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혁 주문받는 금융위 '변신' 성공할까

머니투데이 서명훈 기자 2008.03.16 1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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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대통령, '민간인 수장' 이례적 언급

금융정책과 금융감독 기능을 총괄하는 금융위원회가 안팎에서 강도 높은 '개혁'을 주문받고 있다. 금융위원장에 이어 부위원장도 민간 출신이 임명돼 조직 'DNA' 자체에 변화가 일어난 상황이다.

여기에 이명박 대통령도 금융위에 변신을 주문하고 나섰다. 이 대통령은 지난 16일 이창용 부위원장에게 임명장을 주면서 "이번에 위원장과 부위원장이 모두 (관료가) 아닌 사람들이 들어간 것은 의미가 있다"며 "기대에 어긋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달라"고 당부했다. 금융위의 '변신'은 국책은행은 물론 국내 금융시장 전반에 상당한 파급효과를 불러올 전망이어서 더욱 주목된다.



◇금융위, 내부 개혁 시동=민간 출신인 전 위원장이 취임한 지 열흘밖에 되지 않았지만 곳곳에서 변화의 움직임이 감지된다. 기본방향은 민간기업의 문화를 받아들여 형식보다는 내용을 중시하는 분위기를 정착시키는 것.

전 위원장은 우선 오전 9시부터 시작하던 일일 상황점검 회의를 1시간 앞당겼다. 금융당국은 금융시장이 열리는 오전 9시 이전에 모든 준비를 끝내놓고 있어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물론 이명박 정부에서 불고 있는 '얼리버드(Early Bird) 신드롬'과도 무관하지 않다.



보고내용도 최대 2쪽을 넘지 말 것을 주문했다. '추진 배경 및 경과, 향후 과제'로 짜여진 기존 보고서 양식을 버리고 '향후 과제'에 집중해달라는 의미로 해석된다. 배경 및 경과는 이미 잘 알고 있다는 자신감도 묻어난다.

전 위원장의 행보는 내부 변화를 요구하는 메시지로 읽힌다. 내정 직후 별도의 취임식 없이 업무를 시작하고 첫 공식행사로 국내 금융회사가 아닌 외국계 금융회사 최고경영자(CEO)를 만나기도 했다. 그동안 관례와 다른 파격이다.

◇초대형 이슈 등 변수=금융위에 대한 '따가운' 시선은 변화를 추구할 수 있는 동력이자 걸림돌이다. 이 대통령은 이 부위원장 임명장 수여식에서 "내가 보니 금융위는 관료 출신이 아닌 사람이 별로 없더라"고 운을 뗐다. 정부 주도의 금융정책이 금융산업 발전을 가로막고 있다는 게 이 대통령의 기본인식이라는 얘기는 공공연한 비밀에 속한다.


시민단체와 학계 등도 금융위가 과도한 권한을 갖고 있다고 지적해왔다. 변화를 추구해야 하는 상황이지만 한 발만 잘못 내디뎌도 여론의 집중포화를 맞을 수밖에 없는 구조다.

금산분리 완화와 국책은행 민영화 등 금융위가 풀어야할 숙제도 만만치 않다. 금산분리 완화는 찬반 양쪽 모두 어느 정도 설득력을 갖고 있어 의견조율이 쉽지 않다. 국책은행 민영화 역시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있는 상황이다.



수장과 2인자 모두가 민간 출신이 임명되면서 금융위 직원들의 사기는 땅에 떨어진 상황. 앞으로 5년간 금융정책을 담당하는 공무원들은 장·차관이 되기 힘들지 않겠느냐는 얘기까지 나온다.

특히 40대 젊은 부위원장이 임명되면서 대학 선배가 후배에게 보고를 해야 할 상황이다. 민간기업에서는 새로울 것이 없는 일이지만 공직사회가 이를 받아들일 준비가 돼 있는지는 여전히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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