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오후 4시께 소환된 현 전 회장은 지난 1996년 삼성그룹 비서실장 겸 전략기획실의 전신인 구조조정본부에서 본부장으로 근무했던 그룹 핵심 임원으로 불법 경영권 승계 의혹이 제기된 에버랜드 전환사채 헐값발행 사건의 피고발인 중 한 명이다.
또 현 전 회장은 비자금 관리용으로 의심되는 차명의심계좌 명의자이기도 하다.
특검팀은 현 전 회장에 대한 조사와 함께 지난주 금융감독원에 삼성증권에 대한 수사 협조를 요청하고 금감원 측과 수사지원 사항 및 범위를 협의 중이다.
특히 특검팀은 비자금 수사와 함께 고가 미술품 비자금 구입 의혹에 대한 수사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현재 특검팀은 지난 25일 홍라희 리움미술관장 등 삼성가 안주인들의 미술품 구매 대리인 역할을 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홍송원 서미갤러리 대표를 네 번째 불러 조사를 벌인 뒤 홍 대표에 대한 조사를 일단락 짓고 홍 관장 소환 시기를 조율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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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관련, 특검팀은 최근 삼성문화재단으로부터 미술품 보유 현황 등 수사 관련 자료를 넘겨받아 에버랜드에 있던 미술품들이 삼성문화재단 소유인지, 삼성가 개인 소유인지의 여부를 확인 중이다.
특검팀은 아울러 장기휴가를 내고 해외에 나가 있는 한용회 전 삼성문화재단 사장(현 삼성사회봉사단 사장)에게 귀국 요청을 한 상태로 한 사장이 입국하는 대로 소환해 조사할 계획이다.
이밖에도 특검팀은 삼성을 둘러싼 3대 비리 의혹 중 하나인 '정. 관계 로비 의혹'과 관련해서도 최근 사채업 종사자 1∼2명을 소환해 조사를 벌이는 등 본격적인 수사에 착수했다.
한편 특검팀은 삼성 비리 의혹을 제기한 김용철 변호사의 기자회견을 주선하는 등 삼성특검 수사의 발단이 된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 소속 신부 4명과 이날 오후 면담을 갖고 참고인 조사를 진행할 예정이었지만 사제단 측의 거부로 무산됐다.
사제단 전종훈 대표 신부는 이날 오후 특검 기자실을 방문해 "특검팀에서 먼저 사제단 측에 연락을 해 조 특검이 한 번 만나고 싶어 한다는 의사를 전달해 상의 끝에 특검을 면담하기로 결정했었다"며 "그러나 특검팀은 일방적으로 참고인 조사를 계획하는 등 무례를 범했다"고 면담 거부 이유를 밝혔다.
또 사제단은 "1차 수사기한 만료를 10여일 앞둔 지금까지 성과를 전혀 내지 못하는 특검팀은 무능력하고 수사의지 또한 결여됐다"며 "지지부진한 특검이라면 그 간의 수사결과를 정리해 지금이라도 전문수사기관인 검찰에 수사를 맡기는 게 좋을 듯싶다"고 특검의 '부실 수사'를 지적했다.
이날 사제단 측은 특검에 ▲이건희 회장 일가 및 이학수.김인주.최광해씨 등 핵심 관련자 즉각 소환 ▲금융감독원, 국세청, 공정거래위원회 등 유관 기관 수사 협조 요청(거부시 특검 권한 행사) ▲불법 경영권 승계 의혹 관련 이건희 회장 등 핵심 관련자 기소 ▲중간 수사 결과 발표 및 향후 수사 방안에 대한 로드맵 제시 ▲김용철 변호사 특검 면담 등을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