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능한 특검, 검찰로 수사 넘겨라"

머니투데이 류철호 기자 2008.02.27 17:18
글자크기

천주교사제단, 특검팀 참고인 조사 계획에 유감 표명

"무능한데다 수사의지까지 결여된 삼성특검팀은 지금이라도 수사를 중단하고 다시 검찰로 수사를 넘겨라"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대표 신부 전종훈) 소속 신부 4명과 김영희.이덕우 사제단 고문변호사는 27일 오후 3시30분 서울 한남동 삼성특검 기자실을 방문해 기자회견을 갖고 삼성특검팀의 '부실 수사'와 '수사의지 결여'를 지적했다.

김인국 신부(총무 신부)는 "특검팀은 유사 이례 최대 부패 사건의 핵심 관련자인 이학수씨(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해서는 4시간여 동안 환담만 나누고 이번 사건과 전혀 무관한 사제단 신부들은 참고인 조사를 받으려 하고 있다"며 "이런 경박함을 우리가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 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전종훈 대표 신부는 "특검팀의 행태를 볼 때 수사의지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며 "지금까지 특검팀이 로비 의혹과 관련해 단 한 사람도 소환하지 않은 점만 보더라도 특검의 수사의지를 알 수 있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그는 또 "1차 수사기한 만료를 10여일 앞둔 지금까지 성과를 전혀 내지 못하는 특검팀은 무능력하고 수사의지 또한 결여됐다"며 "지지부진한 특검이라면 그 간의 수사결과를 정리해 지금이라도 전문수사기관인 검찰에 수사를 맡기는 게 좋을 듯싶다"고 말했다.



특히 전 신부는 "특검의 수사의지에 대한 신뢰가 없는데다 삼성이 특검팀을 상대로 전방위적인 로비를 벌이고 있다는 정황까지 포착됐다"고 주장한 뒤 "이 같은 상황에서 추가 로비 의혹자 명단을 어찌 특검을 믿고 넘길 수가 있겠느냐"고 특검팀을 압박했다.

이와 관련, 김 변호사는 "수사 초기 로비 의혹에 대해 '조만간 관련자들을 소환해 조사하겠다'고 밝혔던 특검팀이 갑자기 '혐의가 없어 수사를 못하겠다'며 자세를 바꿨다"며 "특검팀이 수사의지가 있기는 한 지 의심스러운 대목"이라고 강조했다.

이덕우 고문변호사도 "뇌물 명단을 1차 공개했는데 특검은 아직까지 전혀 조사를 하지 않고 있다"며 "로비 의혹은 특검 사안에서 대표적인 것인데 특검이 움직이지 않는다는 것은 납득할 수 없다"고 말했다.


다만, 사제단 신부들은 "만일 특검이 제대로 수사를 한다면 피의자 신분이라도 조사를 받을 수 있다"며 "수사에 협조하지 않겠다는 것이 아니라 특검의 잘못된 방식을 나무라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사제단은 특검 측에 ▲이건희 회장 일가 및 이학수.김인주.최광해씨 등 핵심 관련자 즉각 소환 ▲금융감독원, 국세청, 공정거래위원회 등 유관 기관 수사 협조 요청(거부시 특검 권한 행사) ▲불법 경영권 승계 의혹 관련 이건희 회장 등 핵심 관련자 기소 ▲중간 수사 결과 발표 및 향후 수사 방안에 대한 로드맵 제시 ▲김용철 변호사 특검 면담 등을 요구했다.



사제단 신부들은 특검팀의 부실.무능 수사와 함께 절차를 무시한 수사 관행도 맹비난했다.

신부들은 "가능하면 조용히 특검 수사를 지켜보려고 했는데 특검팀에서 사제단 측에 연락을 해 조 특검이 한 번 만나고 싶어 한다는 의사를 전달, 상의 끝에 특검을 면담하기로 결정했다"며 "그러나 특검팀은 일방적으로 참고인 조사를 계획하는 등 무례를 범했다"고 강한 붙쾌감을 내비쳤다.

전 신부는 이와 관련, "특검팀의 독단적인 행태를 대단히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이렇게 상식적이지 못한 일들이 아무렇지도 않게 일어나고 있다는 것이 이해가 가질 않는다"고 말했다.



김 변호사도 "특검팀 측에서는 특검 면담 일정을 잡는 과정에서 전혀 참고인 조사에 대해 언급한 바가 없다"며 "더구나 특검팀은 소환 통보 등 정상적인 절차조차 무시했다"고 강조했다.

앞서 김용철 변호사와 함께 삼성 비리 의혹 사건의 발단이 된 전종훈.김인국.김영식.김진화 신부 등 사제단 소속 신부 4명 등은 이날 오후 3시 조 특검을 만나 성역 없는 수사를 촉구함과 동시에 특검 수사와 관련된 의견을 전달할 예정이었다.

한편 특검팀 관계자는 이날 오전 가진 브리핑에서 "사제단 관계자들이 (특검에)와서 어떤 내용을 얘기할지는 모르지만 아마도 특검 수사 전반에 대한 내용일 것으로 보인다"며 "사제단이 하는 얘기 중에 (수사에)참고할 내용이 있을 수도 있는 만큼 필요하면 참고인 조서를 작성할 계획"이라고 밝혔었다.

이 기사의 관련기사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