서 역대 최대 규모라고는 하지만 105일 안에, 제기된 의혹 모두를 조사해 밝혀낸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 특검의 첫번째 고민은 이렇게 시작됐다.

수사가 착수되기도 전에 '조준웅 특검의 임명이 적절치 않다'는 시민단체 등의 지적도 수사팀의 김을 빼 놓았다. 조특검은 '고위직 검찰 출신이어서 삼성의 로비 대상이었을 가능성이 있다'는 말과 함께 수사를 시작해야 했다.

수사 자체의 어려움도 특검팀을 더욱 힘들게 했을 것으로 예상된다.

에버랜드 전환사채 저가발행사건의 경우 검찰의 '수사지연'에 대한 논란이 있지만 전환사채 발행 후 11년만인 지난해 5월 2심 선고가 나오는 등 법리적 쟁점은 치열하다.

전환사채의 '저가발행'을 놓고 학계에서는 "신주를 발행할 때 최대한 높은 가격으로 발행할 의무는 없으므로 저가발행이 이사의 배임이 될 수 없다"는 논리와 "회사법적으로 저가발행은 회사에 손해를 입히는 것으로 봐야 한다"는 주장이 맞붙기도 했다.

이 전무가 운영한 'e 삼성'이 적자가 나자 삼성 계열사들이 지분을 매입해 줬다는 'e삼성 사건' 역시 관련자들의 '배임'행위를 입증하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게 대다수 법조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지난달 13일 이재용 전무 등을 불기소 처분한 특검팀은 계열사들의 지분 매입이 △이재용씨의 경제적 손실과 사업실패를 막기 위한 목적으로만 보기 어렵고△계열사들의 정상적인 내부 의사결정에 따른 것이고 △적정가격에 주식이 매수됐다면 배임 행위를 인정하기 어렵기 때문이라고 불기소 사유를 설명했다.

'로비'수사 또한 어려운 수사 중 하나다. 계좌추적 등을 통해 결정적 증거가 나오지 않을 경우 당사자들의 진술에만 의존해야하기 때문이다. 심증은 있는데 물증이 없어 처벌하지 못하는 말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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