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포인트]자연치유력에 기댄다

머니투데이 오승주 기자 2008.03.12 1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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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피지수가 신용경색 돌파를 위한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긴급조치라는 힘을 받아 2%대 상승세를 유지하고 있다.

12일 코스피지수는 오전 11시22분 현재 전날에 비해 2.4% 가량 오른 채 1680선 초반을 오르내리고 있다.

돌발 변수만 없으면 오늘 증시는 상승세로 마감할 공산이 크다. 2%대 이상 오름세로 장을 마친다면 지난달 14일(4.02% 상승) 이후 한달여만의 큰 폭 상승이다. 업종별로도 전업종이 오름세다. 전업종 등락 시세판이 붉은 빛으로 물든 것도 오랜만이다.



하지만 미국발 호재가 주식시장의 방향성을 상승추세로 되돌릴 수 있을까. 이에 대해서 전문가들은 '글쎄'라는 대답을 하고 있다.

오히려 미국이 돈을 풀면서 전세계에 돈이 넘쳐나 '유동성버블'이 발생할 경고까지 하는 전문가도 있다.



돌지 않는 돈=돈은 돌아야 돈이다. 돈이 돌지 않으면 고인 물이 썩듯 경제에 각종 부작용이 생긴다.

뇌에 피가 돌지 않아 '뇌경색'이 생기면 몸을 움직이지 못한다. 지난해 서브프라임모기지 사태로 촉발된 미국경제는 지금 돈을 쏟아붇는데 돈이 돌지 않는 '신용경색'에 휘말려 옴짝달싹 할 수 없는 입장이다.

새벽에 미국이 묘안을 짜내 발표한 유동성 공급도 쉽게 이해하면 부실채권을 미국 재무부 우량국채로 바꿔주면서 돈의 숨통을 트이게 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발표 이후 미국 다우지수는 3.55% 급등하면서 기대감을 부풀렸고, 국내증시도 크게 오르면서 미국증시에 발을 맞추고 있다.

하지만 돈이 제대로 돌기까지는 아직 멀었다는 전망이 많다.



오히려 무차별적으로 풀린 돈때문에 힘든 시기를 보내야 할 것이라는 우려도 만만치 않다.

이종우 교보증권 센터장은 "이번 미국 FRB의 조치는 사태를 연장시키는 부분에 한정되는 것"이라며 "큰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단언했다.

미국입장에서는 외통수에 몰려 생각나는 것을 모두 다 해보는 측면이라는 설명이다.



이 센터장이 우려하는 대목은 FRB의 정책이 제대로 먹히지 않을 경우다.

미국은 1970년 대 이후 금리를 인하하는 등 시중 유동성을 풍부하게 하는 정책으로 각종 어려움을 해결해왔다는 설명이다. 그리고 지금껏 FRB정책은 모두 시장에 들어맞았다.

하지만 이번에는 수차례 금리를 내리고 채권을 바꿔주는 등 '미국식 공적자금 투입방식'까지 써보고 있지만 서브프라임에서 촉발돼 실물로 번져 돈이 돌지 않는 상황을 되돌리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이 센터장은 "그동안 미국은 수년간 경기가 좋은 호시절을 보내다 예상치 못한 주택경기 부실사태를 맞으면서 곤욕을 치르고 있다"며 "금리도 내려보고 돈도 공급해보고 하지만 결과적으로는 시장자체의 메커니즘이 작동하는 '자연치유력'만이 해결책이 될 것"이라고 귀띔했다.

부동산가격 하락에 이은 금융경색, 경제의 마비로 이어진 일본의 '잃어버린 10년'과 비슷한 과정으로 전개될 공산이 크다는 이야기다.

김영익 하나대투증권 리서치센터장도 미국의 통화확대 정책에 대해 '글로벌 유동성 버블'을 경고하고 있다.



2009년까지 중장기적으로 큰 유동성 버블이 다시 찾아올 수도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외인들도 관망=외인들도 이번 호재를 단기적인 패턴으로 인식하는 듯 하다. 12일 오전 11시30분 현재 순매수액이 437억원에 그치고 있다.

9거래일만에 순매수를 나타내고는 있지만 '화끈'하게 주식판에 뛰어들지는 않고 있다.



선물과 옵션의 움직임을 봐도 관망세가 뚜렷하다.

외인들은 코스피200선물을 3300억원어치 순매수하는 동시에 코스피200 풋옵션을 40억원어치 순매수하고 있다.

전구택 현대증권 선물옵션팀장은 "외인들은 일반적으로 국내증시에서 현물지수가 오르면 선물은 방향을 같이하고 옵션은 위험대비로 풋을 거는 경우가 많다"며 "오늘 오전 선물옵션의 내용만으로 보면 향후 장세를 일단 지켜보면서 보수적으로 대응하고자 하는 심리가 드러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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