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찬선칼럼]이 대통령, 지금 할일 3가지

머니투데이 홍찬선 머투경제방송 부국장대우 2008.03.24 10:16
글자크기
[홍찬선칼럼]이 대통령, 지금 할일 3가지


이명박 대통령의 실용정부가 출범 초부터 역풍을 맞고 있다. 이 대통령이 국정운영을 잘 하고 있다는 지지율은 출범 초 75%수준에서 50%초반(KBS 조사)으로 급락했다. 중앙일보 조사에 따르면 지난 대선 때 이 대통령을 지지한 사람 3명 중 1명이 돌아선 것으로 나타났다.

‘4ㆍ9총선’에서 과반수는 물론 3분의2까지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던 당초의 낙관적 분위기는, 총선을 보름 정도 남겨놓은 현재 찾아보기 어렵다. 과반수 확보도 기대할 수 없다는 부정적 여론이 높아가고 있다.



이 대통령에 대한 지지율이 취임 한 달 만에 이처럼 추락한 이유는 무엇일까.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장관 및 장관급 인사의 실패’(몇몇 장관의 중도하차와 몇몇 인사들의 부적격성 논란)와 냉소주의를 자아내고 있는 ‘이명박식 실용주의’, 그리고 ‘한나라당의 공천 후유증’이 ‘이 대통령 취임 한 달 위기’의 3대 원인이라고 할 수 있다.

더욱 문제인 것은 이 대통령이 이런 3대 원인의 심각성을 그다지 심각하게 여기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야당은 물론 여당 일부와 유권자들이 문제를 지적한 인사를 강행하고, 실용주의를 앞세워 과거 개발연대 때 유행하던 시대착오적 경제정책을 제시했다. 게다가 개혁이란 자의적 잣대로 반대파를 약화시키려 하고 있다. 이 대통령은 그것이 소신이라고 생각하겠지만 국민들의 눈에는 ‘오기(傲氣)’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시각차가 지지율 추락으로 드러나고 있는 것이다.



‘4ㆍ9총선’은 이 대통령에게 매우 중요하다. 한나라당이 과반수를 확보해야 앞으로 5년 동안 국정을 안정적으로 운영할 수 있다. 과반수에 밑돌 경우, 국회에 발목이 잡힌 이 대통령은 추진하고자 하는 각종 정책을 제대로 수행할 수 없게 된다. 그렇다고 유권자들은 무조건 이 대통령과 한나라당을 지지하지 않는다. 유권자를 주인으로 섬기고, 국민들이 잘 살 수 있는 나라를 만들겠다는 확실한 비전과 전략을 제시하며, 유권자를 설득해야 비로소 과반수의 선물을 줄 뿐이다.

이 대통령이 유권자들을 설득하기 위해 지금 당장 해야 할 것은 ‘3가지’다. 첫째 이상득 의원의 불출마이다. 이 대통령의 친형인 이 의원이 출마하면서 한나라당의 공천 개혁을 언급하는 것은 어울리지 않는다. 둘째 이 대통령이 대선 때 스스로 약속했던 재산 헌납을 이행하는 것이다. 셋째 나날이 반대여론이 높아가고 있는 한반도대운하 계획의 철회다.

이 대통령 주위엔 의외로 ‘사람’이 없다고 한다. 대통령이 사람이 없다고 하면 의아할 일이겠지만, 흉허물 없이 건설적인 비판과 조언을 해 줄 수 있는 사람이 거의 없다는 것이다. 이 대통령은 30대 중반에 사장, 40대 중반에 회장을 지냈다. 다른 샐러리맨들보다 20년가량 앞서 간 것이다. 그러다보니 마음 터놓고 지낼 수 있는 ‘친구’를 사귈 기회가 그다지 많지 않았다. 아랫사람을 따듯하게 챙기지 않는 이 대통령의 성격도 ‘그의 사람’이 부족하게 만든 원인이었다.


이 대통령은 대선 때 이른바 ‘6인회’를 활용했다. 하지만 대통령 취임 후, 이상득 이재오 의원은 공천을 받았고, 최시중 회장은 방송통신위원장으로 내정됐으며, 박희태 김덕룡은 공천에서 탈락됐다. 자문원로회의가 공중분해되면서 이 대통령에게 자문과 직언(直言)을 할 수 있는 사람이 거의 없어진 것이다.

민심은 천심이다. 멀어져 가고 있는 민심을 잡으려면 지난 한달 간의 잘못을 깨닫고 유권자들이 원하는 것을 제시해야 한다.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하지 않고서 표만 달라고 하면, 표심 이반은 더욱 심화될 뿐이다. 한나라당이 과반수를 확보할 수 있느냐는 이 대통령이 어떻게 하느냐에 달려 있다. 어렵지만 대의를 위해 자기를 희생하는 것은 용기다. 성공할 길이 보이는데도 가지 않는 것은 오만이며, 실패할 수밖에 없는 길을 가는 것은 만용일 뿐이다. 국민들은 오만하고 만용을 부리는 지도자가 아니라 용기 있는 지도자를 원하고 있다.

이 기사의 관련기사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