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온 '외환 매파들', "900원대 사수"

홍재문 이상배 기자 2008.03.04 0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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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온 '외환 매파들', "900원대 사수"


'원/달러환율방어=국방' 개념이 되살아날까. '외환 매파'들이 돌아왔다. '환율 주권론자'인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 외환시장에서 '최틀러’로 통하는 최중경 기획재정부 제1차관이 외환정책의 키를 잡았다.

외환 딜러들은 벌써부터 잔뜩 긴장하고 있다. 앞으로 환율 통제가 강화될 것이라는 게 시장의 지배적인 관측이다.



외환당국의 한 관계자는 3일 "성장률, 물가, 경상수지를 놓고 선택해야 한다면 마지막까지 포기할 수 없는 것이 경상수지"라며 "외환위기에서 보듯 우리나라는 경상수지 적자를 안고는 살아갈 수 없다"고 말했다.

강 장관과 최 차관, 신제윤 기획재정부 국제금융국장은 이와 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다. 그 중에서도 최 차관의 신념이 가장 강하다.



최 차관은 2003∼2005년 옛 재정경제부 국제금융국장으로 있으면서 환율 방어에 수십조원을 투입한 적이 있다. 당시 외환시장에서는 "당국이 무섭다", "최중경에 맞서지 마라"는 얘기까지 나왔다. 원/달러 환율 1140원이 당시 그의 '마지노선'이었다.

당시 최 차관은 "우리나라는 내수와 수출의 두 바퀴로 굴러간다. 내수는 믿을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결국 수출 뿐이다. 따라서 환율 하락은 반드시 막아야 한다"는 논리를 폈다. 치열하게 시장과 싸우던 최 차관은 2004년 역외선물환(NDF) 거래에 나섰다가 1조8000억원의 환차손을 입기도 했다.

강 장관도 방향이 같다. 강 장관은 지난달 27일 인사청문회에서 "어느 선진국도 환율을 시장에 완전히 맡기지 않는다"며 "정부가 해야 할 일은 해야 한다"고 말했다. 취임 직후인 지난달 29일 기자간담회에서는 "환율은 경제적 주권의 방어 수단"이라고 했다.


1985년 '프라자 합의'로 일본의 달러자산 가치(엔화 기준)가 반토막이 난 것이 강 장관에게 이런 생각을 심어줬다. 강 장관은 "재무장관은 환율에 대해 거짓말할 권리가 있다"고도 했다.

환율 정책에 관한 한, 전임 국제금융국장과 비교하면 '강성'에 속하는 신 국장도 최 차관, 강 장관에 견주면 '신사'다.



최 차관에 대한 강 장관의 두터운 신임에 비춰 환율 문제는 '전문가'인 최 차관에게 일임될 가능성이 높다. 최 차관과 신 국장이 주파수를 맞춘 뒤에는 외환당국의 개입 강도가 한단계 더 높아질 공산이 크다는 얘기다.

게다가 경상수지는 적자로 돌아서는 상황. 외환당국의 한 관계자는 "지난해 10월말 원/달러 환율 900원선이 일시 붕괴했을 때와 지금은 상황이 완전히 다르다"며 "경상수지가 적자인 지금 900원선 붕괴는 좀처럼 있어선 안 될 일"이라고 했다.

다만 변수는 있다. 우선 물가다. 환율 하락은 수입물가 부담을 줄여주는데, 물가가 앙등하는 상황에서 정부가 이를 나서서 막기는 쉽지는 않다.



또 최 차관이 국제금융국장으로 활약하던 당시와 외환시장 환경이 다르다는 점도 변수다. 외환시장이 수급에 좌우되던 과거와 달리 지금은 국내 주가, 미국 주가, 유로화, 엔화 등을 복합적으로 봐야 하는 상황이 됐다.

국내은행의 한 외환딜러는 "강-최 라인이 구축된 것만으로도 시장에 미치는 심리적 영향이 지대하다"며 "2004년 가을 국정감사에서 과도한 개입에 대한 질타가 나오면서 개입 전선이 무너진 뒤 지금까지 외환당국의 눈치를 크게 보지 않았지만, 앞으로는 달라지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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