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불십년 '에쿠스', "전설은 남는다"

머니투데이 강기택 기자 2008.04.04 1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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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r & Life]'국가대표'로 수입명차와 대결… 연말 10년 세월 마감 '단종'

에쿠스 세단 에쿠스 세단


'대한민국 상류층이 가장 좋아하는 차', '차 도둑들이 가장 선호하는차'. 그 주인공은 바로 '에쿠스'(EQUUS)다. 1999년 4월생인 에쿠스가 올해말 국내 대형차의 지존으로 버텨온 10년 세월을 마감한다.

'에쿠스'는 라틴어로 '개선장군의 말' 이라는 의미 뿐만 아니라 'Excellent, Quality, Unique, Universal, Supreme automotive(세계적으로 독특하고 독창적인 명품자동차)' 라는 뜻을 담고 있다.



에쿠스는 현대차가 자동차 시장의 전면개방에 대비해 '대한민국을 대표하고 수입명차와 겨룰 수 있는 세계최고 수준의 초대형 세단 개발'이라는 목표를 갖고 모든 역량과 기술을 동원해 만든 역작이었다.

총 5200억원을 투입했으며 개발과정에서 시판까지 27개월이 걸렸다. 단기간이었지만 스타일, 성능, 안전도, 편의성 등에서 벤츠, BMW 등 수입차와 직접 경쟁 가능한 수준의 차로 태어났다.



현대차는 에쿠스 신차발표회 행사 때 국무총리를 비롯해 각계 정상급 인사들을 대거 초청해 대한민국을 움직일 수 있는 VIP만을 위한 차라는 점을 강조했다. 이후 지난 3월말까지 국내에서만 11만6788명의 VIP가 이 차를 샀다.

당시 에쿠스 구입고객은 VIP클럽 가입과 에쿠스고객만을 위한 이벤트에 초청받을 수 있었다. 현대차는 세계적인 골프 명강사 리드베터를 데려다 에쿠스 고객을 대상으로 일일 골프워크샵을 여는 등 다양한 타깃마케팅 행사를 진행했다.

보증서비스도 최고급이었다. 3년 6만㎞ 무보수 정비프로그램인 플래티넘서비스는 차량부품 교환, 긴급출동과 견인서비스, 여행과 출장시 정비기간 동안 호텔숙박 제공 등 국내의 어떤 고급차도 시도하지 못했던 획기적인 서비스를 제공했다.


에쿠스 리무진에쿠스 리무진
에쿠스는 출시 4년 뒤인 2003년 22개월에 걸쳐 개발된 '뉴에쿠스'로 진화했고 2005년에는 스마트키 시스템, 2006년에는 전모델에 지상파 DMB 탑재 등으로 명성을 높였다. 이어 지난해에는 명차들의 내장재인 알칸타라 재질을 도어와 시트에 적용했다.

에쿠스를 이용한 이들의 면면도 화려하다. 2002년에는 세계 3대 테너인 루치아노 파바로티, 플라시도 도밍고, 호세 카레라스가 한일월드컵 기념공연 때 에쿠스를 이용했고 같은 해 삼성그룹도 최고경영진의 공식 업무차량으로 에쿠스를 이용했다.



2005년에는 부산 APEC(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체)회의에 참석하는 각국 정상들의 의전용으로 에쿠스 리무진(42대)이 선정돼 각국 정상과 최고위층 인사들에게 그 위상을 알렸다.

현대차 관계자는 "20년 이상 시행되던 수입선 다변화 제도가 폐지돼 수입차의 국내 대형차시장 잠식이 우려되는 상황에서 에쿠스로 승부수를 띄웠다"며 "에쿠스는 지난 9년 동안 국산자동차의 자부심을 지켜왔다"고 말했다.

에쿠스가 전설로 남은 자리는 내년부터 VI(프로젝트명)가 대신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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