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찔한' MB발언 모았더니…

머니투데이 송기용 기자 2008.03.14 18:08
글자크기

이명박 대통령 취임 후 '말말말'

'19' 이명박 대통령이 17대 대통령에 취임한지 이제 19일째다. '진짜 그것 밖에 안 지났어?"라는게 상당수 사람들의 반응일거다. 얼리버드(early bird) 증후군까지 겪고 있다는 공직자들이야 말할 것도 없고.

건국 이후 처음 등장한 최고경영자(CEO) 출신 대통령이 취임초부터 변화를 주도하고 있다. 특히 노무현 전 대통령과는 다른 차원에서 아찔할 정도로 생생한,날 것 그대로의 발언은 충격파를 던졌고 각종 신조어를 낳았다.



"앞으로 고생길이 텄다" = 2월29일 청와대에서 열린 첫 확대비서관회의. 대통령실장과 수석비서관, 비서관 등 핵심 관계자들이 참석한 회의에서 대통령은 "앞으로 아침 일찍 출근하고 밤늦게 퇴근하는 등 고생길이 텄다"고 말했다. '일하는 청와대를 만들자'며 격려차원에서 한 덕담이지만 그대로 현실이 되고 말았다.

전형적인 아침형 인간인 대통령의 '모든 회의를 아침 7시반으로 당기라'는 지시에 9시 출근,6시 퇴근이라는 공무원 복무규정은 청와대에서 사라졌다. 청와대로 파견나온 한 경제부처 국장은 "분당 집에서 5시30분에 출발해 청와대에 도착하면 6시30분인데 그 시간에 벌써 직원 주차장이 꽉 차있는 것을 보면 숨이 턱 막힌다"고 말했다.



일요일에도 회의가 열리는 바람에 토요일 하루정도 쉴수 있지만 대통령이 매주 토요일 민생현장 탐방에 나서고 있어 그마저도 어렵다. 그러다 보니 상당수 직원들이 오후만 되면 어질어질하고 집중이 안된다는 '얼리버드 증후군'과 '노 새터데이(No Saturday)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다고 한다.

"머슴역할 제대로 했나" = 이 대통령 발언중 최고 히트작은 뭐니뭐니해도 '머슴론'이다. 당선인 시절부터 무사안일한 공직사회를 질타하는 강성발언이 잇따랐지만 '머슴론'은 그 정점이다.

10일 과천 기획재정부 업무보고장. 작심하고 나선 듯한 대통령의 강성발언은 회의장을 얼어붙게 했다. "공직자는 국민을 위한 서번트(servant), 쉽게 말해 머슴인데, 말은 머슴이라고 하면서 국민에게 머슴역할을 제대로 했나 돌아볼 필요가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주인인 국민보다 일찍 일어나는게 머슴이 할 일인데 머슴이 주인보다 늦게 일어나서야 되겠냐"며 "이런 정신으로 공직자들이 어떻게 살아남을수 있겠냐"까지 했다.


이날 발언은 공직자의 솔선수범을 강조하는 한편 공직사회 일부에서 터져나오고 있는 반발 움직임을 정조준한 것으로 평가된다.

"내가 하면 예산 10% 절감할텐데"= 대통령은 30대 중반에 현대건설 사장에 취임해 20년 가까이 최고경영자(CEO)를 지냈다. 이 시절의 본능은 대통령의 일처리와 발언에 그대로 녹아들어 곳곳에서 엿보인다.



외청장 임명장 수여식이 열린 8일 청와대 접견실. 이 대통령은 장수만 신임 조달청장에게 임명장을 주며 "조달청의 계약,구매방식을 개선해 예산을 절감하라"고 지시했다. 구체적인 예산절감 방안을 설명하던 대통령은 "내가 조달청장 하면 예산을 한 10% 정도는 줄일수 있을텐데"라고 아쉬워(?) 했다.

같은날 자양동 재래시장에서 상인 대표들을 만나서는 "재래시장이 대형마트와의 경쟁에서 이기려면 차별화가 필요하다. 고유의 문화전통을 가미해 관광명소로 만들어보라"고 경영전략을 훈수했다.

13일 국가경쟁력강화위원회에서는 "공무원들의 말에 솔깃해 넘어가지는 않을 것"이라며 "대통령이 너무 많이 알아 공무원들이 걱정일 것"이라고 공직자들을 휘어잡을수 있다는 자신감을 드러냈다.



"내 본능은 노동자 프렌들리"= 13일 노동부 업무보고가 열린 서울지방노동청. 평소 비지니스 프렌들리(친기업)을 유독 강조했던 이 대통령은 "나는 태생적으로,본능적으로 노동자 프렌들리(친노동)"라고 역설했다.

"취임후 비지니스 프렌들리라는 말을 썼더니 나보고 친기업적이라고 하는데, 노동자 없는 비지니스는 없다. 친기업이라는 말은 친노동자라는 말이다. 오해없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그러면서 "굳이 따지면 내 자신이 노동자 출신이다. 고등학교 1학년 때부터 노동을 했고, 고교 졸업후에는 비정규직 노동자가 됐다. 이후 정규직 거쳐 최고경영자(CEO)가 됐기 때문에 내 마음 속에는 노동자 프렌들리가 있다"고 주장했다.



"라면값 100원 인상하면 서민타격 커" = 이 대통령은 취임 직후 물가안정을 거론하며 유독 라면값 애기를 많이 했다. 서민물가, 장바구니 물가를 상징하는 대표격인데다 취임을 전후해 가격이 급등했기 때문이다.

27일 취임후 첫 청와대 수석ㆍ비서관 회의. 이 대통령은 "물가가 오르면 서민이 가장 큰 타격을 입는다"며 "당장 라면값이 100원 올랐는데, 평소 라면을 먹지 않는 계층은 신경쓸 일이 아니지만 서민들에게는 100원 인상이 큰 타격"이라고 지적했다.

대통령은 이후 국무회의와 비서관회의 때마다 물가안정에 총력을 기울이라는 지침을 내렸다. "국민들이 10년만에 탄생한 새 정권에 큰 기대를 걸고 있는 만큼 무엇보다 경제살리기와 서민경제 안정에 초점을 맞춰라"고 지시했다.

이 기사의 관련기사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