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미수다와 삼성·LG, 그리고 특검

머니투데이 오동희 기자 2008.03.26 0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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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BS 인기 프로그램 '미녀들의 수다' 인기가 꺾일 줄 모른다. 한국어를 더듬는 외국인 미녀들이 내뱉는 엉뚱한 말들이 싱겁지만 재밌다. 그녀들의 수다는 가끔 한국인들의 폐부를 찌르곤 한다. 외국인들의 눈에 비친 한국의 적나라한 모습이 드러나 곤혹스럽게도 한다.

 지난 24일 '모국 친구들이 한국에 대해 가장 많이 하는 질문'은 어떤 것이냐고 묻자 출연자는 "한국이 어디에 있지?"라고 묻는 친구들이 가장 많다고 대답했다. 중국에 있는 것으로 오인하거나 일본 근처 어디쯤이라고 막연히 아는 정도다. 세계 무역 규모 11위라는 '자랑스런' 숫자는 '우리만의 긍지'라는 생각마저 든다. 겨우 올림픽과 월드컵, 한국전쟁과 북한이라는 이름이 그들의 뇌리를 차지하고 있다.



 반면 삼성과 LG 등 우리 기업들의 인지도는 국가 인지도를 능가한다. 한국을 모르는 자신의 친구들이 아이러니하게도 가장 갖고 싶어하는 물건이 삼성의 휴대폰, LG의 전자 제품이라는 것. 영어 교사인 영국인 애나벨 앰브로스씨는 "영국인들이 가장 많이 갖고 있는 휴대폰은 노키아지만 가장 갖고 싶은 것은 삼성 휴대폰이다"고 말했다. 노키아 제품보다 훨씬 고가에 팔리는 삼성 휴대폰은 영국 상류층들의 '부의 상징'이라는 것.

 대만 출신의 허이령씨도 "대만 친구들이 과거에는 일본 기업 제품을 선호했지만 요즘은 가장 갖고 싶은 것이 한국전자 제품이고, 삼성 휴대폰이다"면서 "대만에서는 너무 비싸 한국에서는 좀 싸게 살 수 있는 지를 자주 묻는다"고 한다. 남아공 출신의 브로닌은 "한국 제품은 가격도 좋고, 품질도 좋아 인기가 높다"는 평가를 내리기도 했다.



 자국에서는 평범한 시민인 이들이 자신의 느낌과 지인들을 통해 전하는 한국제품과 한국에 대한 이미지는 많은 점을 시사한다. 이같은 이미지는 해외 수출에 힘을 쏟고 있는 우리 기업인들에게 중요한 자산이다. 국내 기업들이 전세계 소비자들에게 한국의 얼굴 역할을 하고 있는 셈이다.

 재계에서는 삼성의 브랜드 이미지 추락을 우려하며 특검의 조심스러운 수사를 수차례 당부했지만 제대로 되지 않는다며 안타까워하고 있다. 수사를 하지 말라는 얘기가 아니라 힘겹게 쌓아올린 기업 브랜드 가치 훼손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작은 노력이라도 해달라는게 재계의 목소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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