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건설 등 비금융기업의 보유지분를 연내 처분하겠다는 것. 조기 민영화를 위해서는 몸집을 가볍게 하는 게 유리하다는 판단이다. 이들 기업의 매각작업이 본궤도에 오를 경우 국내 인수·합병(M&A) 시장에도 판도 변화가 예상된다.
당장 시장에 내놓을 경우 경영권 프리미엄을 합해 약 5조원의 가치가 있다는 평가다. 20일 종가를 기준으로 대우조선해양 1조9319억원, 하이닉스 8070억원, 현대건설 1조3561억원, 현대종합상사 914억원, SK네트웍스 5877억원 등이다.
정부는 산은의 금융지주회사 전환작업을 연내 마무리하고 내년 매각에 착수한다는 방침이다. 이 경우 비금융기업의 조기 매각이 불가피해진다. 지주회사로 전환되면 자회사가 손자회사로 바뀌는데 현행법상 비금융회사는 지주회사의 손자회사가 될 수 없기 때문이다.
◇누가 먼저 매각되나= 우선 매각 대상은 현대건설이 될 공산이 크다. 주채권은행인 외환은행이 사실상 매각을 위한 준비작업을 다 끝난 상태다. 현대가(家)의 적통성을 내걸고 현대중공업과 현대그룹이 인수전에 뛰어드는 등 매수 희망자도 많다. 일각에서는 빠르면 이달 중 매각 주간사 선정이 이뤄질 수도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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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산은이다. 구사주의 부실경영 책임을 거론하고 있다. 현대가에 넘기기에는 꺼름직하다는 얘기다. 이젠 상황이 변했다.
이명박 대통령이 현대건설 출신이다. 조기 민영화에 대한 의지가 강하다. 정책적 판단에 따라 입장 변화가 있을 수 밖에 없다. 금융계 관계자는 "총선이 끝나고 산하기관장들에 대한 인사이동이 이뤄지면 뭔가 교감이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현대건설보다 더뎠지만 대우조선해양도 조기 매각이 가능하다. 덩치가 크지만 매력적이다. 포스코, 동국제강, GS홀딩스, 두산그룹, 현대중공업, STX 등이 군침을 흘리고 있다. 방위산업인 만큼 매각방법에 대한 논란이 있지만, 산은과 자산관리공사만 결정하면 바로 추진할 수 있다.
하이닉스는 좀 복잡하다. 인수대금이 4조~5조원대에 이른다. 인수 뒤 추가 투자액도 녹록치 않다. 해외매각도 제한적이다. 채권단내 의견 조율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매수의사를 표시한 곳이 사실상 없다"는 전언이다. 올해 안에 본격적인 매각 절차 착수가 불투명하다는 설명이다.
◇M&A 시장 후끈= 연내 현대건설 등 대형 매물의 등장이 확실심됨에 따라 인수 희망 기업들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인수 성공시 업계 수위로 우뚝설 수 있는 교두보를 마련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전광우 금융위원장은 "매력적인 M&A 매물이 시장에 나오면 촉매제(스파크)가 될 수 있을 것"이라며 "국내 산업 재편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