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계절마다 되풀이..재계 총수 검찰소환

머니투데이 오동희 기자 2008.04.03 1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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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군부 국제그룹 해체이후 선거전후 총수 소환 관행화

정치 계절마다 되풀이돼 '익숙해진' 재계 총수의 검찰 소환이 다시 이뤄진다.

대선을 지나 총선을 코앞에 둔 시점에서 특검이 이건희 삼성 그룹 회장을 4일 소환하겠다고 예고하자 정치 시즌의 재계 총수 수난사가 다시 관심을 끌고 있다.

재계와 검찰의 악연은 오래됐지만 한국 기업들이 본격 성장한 80년대 이후 그 수난의 강도는 더욱 강해졌다.



지난 1980년대 신군부가 들어선 이후 양정모 국제그룹 회장은 그들에게 밉보여 검찰 소환뒤 사법처리됐고 국제그룹은 일주일만에 공중분해됐다.

이때부터 정치권이 정치자금을 요구했다가 '문제'가 발생하면 처벌은 재계 총수들의 몫으로 돌아오는 악순환이 본격화됐다.



지난 1995년 전두환, 노태우 두 전직 대통령의 비자금을 위한 검찰 수사가 진행되면서 재계는 시련을 겪었다. 1995년 11월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 최종현 선경 회장, 구자경 LG그룹 명예회장,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 김우중 대우그룹 회장 등 당시 30대 그룹 회장 대부분이 검찰에 소환됐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1995년 노태우 비자금과 관련, 스위스 비밀계좌 연루설이 제기됐으나 검찰이 이를 입증하지 못해 처벌을 면했으나, 2003년 2월 SK 비자금 사태로 구속돼 집행유예를 선고받기도 했다.

2002년 대선후 2003년 말에는 대검 중수부가 `대선자금' 수사에 나서 재벌 총수들이 줄줄이 사법처리될 위기에 놓였으나 당시 그룹 2인자들이 대거 사법처리되는 선에서 마무리됐다.


정치와 관련해 가장 많은 수난은 겪은 곳은 정치 활동이 활발했던 현대가다.

14대 대선 당시 1992년 고 정주영 회장의 5남인 정몽헌 당시 현대상선 사장이 세금 포탈 혐의로 구속기소됐다가 집행유예로 풀려났고, 같은 해 6남인 정몽준 당시 국민당 의원도 `부산 초원복집 사건'으로 불구속기소된 바 있다. 또 정주영 회장은 14대 대선 낙선후 '비자금' 문제로 업무상 횡령과 선거법 위반죄로 사법처리되기도 했다.



2003년초엔 5억달러 대북송금 사건이 터지면서 정몽헌 당시 현대아산 이사회 회장이 불구속기소돼 검찰 조사를 받던 도중 투신자살하는 불운을 맞기도 했다. 지난 2006년 3월 정몽구 현대·기아차 회장은 비자금 문제로 검찰에 소환돼 구속되는 시련을 겪었다.

지난 1995년 전직 대통령 비자금 문제로 검찰에 소환된 후 13년만에 특검의 소환통보를 받은 이 회장은 지난 2월 28일 아들인 이재용 삼성전자 전무, 지난 2일 부인인 홍라희 관장 등과 함께 가족이 검찰에 소환되는 처지에 놓였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정치 계절 때마다 정치인들은 빠진 채 희생양으로 재계 총수들이 검찰에 소환되는 역사가 반복되고 있다"며 "이래서야 기업인들이 제대로 경영활동을 할 수 있겠느냐"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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