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실 초동수사' 네티즌도 대통령도 뿔났다

머니투데이 정영일 기자 2008.03.31 1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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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산경찰서 홈페이지 게시글 수천개..정상 작동안해

"네티즌도, 대통령도 뿔났다."

'이혜진ㆍ우예슬양 납치 살해사건'의 충격이 가시기도 전에 발생한 일산 초등생 유괴미수 사건을 접하고 온국민이 경악하고 있다.

특히 경찰의 초동수사가 미흡한데다, 은폐·축소 의혹까지 제기되면서 네티즌들의 반응이 격렬해지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도 금융위원회 업무보고를 받는 자리에서 이례적으로 이 사건을 언급했다. "어린이 유괴사건으로 온 국가가 관심이 집중 되고 있는 가운데 일산에서 발생한 (여아 유괴) 미수사건은 잔인하게 발로 차고 주먹으로 치는 장면이 생생히 CCTV에 찍혔는데도 경찰이 미온적으로 처리해 국민이 많이 분개했을 것"이라고 경찰을 질타한 것.

지난 26일 경기도 고양시에서 있었던 초등생 유괴 미수 사건의 폭행장면과 범인의 얼굴이 담긴 CCTV 화면을 경찰이 30일에야 확인하고 수사에 나서는 등 초동수사가 부실한 정황이 속속 드러나고, 강 양의 어머니(40)에게 사건을 언론에 알리지 말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경찰이 사건을 축소하려고 했던 것 아니냐는 비난이 폭발하고 있다.



31일 일산경찰서 홈페이지 자유게시판에는 이날 하루에만 수천개의 게시물이 달리며 홈페이지가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 게시물은 사건의 끔직함에 대한 경악과 경찰의 미흡한 초동수사에 대한 질책이 주를 이뤘다.

이모씨는 이날 오후 2시 33분경 올린 게시글(게시번호 8016번)에서 "경찰이 사건 초기에 CCTV를 정말 봤나. 정말 보고서도 단순 폭행이라고 주장하나. 너무도 화가 난다"고 말했다.

강모씨는 "일산 그 어린이 얼마나 무서웠겠습니까. 동네 주민이 나타나지 않았다면 그 어린이는 어떻게 됐을까요"라며 "경찰들 부실수사 정말 대한민국 사람들 분노하게 만든다. 욕이 다 나온다"고 썼다.


정모씨는 "이렇게 범인의 얼굴이 선명하게 찍혀있는 CCTV가 있는 상황에서 벌써 3일이나 지났는데도 범인이 검거되지 않았다는 것은 정말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이 사람을 하루속히 잡지 못한다면, 이 사람은 틀림없이 똑같은 범죄를 저지르게 될 것이며, 어쩌면 이미 알려지지 않은 상태의 범행을 저질렀을지도 모른다"고 우려하기도 했다.

사건을 관할하는 경기도경찰청 홈페이지도 이날 하루에만 170여개의 게시글이 새로 등록될 정도로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다.



박모씨는 "경찰청장님도 sbs 뉴스 보셨냐"고 물으며 "만약 청장님 가족이 그런일을 당하셨나고 생각해 봐라. 정말 뉴스 보다가 울화가 치밀어 올라서 글을 납깁니다"고 썼다.

피해자인 강모양에 대한 염려가 섞인 글들도 게시됐다. 김모씨는 "저도 9살난 손녀를 두고 있다. 눈에서 눈물이 나오더라"라며 "그아이가 내손녀는 아니지만 너무나 가슴이 아팠다. 그당시 그아이는 너무나 무서웠을 것"이라고 썼다.

다른 사이트들도 범인과 검찰을 싸잡아 비난하는 글들로 하루종일 들끓었다. 조모씨는 한 언론사 게시판에 "경찰아저씨들! 그렇게 일하는데 수사권을 달라는거요? 본인들의 자식이 그렇게 되면 그런 소리가 나올까? 바로 거기에 수준을 맞추시오"라고 질타했다.



이모씨는 "경기지방 경찰청장은 자신부터 먼저 스스로 문채을 하고 물러나라. 항상 문책은 일선서에 맨밑 하위직부터 당하는것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박모씨는 한 포탈사이트에 "범인보다도 더 나를 화나게 하는 것은 경찰입니다. (중략)구역 내에서 어린이가 무침히 짓밟히는데도 단순폭행이라니. 경찰서장을 스스로 옷을 벗으십시요"라고 분개했다.

이밖에 "칼로 위협하면서 끌고나가는 것=단순 폭행?" (hye0111, 다음), "공부든 운동이든 수사든 '기초'가 중요합니다" (jin32, 클리앙), "용의자가 정장 입었으면 부모나 선생님이 말 안 듣는 아이 혼낸다고 했겠구나" (paravyul, 네이버)라며 경찰의 부실 대처에 어이없어했다.



한편 지난 26일 오후 3시44분쯤 경기도 고양시 대화동의 한 아파트 3층 엘리베이터에서 50대 남성이 초등생 강모(10.여)양을 유괴하려다 강양이 거부하자, 주먹과 발로 수차례 폭행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경찰은 사건 다음날인 27일 이 사건을 '단순폭행사건'이라고 상부서에 보고하는 바람에 정작 폭행장면과 범인의 얼굴이 담긴 CCTV화면은 30일에야 확인하고 수사에 나서 부실 초동수사 의혹이 계속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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