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회장 "범죄집단이라 생각한적 없다"

머니투데이 류철호 기자 2008.04.04 1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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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특검 3대 비리 의혹 조사,수사기한 재연장

삼성을 둘러싼 3대 비리 의혹의 최정점에 있는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4일 삼성특검팀에 피의자 신분으로 전격 소환됐다.

이회장 "범죄집단이라 생각한적 없다"


이 회장이 수사기관에 소환되기는 지난 1995년 11월 노태우 전 대통령 비자금 사건과 관련해 검찰 조사를 받은 이후 13년 만이다.

이날 이 회장은 당초 예정된 오후 2시가 조금 안된 시간에 검정색 벤츠 승용차를 타고 이완수 변호사 등 삼성 측 관계자 2명과 함께 서울 한남동 특검사무실에 도착했다.



이 회장은 검정색 정장과 회색 넥타이 차림에 다소 수척한 모습으로 특검사무실 2층 로비로 들어섰다.

로비에서 이 회장은 "에버랜드 전환사채(CB)발행 실권을 직접 지시했나", "삼성생명 차명주식이 본인의 상속재산이 맞나", "계열사 비자금 조성 지시한 적이 있나", "경영권 불법 승계 과정에 대해 직접 보고받았나" 등 비리 의혹과 관련된 취재진들의 질문에 "그런 기억이 없다, 잘 모른다"란 답변으로 일관했다.



이 회장은 이어 "글로벌 기업 삼성이 범죄 집단으로 몰리는 현 상황이 누구 책임이라고 생각하나"란 질문에 "범죄 집단이라고 생각해 본 적도 없고 그 것을 옮긴 여러분(언론)에게 문제가 있지 않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이 회장은 엘리베이터 안에서 "국민들께 한 마디 해 달라"는 취재진들의 요구에 "여러달 동안 소란을 끼쳐 대단히 죄송하고 진실이든, 아니든 이런 일이 없어야 되고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건강상태를 묻는 질문에는 "그렇게 좋은 편은 아니다"라고 말한 뒤 "이번 사태에 대한 책임을 느끼나"란 물음에 "그룹 회장이니까 당연히 책임을 느끼죠"라고 답변했다.


이 회장은 조 특검과 잠시 면담을 가진 뒤 7층 조사실로 들어갔다.

특검팀은 이 회장이 비리 의혹 전반에 모두 연루돼 있는 점을 감안, '비자금 조성', '경영권 불법 승계', '정·관계 로비' 등 특검 수사대상별로 3명의 특검보들이 돌아가며 조사를 벌일 것이라고 전했다.



윤정석 특검보는 "이 회장은 (삼성을 둘러싼 3대 비리 의혹에)다 연관이 돼 있는 만큼 광범위한 조사를 벌일 방침"이라며 "그 동안 (삼성 전·현직 관계자 등을 상대로)조사를 하는 과정에서 나온 여러 가지 증거나 자료 등을 확인하고 조사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아마도 (조사량이 많아)밤 늦게까지 조사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며 "(이 회장을 상대로)오늘 모든 조사가 마무리되지 않을 경우 다시 부를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특검팀은 이 회장을 상대로 에버랜드 전환사채 발행 당시 직접 전략기획실 등에 사채 발행을 지시했는지와 삼성그룹이 차명계좌를 개설, 운용하는 과정에 관여했는지 등을 집중 조사할 계획이다.



앞서 이 회장은 삼성 불법 경영권 승계 의혹의 핵심인 '에버랜드 전환사채(CB) 헐값 발행 사건' 등과 관련해 시민단체로부터 고발된 상태다.

민주노총은 이 회장 소환에 앞서 이날 오전 특검팀을 방문, 김성호 국정원장 등 삼성으로부터 뇌물을 수수한 것으로 지목된 5명에 대한 고발장을 접수했다.

이 단체는 고발장 접수에 앞서 기자회견을 갖고 "삼성의 로비 대상자들은 우리 사회에 막강한 영향력을 휘두르는 재벌그룹으로부터 떡값 명목으로 뇌물을 수수하고 기본적인 법질서를 무너뜨린 것"이라며 "특검팀은 이들에 대해 엄정히 수사해 응당한 처벌을 내려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한편 특검팀은 수사기한을 재차 연장키로 하고 수사연장보고서를 청와대에 보냈다.

특검팀의 2차 수사기한은 오는 8일까지로 재차 수사기한이 연장될 경우 15일이 늘어 23일 모든 수사가 종료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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