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 관장은 지난 2001년부터 2003년까지 삼성 비자금을 이용해 수백억원대의 고가 해외미술품을 구입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으며 수사기관에 나와 조사를 받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비자금-미술품 커넥션' 실체 밝혀질까 = 홍 관장은 삼성가의 비자금 미술품 구입 의혹의 최 정점에 있는 인물로 홍송원 서미갤러리 대표 등을 통해 수백억원대의 비자금으로 해외에서 고가 미술품들을 사들였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앞서 특검팀은 삼성가의 비자금 미술품 구입 의혹과 관련, 지난 2월 중순 홍 관장을 출국금지 조치하고 홍 관장에 대한 소환 시기를 조율해 왔다.
그렇다면, 특검팀이 출국금지 조치 이후 1개월여가 훌쩍 지난 지금에서야 홍 관장을 소환한 이유가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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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특검팀 주변에서는 그 동안 홍 관장의 미술품 구매 대리인 역할을 한 것으로 지목된 홍송원 서미갤러리 대표와 이현숙 국제갤러리 대표 등에 대한 조사를 통해 특검팀이 의혹의 핵심에 어느 정도 접근했기 때문이란 추측을 내놓고 있다.
특검팀이 홍송원씨 등에 대한 조사에서 홍 관장이 미술품 구입에 비자금을 사용한 단서를 일부 포착했을 것이란 얘기다.
또 특검팀이 삼성생명 차명주식 관련 수사에서도 배당금 일부가 미술품 구입에 사용된 정황을 감지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는 만큼 비자금과 미술품의 연결고리를 찾아낸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특검팀이 그 동안 진행한 수사에서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하자 홍 관장을 소환 조사한 뒤 '유야무야' 수사를 정리하려는 게 아니냐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이미 불법 경영권 승계 의혹이 제기된 'e삼성' 사건에 대해 이 회장 장남인 이재용 전무를 포함한 관련자 전원을 무혐의 처분한 특검팀이 홍 관장에 대해서도 '면죄부'를 주지 않겠냐는 것이다.
법조계 한 관계자는 "미술품 수사가 성과 없이 마무리될 경우 특검팀은 "쓸데없이 곁가지만 쳐내다 뿌리는 보지도 못했다"는 비난을 면치 못할 것"이라며 "홍 관장에 대한 조사가 어떤 식으로 진행될 지, 수사 결과가 어떻게 나올 지 주목된다"고 말했다.
◇홍 관장 사법처리 가능할까 = 홍 관장 소환 조사가 이미 기정사실화된 수순이었다면 세간의 최대 관심사는 홍 관장에 대한 사법처리 여부다.
법조계는 현재 홍 관장이 미술품 구입에 직접 개입한 사실이 드러날 경우 구입 자금의 성격과 출처가 사법처리를 판가름 짓는 잣대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와 관련, 비자금이 삼성 측 주장대로 고 이병철 선대 회장의 유산으로 밝혀진다면 딱히 불법으로 단정할 만한 근거가 없다.
다만, 미술품 구입에 사용된 비자금이 개인재산이 아닌 회사 공금으로 조성됐을 경우 사법처리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 대목에서는 미술품들이 개인이 아닌 삼성문화재단 등 계열사 소유라는 삼성 측 주장을 뒤엎을 근거를 찾아내 홍 관장 등 개인 소유임을 밝히는 게 관건이다.
더욱이 미술품들이 이 전무 등의 경영권 승계를 위한 '상속용'으로 구입됐다 하더라도 이를 뒷받침할 만한 증거를 찾지 못하면 단순한 의혹에 그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특검팀은 삼성가 비자금이 불법적인 방법으로 조성됐다는 사실과 미술품이 불법 자금으로 홍 관장에 의해 구입됐다는 점을 규명해야 하는 부담을 안고 있다.
법조계 관계자는 "개인자금으로 미술품을 구입했다면 예술품에 대해 상속세 등 세금을 부과하지 않는 현행법상 잘못을 따질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며 "홍 관장이 미술품 구입에 불법 자금을 동원한 근거를 찾지 못하는 한 사법처리는 어려울 것"이라고 설명했다.
윤정석 특검보는 1일 "(홍 관장 소환은)지금까지 미술품 의혹과 관련해 여러 사람을 조사했고 각종 주장이 있었는데 그 것을 기초로 해 관련 내용을 확인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윤 특검보의 발언은 얼핏 보면 특검팀이 홍 관장의 '혐의'를 입증할 만한 '결정타'를 확보한 것으로 보이지만 곰곰이 되짚어보면 그 동안 수사에서 불법 '비자금'과 '미술품'의 연관성을 찾는데 실패, 단순히 수사 마무리 차원에서 이뤄지는 형식적인 확인 작업 절차로도 해석할 수 있다.
이에 대해 시민단체 관계자들은 "불법 사실이 엄연히 드러난 사건(e삼성)도 관련자들을 모두 무혐의 처분한 특검팀이 삼성가 안주인을 사법처리하겠느냐"며 "또 다시 홍 관장에게 '면죄부'를 주고 수사를 마무리하려는 형식적인 수순일 것"이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