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 '대놓고' 규제개혁-'내놓고' 친기업

머니투데이 송기용 기자 2008.02.25 0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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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 어록으로 본 국정운영 방향

이명박 대통령은 다변(多辯)이고 직설적이다. 최고경영자(CEO) 출신이라서 에둘러 말하는 현학적 표현보다는 직설적이고 목표지향적인 표현을 즐겨 사용한다. 수십년간 건설사 대표를 지내 '나를 따르라'는 솔선수범형 스타일도 엿보인다. 이 때문에 대통령의 평소 발언을 유심히 살펴보면 향후 5년간 국정운영 방향을 가늠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MB '대놓고' 규제개혁-'내놓고' 친기업


◆"시대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성과보다는 여론과 책임에 민감한 공무원의 생리를 누구보다 잘 안다(자서전 '온몸으로 부딪쳐라'에서)." 서울시장 시절 서울광장에 스케이트장을 만들어 보라고 지시하자 '예산이 없다' '비싼 잔디가 훼손될수 있다' '괜히 사고라도 나면 언론 비판만 받는다' 등등 시큰둥한 반응을 보인 공무원들에게 대통령은 큰 실망을 느꼈다. 무사안일한 공무원들의 생리를 다시 한번 절감했기 때문이다.



이런 경험 때문인지 당선인 시절, 공직사회를 향한 날선 비판과 강도높은 개혁요구가 잇따랐다. "부처이해 반영하러 왔다면 생각 바꿔라. 소아병적 생각을 버려라"(1월1일 인수위 파견공무원 접견).

"사고를 전환해 시대변화에 동참하라. 주요 부서에서도 시대변화를 못 따라가는 사람 있다"(1월13일 인수위 업무보고).



"정부조직의 군살을 빼야 한다. 방만한 조직에 나사를 죄야 한다"(1월14일 신년기자회견)".

급기야 공무원을 시대의 걸림돌이라고까지 비판했다. "이 시대에 약간의 걸림돌이 될 정도로 위험수위에 온 것 같다"(1월22일 대한강국 국민보고대회). 공직사회를 개혁의 대상이자 자신이 추진할 개혁의 손,발로 보고 있는 이명박 대통령인 만큼 임기 5년 내내 공무원에 대한 개혁이 끊임없이 이어질 전망이다.

◆"규제의 전봇대를 뽑아라"= 대통령의 공직사회 비판 핵심은 공무원들이 국민을 위해 일하는 것이 아니라 규제를 틀어쥐고 국가경쟁력 강화에 오히려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 국민, 한국 기업은 길만 터주면 참 잘할 것 같은데 어떻게 알았는지 공무원들이 길목을 다 막았다"


이 과정에서 규제의 상징물로 등장한 게 대불산업단지의 전봇대. "2년전에 그 폴(전봇대)을 옮기도록 애기해도 안됐다. 아마 지금도 안됐을 거다."(1월18일 인수위 간사회의)

잘못된 위치에 서 있는 전봇대 때문에 기업들이 선박블록을 만들어 반출할 때마다 전선을 끊고 옮겨야 하는 기막힌 실정이 공무원들의 무성의로 시정이 안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대불산업단지의 전봇대는 그 직후 철거됐다. 하지만 없애야할 규제는 산적해 있다는게 대통령의 인식이다. 이 때문에 대통령은 "새 정부는 모든 분야가 자율적으로 잘될 수 있도록 길목을 열도록 하겠다"고 의지를 불태우고 있다.



◆"비즈니스 프렌들리"= "차기 정부에서는 '비즈니스 프렌들리(business-freindly.친기업적인)' 정부를 만들겠다" 이명박 대통령이 당선되자 재계는 환호했다. 국내 대표기업인 현대에서 수십년간 CEO를 역임한 만큼 재계의 어려움을 이해하고 기업친화적인 환경을 만들지 않겠느냐는 기대였다.

대통령은 이같은 기대에 호응했다. 작년 12월28일 재계 총수 간담회에서 새 정부는 '비즈니스 프렌들리' 정부가 될 것이라고 선언한 것. 대통령의 발언은 거침이 없었다. "일부는 친기업적이라는 말을 쓰는 것을 꺼리지만 나는 당당하게 쓰겠다"(1월2일 경제연구기관 대표 좌담회) "정치인보다 일자리를 많이 만드는 기업인들이 공항 귀빈실을 쓸 수 있어야 제대로 된 세상 아니냐"(1월3일 중소기업인 간담회)

'대한민국 747' 즉 연 7% 경제성장으로 300만개 일자리 창출,10년내 4만달러 소득 달성,10년내 세계 7대 강국 도약을 핵심공약으로 내세운 대통령인 만큼 '비즈니스 프렌들리'는 5년내내 흔들림없는 국정운영의 최우선 과제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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