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은, 지분 매각 1순위는 현대건설"

머니투데이 김익태 기자, 권화순 기자 2008.03.20 2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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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영화 앞서 5대 기업 지분 매각 속도낼 듯

산업은행 민영화를 위한 정부의 발걸음이 빨라지고 있다. 금융위원회가 20일 밝힌 민영화 방안은 산은의 덩치를 줄이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현대건설 등 비금융기업의 보유지분를 연내 처분하겠다는 것. 조기 민영화를 위해서는 몸집을 가볍게 하는 게 유리하다는 판단이다. 이들 기업의 매각작업이 본궤도에 오를 경우 국내 인수·합병(M&A) 시장에도 판도 변화가 예상된다.



◇5대 기업 지분 5조 육박= 현대건설 (30,950원 ▼200 -0.64%), 대우조선해양 (32,750원 ▲1,150 +3.64%), 하이닉스 (157,100원 ▲4,300 +2.81%), 현대종합상사 (18,310원 ▼540 -2.86%), SK네트웍스 (4,875원 ▼625 -11.36%). 산은이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주요 기업들이다.

당장 시장에 내놓을 경우 경영권 프리미엄을 합해 약 5조원의 가치가 있다는 평가다. 20일 종가를 기준으로 대우조선해양 1조9319억원, 하이닉스 8070억원, 현대건설 1조3561억원, 현대종합상사 914억원, SK네트웍스 5877억원 등이다.



산은은 지난 2000년 이후 이들 기업에 총 1조6000억원 가량을 투입했다. 이날 종가로 매각하는 경우 차익은 3조2000억원으로 수익률이 200%를 넘는다. 이와 별도로 벤처기업 등 100여곳의 지분도 갖고 있다. 단 정부가 산은에 현물출자한 한국전력 주식은 처분대상에 포함되지 않을 전망이다.

정부는 산은의 금융지주회사 전환작업을 연내 마무리하고 내년 매각에 착수한다는 방침이다. 이 경우 비금융기업의 조기 매각이 불가피해진다. 지주회사로 전환되면 자회사가 손자회사로 바뀌는데 현행법상 비금융회사는 지주회사의 손자회사가 될 수 없기 때문이다.

◇누가 먼저 매각되나= 우선 매각 대상은 현대건설이 될 공산이 크다. 주채권은행인 외환은행이 사실상 매각을 위한 준비작업을 다 끝난 상태다. 현대가(家)의 적통성을 내걸고 현대중공업과 현대그룹이 인수전에 뛰어드는 등 매수 희망자도 많다. 일각에서는 빠르면 이달 중 매각 주간사 선정이 이뤄질 수도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문제는 산은이다. 구사주의 부실경영 책임을 거론하고 있다. 현대가에 넘기기에는 꺼름직하다는 얘기다. 이젠 상황이 변했다.

이명박 대통령이 현대건설 출신이다. 조기 민영화에 대한 의지가 강하다. 정책적 판단에 따라 입장 변화가 있을 수 밖에 없다. 금융계 관계자는 "총선이 끝나고 산하기관장들에 대한 인사이동이 이뤄지면 뭔가 교감이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현대건설보다 더뎠지만 대우조선해양도 조기 매각이 가능하다. 덩치가 크지만 매력적이다. 포스코, 동국제강, GS홀딩스, 두산그룹, 현대중공업, STX 등이 군침을 흘리고 있다. 방위산업인 만큼 매각방법에 대한 논란이 있지만, 산은과 자산관리공사만 결정하면 바로 추진할 수 있다.

하이닉스는 좀 복잡하다. 인수대금이 4조~5조원대에 이른다. 인수 뒤 추가 투자액도 녹록치 않다. 해외매각도 제한적이다. 채권단내 의견 조율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매수의사를 표시한 곳이 사실상 없다"는 전언이다. 올해 안에 본격적인 매각 절차 착수가 불투명하다는 설명이다.

◇M&A 시장 후끈= 연내 현대건설 등 대형 매물의 등장이 확실심됨에 따라 인수 희망 기업들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인수 성공시 업계 수위로 우뚝설 수 있는 교두보를 마련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전광우 금융위원장은 "매력적인 M&A 매물이 시장에 나오면 촉매제(스파크)가 될 수 있을 것"이라며 "국내 산업 재편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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