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 100불-금값 1000불 시대 성큼

김경환 기자 2008.02.29 0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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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러약세→유가·금값 고공행진 악순환"

미국 경기 침체 우려가 달러 약세를 불러오고, 달러 약세는 유가와 금값의 급등을 야기하는 패턴이 계속 반복되고 있다.

유가 100불-금값 1000불 시대 성큼


28일(현지시간) 미국의 4분기 국내총생산(GDP) 수정치가 예상보다 낮게 나오자 달러/유로 환율은 1.52달러를 돌파하는 등 사상최고치를 경신했다. 달러 약세로 인해 유가는 마감가 기준으로 사상처음 102달러를 넘어섰고, 금값은 1000불을 눈앞에 두고 있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사실상 유가 100불-금값 1000불 시대가 열렸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 4분기 성장률 예상 하회 : 지난해 4분기 미국의 경제성장률이 예상보다 둔화됐다. 주택건설 및 가계 소비가 얼어붙은 데 따른 결과다.

미 상무부는 이날 4분기 국내총생산(GDP)이 전년동기대비 0.6% 증가했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달 발표한 잠정치와 동일하며 2002년 이후 최저치다. 블룸버그통신이 조사한 전문가 예상 증가율 0.8%를 밑돈다.



지난 3분기 4.9% 성장했던 것을 감안하면 미국 경제의 성장세는 수직으로 꺾인 셈이다. 이에 따라 지난해 미국의 경제 성장률은 연 2.2%로 지난 2002년 이후 5년래 최저치를 기록했다.

◇ 달러/유로 1.52 돌파 : 달러화는 지난해 4분기 경제성장률이 예상을 밑돌면서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오는 6월까지 금리 인하 기조를 이어갈 것이라는 관측으로 3일 연속 최저치를 경신했다.

뉴욕 외환시장에서 달러/유로 환율은 1.52달러를 돌파하며 지난 1999년 유로화 출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이날 달러/유로 환율은 장중 한때 1.5229달러까지 치솟았으며, 미국 동부시간으로 오후 4시 53분 현재 뉴욕외환시장에서 전날보다 0.51%(0.0078달러) 오른 1.5199달러를 기록 중이다. 달러화는 엔화에 대해서도 2년6개월래 최저치를 경신했고, 스위스 프랑에 대해서는 사상 최저를 기록했다.

도쿄미쓰비시UFJ은행의 글로벌 통화리서치 책임자인 폴 처코우는 "달러 위기가 발생할 우려가 커지고 있다"면서 "위기(Crisis)란 말을 잘 쓰지 않지만 이번에는 달러/유로 환율이 너무 급격하게 오르면서 예상하지 못한 수준까지 올랐다"고 지적했다.



◇ 유가 102달러 돌파 마감 : 달러가치가 지속적으로 추락하면서 달러화로 거래되는 유가는 상대적으로 올라가고 있다. 여기에 투기적 수요가 가세하면서 유가 급등세가 진정되지 않고 있다.

나이지리아의 소요사태로 생산시설이 일부 가동중단되는 등 지정학적 우려가 고조된 것도 상승세를 더욱 가속화했다.

이날 뉴욕 상업거래소(NYMEX)에서 서부텍사스산중질유(WTI) 4월물 가격은 전날에 비해 2.95달러 오른 102.59달러로 마감했다. 장종료 직전 102.64달러까지 올라 장중 최고 기록도 경신했다.



◇ 금값도 1000달러 눈앞 : 금값도 사상 최고치로 뛰어올랐다. 달러 약세와 가속화되고 있는 인플레이션 역시 대체 투자를 자극, 금을 비롯한 원자재 가격을 끌어올리는 주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날 금값은 장중 한때 온스당 970달러까지 치솟으며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이날 금 선물 4월물 가격은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전날보다 0.7%(6.50달러) 오른 967.50달러로 마감했다.

금 값은 연준의 잇단 금리 인하로 달러 가치가 급락하면서 지난해 31%나 급등했다.



프로스펙터 애셋 매니지먼트의 사장인 레오날드 캐플런은 "달러 가치 하락에 금값이 그대로 반응하고 있다"면서 "연준이 금리를 인하할수록 상품으로 돈이 몰릴 것이고, 이는 다시 인플레이션을 야기하는 악순환에 빠진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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