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주년 삼성, 공교로운 10년주기 시련

머니투데이 오동희 기자 2008.03.20 1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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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그룹이 지난 1938년 3월 22일 대구에서 '삼성상회(현 삼성물산 (48,100원 ▲2,300 +5.0%))'라는 깃발을 걸고 출발한 지 70주년을 맞는다.

일제 침략과 한국 전쟁을 거치는 동안 불모의 땅이 된 나라에서 작은 상점으로 시작, 이제 경제대국 일본의 자존심인 소니와 도시바를 누르고 유럽의 긍지인 스웨덴의 노키아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글로벌기업으로 성장했다.



척박한 개발도상국의 토양을 비집고 서기 위해 때로는 뒤틀리고 때로는 움츠려야 하는 시련을 감내해야 했다.

삼성이 공교롭게도 10주년 생일마다 겪어온 풍랑만 돌이켜 봐도 삼성의 성장 비결은 위기 극복이었음을 알 수 있다.



삼성은 지난 1968년 이후 순(旬) 단위로 돌아오는 10주기마다 국내외 악재를 만나 생일잔치를 제대로 하지 못했다.

창립 30주년이었던 지난 1968년 창업자인 고 이병철 회장이 한비사건(1966년)의 후폭풍으로 한비(한국비료)를 국가에 헌납(1967년)한데 이어 경영일선에서 물러나는 불운을 겪으며 '이립(而立)'의 생일을 맞았다.

10년후 1978년 전세계적 경제위기 2차 오일쇼크를 맞았다. 불혹(不惑)의 생일부터 3년여에 걸쳐 오일쇼크 파고를 넘느라 생일잔치는 고사하고 미래를 걱정하는 시간을 보내야 했다.


하늘의 뜻을 안다는 지천명(知天明)의 생일이었던 1988년에는 국가적인 잔치인 올림픽이 한국에서 열렸지만 삼성에게는 힘든 한해였다. 반세기를 이어온 역사를 자랑하려던 창립 50주년 행사도 제대로 치러지지 못했다. 창립일을 4개월 앞둔 1987년 11월 창업자인 이병철 회장이 타계했다.

삼성 그룹 전임직원들은 1988년 3월 22일 서울 올림픽 공원 체조경기장에서 50주년 기념식을 열고 제 2창업을 선언하는 행사를 가졌지만 기쁨을 나누는 잔치가 아닌 비장한 각오를 다지는 자리였다.



▲이건희 회장이 삼성그룹 사기를 전달받고 있다.<br>
▲이건희 회장이 삼성그룹 사기를 전달받고 있다.


그리고 10년 후인 지난 1998년 단군 이래 최대 국가위기인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속에서 60주년 이순(耳順)의 생일을 맞았다. 국가부도 위기를 맞아 기업 구조조정, 기업 퇴출의 폭풍노도에 삼성차를 떠내려 보내야 했다.

삼성의 '10년주기 시련'은 70주년이 되는 올해도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10월 김용철 변호사(전 삼성 법무팀장)의 비자금 의혹 폭로로 시작된 삼성 특검으로 인해 지난해 고 이병철 회장 20주기 추도식이 축소 진행된 데 이어 12월로 예정됐던 이건희 회장의 취임 20주년 행사도 취소됐다.

올 들어 경영계획조차 제대로 수립할 수 없는 차질을 빚고 있다. 70주년 사사(社史)준비를 포함한 모든 창립 기념 행사가 취소됐다.



과거 악재들의 경우 국제적인 경영환경 악화 등 대외변수로 인한 것이거나 단기적인 문제들이었다. 그러나 이번 특검은 그 여파가 수년간 이어지는 삼성 70년사에서 최대 위기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매번 위기를 기회로 만든 삼성의 저력이 이어질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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