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정부 경제정책 7대 쟁점②

서명훈 최중혁 김은령 기자 2008.02.25 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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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규제완화, 금산분리 완화, 출총제 폐지>

3. 부동산 규제완화, 일단은 속도조절

노무현 대통령은 지난 2006년 12월, “부동산 정책 말고는 꿀릴 게 없다”며 참여정부 지난 4년을 평가했다. 노 대통령 스스로 인정했듯이 지난 정부의 부동산정책 실패는 이명박 정부 출범에 지대한 공헌을 했다.

노무현 정부는 ‘8.31 대책’을 비롯한 각종 규제책을 쏟아내며 부동산가격 안정, 부동산 5적(賊) 타파를 호언장담했지만, 부동산 시장은 오히려 가격 폭등으로 화답했다. 월세와 전세를 전전하던 서민들은 더 멀어진 ‘내집마련’에 좌절하며 노무현 정부를 외면했고, ‘버블세븐’ 지역 부동산 부자들은 집값이 오른 것보다는 ‘세금폭탄’에 주목하며 “역시 이명박”을 외쳤다.



지난 정부의 이 같은 과오를 거울삼아 이명박 정부는 연간 50만호 건설, 신혼부부 주택 12만호 공급 등 규제보다 공급 중심의 부동산 대책을 제시했다. 공급 방식으로는 신도시를 건설하는 것보다 재건축 규제완화에 더 무게를 실었다. 이와 함께 세제개선 등 부동산 관련 규제를 대폭 완화해 주거 기본권을 국가가 보호하겠다는 공언도 잊지 않았다.

그러나 새 정부가 이런 공약들을 실천하기에는 주변 환경이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다. 자칫 규제완화 속도조절에 실패할 경우 부동산 가격 폭등은 불을 보듯 훤하다. 이 때문에 인수위도 “시장안정을 최우선으로 하겠다”며 현 정부의 부동산 규제정책을 당분간 유지하겠다는 입장을 나타낸 바 있다. 1년 정도 경과를 지켜본 뒤 액셀을 밟을지, 브레이크를 밟을지 결정하겠다는 것.



다만 주택공급 확대는 임기 동안 꾸준히 추진될 가능성이 높다. 서민들이 바라는 ‘주택가격 하락’과 부자들이 원하는 ‘세금감소’는 물과 기름처럼 양립하기 어렵고, 공급 확대만이 유일한 돌파구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과열’까지 가지 않을 정도의 규제완화, ‘침체’까지 가지 않을 정도의 공급확대를 어떻게 조율하느냐가 새정부 부동산 정책의 성패를 좌우할 것으로 보인다.

4. 금산분리 완화, 방법론만 남아

금산분리 완화 역시 ‘뜨거운 감자’ 가운데 하나다. 인수위는 우선 국민연금 등 연기금에 대해서는 제한을 풀어주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이명박 정부로서는 금산분리 완화는 절대 포기할 수 없는 카드다. 산업은행, 수출입은행, 기업은행 등 국책 은행을 민영화해 여기서 나오는 재원으로 중소기업과 금융채무불이행자를 지원할 계획이다.

하지만 국내 금융자본만으로는 이들을 모두 민영화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여기에 공적자금 회수를 위해 우리은행 지분 매각도 예정돼 있다. 수요보다 공급이 많다보니 제값을 받기 힘든 상황이다. 그렇다고 또다시 외국자본에 은행을 넘기는 것은 국민 정서가 허락하질 않는다. 은행을 외국자본에 넘길 경우 자칫 금융 주권을 빼앗길 수 있다는 우려도 적지 않다.



결국 전 세계적으로 통용되고 있는 금산분리 원칙을 깰 수 없다는 원칙론과 우리은행 지분 매각 및 산업은행 민영화를 위해 필요하다는 현실론 사이에서 찾아낸 답이 바로 ‘연기금이’다. 원칙은 고수하면서도 인수 대상자를 늘려 매각가격을 높일 수 있는 구조는 어느 정도 만들어진 셈이다.

반면 중소기업 컨소시엄에 대해서도 은행 지분 소유 제한을 풀어주는 문제는 뚜렷한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비록 취득 지분 제한을 두더라도 산업자본이 금융회사를 지배하는 것에 대해서는 아직 반대의견이 더 많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금융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세계 100대 은행의 지분을 소유하고 있는 산업자본의 수는 292개에 이른다. 하지만 이 가운데 약 10% 정도만이 은행 지분을 4%초과해서 보유하고 있었다. 세계 100대 보험사들도 사정이 다르지 않았다.



5. 출총제 폐지, ‘최대한 빨리’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 두 달 ‘규제완화’를 그 어느 정책목표보다 우선순위에 두는 모습을 보였다. 경제를 살리기 위해서는 세계최고의 기업환경 조성이 필요하고, 이를 위해서는 이른바 ‘규제 전봇대’를 뽑아야 한다는 게 새 정부의 확고한 생각이다. 예비 야당과 극한 대립을 보였던 정부조직개편 줄다리기도 결국에는 규제완화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고 볼 수 있다. ‘규제’ 밥줄을 쥔 정부가 작고 효율적으로 변해야 규제개혁도 성공할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이렇게 봤을 때 기업규제의 ‘상징’으로 자리잡은 출자총액제한제도는 최대한 빨리 없애야 한다는 게 새 정부의 생각이다. 사실 공정거래위원회 발표에서 보듯 출총제는 이미 여러 번 손질을 거쳐 더 이상 기업투자 장애의 핵심으로 보기는 어렵다. 그러나 출총제 폐지의 상징적 효과는 크다. 온갖 풍파에도 불구하고 명줄을 이어 온 출총제를 단숨에 없애는 것보다 더 강하게 새 정부 규제완화 의지를 어필하는 수단은 찾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에 인수위는 ‘출총제 폐지 및 지주회사 규제완화’를 앞으로 추진해야 할 핵심 국정과제로 제시하고 새 정부 출범 후 3개월 내에 해결하겠다는 안을 이 대통령에게 전달했다. 출총제와 맞닿아 있는 외국인투자 유치 확대와 전략적 규제개혁 추진도 핵심 과제로 선정돼 있다. 18대 국회가 열리는 6월 전까지는 법률안 개정 준비작업에 총력을 기울인다는 복안이다. 재벌개혁을 주장하는 일부 시민단체들의 반대가 예상되지만 ‘4.9총선’에서 다수당의 지위를 획득할 경우 큰 변수가 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출총제 폐지 등 기업환경 개선을 위한 법률 및 제도 정비가 어느 정도 마무리되고 나면 외국인과 기업들이 투자하지 않을 수 없을 정도의 매력적인 환경을 만드는 일이 남아 있다. 이는 이명박 정부가 야심차게 제작한 지식경제부 몫이다.

(③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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