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경제 3중 악순환…日처럼 될까

머니투데이 유일한 기자 2008.03.13 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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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렌스 서머스 전 미재무장관이 12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미국 경제가 세 가지 경기 악순환 사이클에 빠져들었다고 진단했다.
그가 밝힌 세가지 유형중 하나는 유동성 악순환이다. 자산 가격이 급락하자 투자자들이 이를 팔기 시작했고 이는 추가적인 하락으로 이어지고 있다. 부동산 가격은 물론이고 이를 담보로 발행한 채권 가격이 요즘 그렇다. 주식도 예외가 아니다. '팔자' 경쟁이 벌어지고 있는 주식과 모기지시장은 미국 경제의 어려움을 대변한다.

두번째 악순환은 '총수요의 감소가 불황을 낳는다'는 케인스(Keynesian) 악순환 사이클로 볼 수 있다. 고용시장 둔화와 임금 삭감으로 가계의 수입이 줄면서 소비자들이 지갑을 열지않는 것이다. 한 소비자가 소비를 하지 않으면 이를 바탕으로 먹고사는 사람들도 지출을 줄일 수 밖에 없다. 현재 미국에서는 이런 흐름이 연쇄적으로 일어나고 있다. 소비는 미국 경제의 3분의 2를 차지하며 고용에 적접 노출돼 있다. 고용이 중요한 이유다.



마지막은 신용 경색 악순환으로, 신용시장에서 잘 볼 수 있다. 실물 경제의 손실이 금융시장의 문제를 야기하고 금융시장 불안이 다시 실물 경제에 타격을 주는 흐름이다. 주택침체로 은행들이 2000억달러에 가까운 자산 상각을 단행했다. 은행들은 이에따라 대출에 소극적으로 돌아섰고 기업과 가계는 돈을 빌리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실물 경기의 활력도 떨어질 수 밖에 없다.

서머스는 다만 현재 미국의 침체는 '일본의 잃어버린 10년'으로 대표되는 양적인 성격이 아니라 질적인 문제라고 파악했다. 일본과 같은 심각한 장기불황에 빠지지는 않을 것이라는 판단이다.



이같은 견해는 연준(FRB) 관료들 사이에서도 잘 나타난다. 이들은 경기 상황이 일본과 다르다고 단언할 수는 없지만 미국의 시스템이 침체를 방관하지 않을 것이라고 자신하고 있다. 연준은 실제 금리인하 뿐 아니라 새로운 방식의 시장조작을 통해 2000억달러를 단기자금시장에 공급하는 등 침체를 막기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다 하겠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일부 전문가들은 '이중침체'와 같은 흉흉한 전망을 내놓고 있다. 연준의 공격적인 조치로 경기가 잠깐 회복될 수 있지만 이내 다시 침체에 빠질 것이라는 시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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