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족주의에 대한 예술적 반항

박정수 연일아트 대표 2008.04.30 1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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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위크]미술품 투자와 감상법 / 팝아트

“가벼운 마음으로 즐겨라.”

이 말은 보통사람의 것이 아니라 예술생산자의 것을 말한다. 미술 투자의 관점에서 예술가가 가벼운 마음으로 만들어낸 미술품에 관심을 두자는 말이다. 가벼운 마음으로 바라본 것들이 세계 미술시장을 종횡무진 누빈다. 삼성특검을 통해서 알려진 리히텐슈타인의 ‘행복한 눈물’이 83억원을 호가한다고 한다. 그저 그렇게 어떤 여자가 눈물방울 흘리는 그림이다.

앤디워홀이라는 화가의 꽃 시리즈 중 `라지 플라워`가 2001년 뉴욕 크리스티 경매에서 82억원에 낙찰 되었고 2005년에 ‘플라워’라는 것이 76억원에 2007년 같은 경매에서 `포풋 플라워`라는 작품이 77억원에 낙찰 되었다. 또한 미국사회의 영원한 우상이라는 마릴린 먼로 시리즈도 만만치 않다. ‘레몬 마릴린’이 273억원, ‘오렌지 마릴린’이 158억원이라는 어마어마한 금액으로 팔리고 있다.



이들 모두의 작품경향을 팝아트라고 한다. 팝아트가 뭐길래 이렇게나 말이 많은가. 팝아트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값싸면서 대량 생산된 어떤 물건이나 이미지를 차용하여 미술로 옮겨내는 방법의 것이다.

앤디워홀은 자신의 작업실을 공장이라 칭하면서 거의 대다수의 사람들이 이미 알고 있는 이미지를 자신의 작품으로 옮겨왔을 뿐이다. 팝아트는 1950년대 전후에 유행하던 어려운 추상미술에 대한 반발로 발생되었다.



무엇을 말하는지도 잘 모르면서 특권층들이 즐기는 예술에 대한 짜증스러운 반항이기도 했다. 미술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더라도 이해할 수 있게 하는 미술의 필요에 의해 탄생된 것이다. 팝아트는 대중예술이라고 번역된다. 여기서 대중이란 사회의 특수층(지배계급 혹은 경제적 부를 획득한 소수의 재벌)을 제외한 대다수의 사람을 이야기한다.

미국의 팝은 어떤 상태나 현상을 묵묵히 바라보면서 익명성과 상징성을 가진 사회에 대한 외면적 요소가 있으며 영국의 팝은 경제대국으로서의 향수와 산업사회의 불합리성, 자연의 파괴 등에 대해 직접적으로 관여하면서 비판적이고 냉소적이면서도 낭만적 모습을 지닌다.

중국의 팝은 천안문 사태 이후 자본의 급속한 유입에 따른 사회적 변화를 바라보며 일본에서의 팝은 2차 세계대전의 패배로 인한 군국주의의 붕괴와 미국 자본사회의 수용에서 오는 개인적 성향이 강하다. 우리나라는 1880년대 광주민주항쟁 이후의 사회상황이 중심이 되어있다. 급격한 사회구조의 변화와 IMF, 열화와 같은 금모으기 운동과 월드컵의 열기 등 쇼(show)를 중심으로 한 연출이 중심이다.


“쇼를 하라”고 한다. 텔레비전을 틀기 무섭게 ‘쇼를 하면 공짜’라는 광고가 시선을 잡는다. 기발하고 유머러스하고 엽기적인 마케팅으로 시청자의 헛웃음을 유발시킨다. 연출의 시대이다. 무엇인가를 원한다면 이를 위하여 노력하는 것보다 거짓증언과(좋은 말로, 연출) 우기기로 원하는 바를 습득한다. 이편이 노력보다 빠르기 때문이다.

김미정의 그림은 늘 보아왔던 회전목마의 모습이다. 즐겁고 유쾌한 놀이동산의 생명이 없던 목마가 환영의 공간을 배회한다. 거짓 생명을 가지고 있다. 거짓말 하는 피노키오의 코와도 같다. 그러면서 그림에는 싱싱한 젊은 피가 흐른다. 알고 보면 따뜻하고 자세히 보면 행복을 추구하는 즐거움이 있다. 가볍지만 가볍게만 볼 수 없는 'show 세대'를 사는 오늘의 모습이다.
김미정, A merry go round, 97.0X130.3cm, oil on canvas, 2008김미정, A merry go round, 97.0X130.3cm, oil on canvas,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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